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전'에 불어닥친 아마추어 기사들의 기세가 마치 폭풍과도 같다. 폭풍이 너무 거세 한국바둑의 거목들도 뿌리째 뽑혔다.
'아마추어 폭풍'의 첫번째 희생자는 놀랍게도 최철한 9단이었다. 4월 2일 열린 제38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예선2회전(뒷조)에서 한국랭킹 3위 최철한 9단이 아마추어기사 박영롱에게 패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 '물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면서도 이 소식을 전해주는 현장의 관계자들도 매우 놀라는 눈치가 역력했다.
두번째 사건은 온승훈 선수가 일으켰다. 온승훈은 '영원한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을 만나 승리를 아마선수들에게 희망이 되는 알찬 승리를 거뒀다. 다른 아마추어 선수들도 선전했다. 김원빈은 주형욱 5단을, 김현찬은 박지연 2단을 김동호는 이슬아 초단을 각각 이겼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이호승, 나현, 박준석은 탈락했다.
본사 김수광 기자는 지난 3월 아마선발전에서 박영롱을 만나 "아마추어 누군가는 초반부터 최철한을 만날 가능성이 커요"라고 한마디 했는데, 박영롱은 "그게 바로 저예요"라며 큰 기대를 안한다는 듯, 마음을 비웠지만,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복합적인 표정을 지었었다.
지난 3월 30일부터 시작한 명인전 통합예선에 진출한 아마추어기사는 총 8인이며 4월 2일 열린 2회전까지 진출한 아마추어는 총 5인이다. 예선결승은 4월 7일 열리며 앞으로 3판을 더 이겨야 대망의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 예선장의 이세돌 9단, 결연한 표정이다. "예선도 결승전처럼" ○●... 이세돌, 최철한, 강동윤, 박영훈, 박정환, 조한승, 스타군단 예선참여, 이게 본선인가, 예선인가?
한편 38기 명인전 예선에는 본선 시드를 받지 못한 상위랭커들이 대거 예선부터 참여했다. 이세돌, 최철한, 강동윤, 박영훈이 마치 본선대회인 것처럼 한 번에 모였고,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온 조한승 9단도 예선에 얼굴을 비췄다. 이들 상위랭커들 중엔 최철한 9단이 먼저 탈락의 비애를 맛봤고 위의 다른 기사들은 순항중이다. 아마추어 기사들이 예선결승을 통과해 본선에 진입하려면 앞으로 위의 기사들을 만나 이기거나, 혹은 위의 기사들을 이긴 다른 프로들과 싸워 이겨야만 한다.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은 총규모 7억, 우승상금 1억원으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전기4강 시드는 이창호 9단과 원성진 9단, 홍성지 8단, 김승재 3단 까지 4명이며, 이세돌 9단은 35, 36기 우승자지만 휴직으로 전기(37기) 대회에 불참해 예선부터 출전한다.
아마 예선을 통과한 아마선수 8명에게는 별도의 상금이 없다. 그러나 이번 대회부턴 입단점수를 부여한다. 본선2회전까지 이어진 아마추어 돌풍이 과연 어느정도의 후폭풍을 몰아올지,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지 관심거리.
아마추어 기사가 통합예선 최종결승에 오르면 입단점수 1점, 본선에 진출하면 3점, 결선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아마추어 기사에게는 5점을 부여한다. 입단 누적점수가 5점이 되면 특별입단이 허용된다.
○● 4월 2일까지. 38기 명인전 예선대진표 다운로드(클릭,hwp파일)
▲ 상위랭커 기사들은 각종 세계,국내 대회 본선, 예선 참여 등, 항상 확인할 게 많다. 최9단이 시합전 자리에 앉아 한국기원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대회장 모습.
▲ 예선장의 박영훈 9단, 4월 5일 아마추어 박현찬 선수와 맞붙는다
▲ 예선장의 박정환 7단(천원,십단 보유) 4월 5일 아마추어 김동호 선수와 만난다.
▲ 강동윤 9단. 4월 5일 맥심배 결승2국에서 최철한 9단과 겨룬다
▲ 바둑황제 조훈현 9단(중앙), 대국에 앞서 장수영 9단과 담소
[최병준, 박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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