저 드디어 남해 다녀왔어요~
자랑하고 싶어서 후다닥 두서없이 올려봅니다.
지기님의 남해답사자료집 덕분에 무사히 구석구석 뒤졌습니다.
다소 길고 지루할지라도 이해하시구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꾸~~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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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면서도 걱정스러움보다는 설레임이 앞서는건
지난주 내내 나를 설레게 했던 남해에 대한 기대감때문일 것 같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지만 오히려 겨우내 묶은 먼지들을 털어내는듯한 상쾌함이 들었다.
시댁(남원)가는 길이어서 평소엔 마냥 즐겁기만 한건 아닌 길이 빗속에 잔잔한 음악까지 들으니 금상첨화였다.
이번 여행은 해마다 나의 분신인 두딸들(찬영.신영)중 큰아이 생일(3.3)을 기념하는 여행이 7번째를 맞는거였다.
여행좋아하는 엄마 덕분에 지맘에 맞는 생일선물보다는 여행..이란 포장지 없는 생일선물이라 아이는 불만을 터트린다. ^^
구례 하동을 거쳐 아침에 방송에서 본 평사리 최참판댁..을 들렀다.
서희가 서 있었을법한 대청마루에 잠시 올라가 하동땅도 살펴보았다.
이름만으로도 아름답고 포근한 섬진강 줄기를 따라 도착한 남해...
흐린날에 본 남해대교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일단 검문소에서 남해관광지도를 얻어서 우리의 남해 대장정은 시작되었다.
출발전부터 남편의 얼굴에 드리운 불안한 그림자의 실체를 알았다.
그건 바로 길치의 비극이었다..
우린 자타가 공인하는 길치였당!!
일단 지도를 보면 감이 잡혀 의기투합해서 나서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허세에 불과한 자신감이었당!
작년에 남해를 다녀간 나역시 찾을수 있다는 자신감은 충렬사를 찾는것부터 헤매기 시작했다.
외지사람이 물어보는건 부끄러운건 아니다..싶은 마음에 열심히 입품을 팔아서 충렬사를 찾았다.
거북선을 둘러보며 해가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데서부터 앗싸!!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대로라면 일몰을 볼수 있을거란 생각에 일정을 수정했다.
길치의 수칙 하나!! 절대 모험은 금물..아는길로만 다니자!!
결국 스포츠파크와 보리암을 다녀온후 다시 남해별곡을 향하기로 했다.
같은길을 왕복한 셈이었다.
스포츠라면 스포츠뉴스는 잠결에라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남편인지라 스포츠파크는 호기심대상이었다.
여러개의 구장이 깨끗하게 조성이 되었고, 야구캠프에는 SK야구단이 전지훈련을 와있었다.
야구장 관중석에 앉아 월드컵을 생각하며 대~~한민국을 한번 외쳐보았다. ^^
이정표를 보면서도 지나치는 남편의 무심함에 일침을 가한후 불법유턴을 한뒤
보리암에 도착했다.
보리암 주차장이 협소한 관계로 복곡저수지 앞 주차장은 길게 두줄이 서있었다.
보리암의 절경은 기다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해주었다.
가장 기도발이 좋다 명성에 맞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소원을 빌고 있었다.
남해별곡의 일몰을 봐야한다는 일념아래 다시 오던길을 되돌아 남해별곡을 향했다.
스포츠파크를 못미친 곳에서 남해별곡 간판이 스쳐간걸 뒤늦게 확인한후 다시 우린 길치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간판은 전방 몇미터를 알리는거였음에도 지나친거 같다는 나의 우김에 남편은 차를 세워 다시한번 입품을 팔고 의기양양하게 남해별곡을 찾았다.
멀리보이는 광양만의 불빛이 하나둘 밝혀지고 바다는 구름에 휩싸여 바람까지 뱉고 있었다
맘씨좋은 별곡지기님을 한눈에 알아본후에 나의 정체(소금인형)을 밝혔다.
나의 아이디가 낯간지러운 순간이었다..ㅎㅎ(이렇게 나이먹고 뚱뚱한 왠 인형??)
홈피에서 여러번 본 창밖의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산낚지 꿈틀대는 가마솥낚지 볶음을 우리가족은 거의 설거지 수준으로 헤치웠다.
전라도 사람들 특히 전주사람들 입맛이 까다로워서 왠만한 외식산업이 발을 못붙인다는데
별곡의 음식은 GOOD~~이었다.
의기양양하게 유자동동주 한병을 품에 안은채 염치불구하고 밥값만 계산했다.
별곡지기님이 안내해준 두곡해수욕장에 예약한 마린윈더스 호텔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길치의 최악의 상황인 어두운 밤길..것두 초행길은 충분히 불안했다. ^^
그렇치만 남편은 모험을 했다..ㅠ.ㅠ
결과는 무모했다.
깜깜한 해안도로를 가는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불안했지만 앞좌석에서 티격태격하는 부모들을 보니 아이들은 낯선침묵(?)으로 일관했다. ㅠ.ㅠ
결국 가천다랭이 마을쪽으로 차를 우회하는 바람에 홍현까지 가서야 길이 잘못된걸 알고 근처 가게에 입품을 팔았다.
차를 돌려서 저쪽~~ 보이는곳이 호텔이란말만 듣고 차를 몰았지만
왠지 찜찜한 마음에 다시 길을 물었다.
그분은 친절하게 밖에까지 나오셔서 길을 가르켜 주셨다.
겨우 찾은 마린윈더스호텔의 깨끗하고 친절함이 피곤을 풀어주었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쉰 아이들은 다시금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몽돌의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남해의 밤을 보냈다.
호텔직원에게 아침식사할곳을 안내받던중 아무래도 불안해서 이것저것 약도를 정확히 물었지만 이젠 다 안다는 식으로 큰소리치는 남편을 믿고 가천마을을 향했다.
남면쪽으로 가면 아침식사를 할수 있다고 했지만 우리가 도착한곳은 다랭이마을이었다.
남편의 큰소리는 역시 허세였다. ^^
정말 잘생긴 암수바위를 보고 있노라니..딸딸이 아빠인 남편의 눈치가 보였다.
설마~~저사람이 딴맘 먹는건 아니겠지..절대 기도할 틈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일념아래
서둘러 가천마을을 빠져나왔다.
호남평야의 넓은들만 보아온 지라 다랭이마을의 논들은 무척 생소했다.
마늘밭이 그림처럼 펼쳐진 마을이 지금도 한눈에 선하다.
배가 고팠지만 상주해수욕장까지 와서 아침식사를 했다.
전주와는 다른 해물탕 맛이었지만 맵지않는 시원한 국물에 아이들까지 밥한그릇을 비웠다
상주의 분가루 같은 모래사장에서 영화한편을 찍는 기분으로 봄바다를 실컷 즐겼다.
그뒤로 미조항에서 물건방조림까지의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는 지난겨울내 콱 막혔던 내 숨통을 터주는 듯 했다.
서해안의 해안도로와는 또다른 맛이었다.
물건방조림과 죽방렴을 거쳐 창선연륙교를 향했다.
끝없이 늘어선 차량행렬에 질겁한후에 멀리서 눈도장만 찍은후에 남해를 벗어났다.
어제 남해를 들어설땐 분명 벛꽃길이 아니었는데 돌아올땐 벛꽃나무 터널에 들어섰다.
분명 또한번 헤맨길이었지만 길치덕분에 아름다운 벛꽃나무 터널을 구경할수 있는 보너스였다.
남해는 내게 김두관 행자부장관..이 처음 남해군수를 역임했을 때 인상적으로 다가왔지만
이젠 남해군을 사랑하는 전주사람으로 지역감정의 벽을 철저히 없애고 싶은 마음이다.
돌아온 지금 어제의 여행길이 3월 한달내내 나의 엔돌핀이 될거란 확신을 해본다.
언젠가 약발이 떨어지면 다시한번 남해를 가고싶다.
첫댓글 고맙습니다.모놀과 정수에도 올려주셔서...예전의 감동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