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마다 눈부신
정영주
어머니가 지상의 길을 툭 내려놓으니
하늘이 대신 어머니 길을 간다
그러니 뼈마다 눈부신 것이다
손으로 어머니 마른 몸을 더듬으며
자식들에게 길을 내던 곳을 찾아 나선다
여기저기 허옇게 각질이 피어 있다
평생 어머니 몸은 염전이었다
맨발로 당신을 밟으며 수레를 돌리고
살과 뼈를 다 부숴 소금밭을 일궈들였던 방주
내 손바닥이 어머니 몸에 쑥쑥 빠진다
깊고 마른 뼈들의 골짜기
어머니는 마른 가시손을 자꾸 내젓는다
그 가시에 울컥, 목젖이 찔린다
뼈 마디마디 서늘한
맑을수록 추워져 어머니 뼈 속에 들어가 운다
나 또한 그 뼈에서 떨어져 나온 새끼뼈였으니
골수에서 흘러나온 진액을 남김없이 받아 마셨으니
축축한 어머니 젖가슴에 손을 넣고
온기의 뼈를 찾는다
지상을 건너뛰며 어미와 자식을 갈라놓는 마지막 다리
가장 빛나는 돌을 찾는다
---------------
정영주 1952년 서울 출생. 강원도 춘천, 묵호에서 성장. 춘천여고,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9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어달리의 새벽」당선. 시집 『아버지의 도시』, 『말향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