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 같이
살아 오던 것을
그리고 산유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한국인의 애송시 II, 청하]
송수권(宋秀權)
1940년 전남 고흥에서 출생.
『문학사상』신인상을 수상하여 등단(1975)했다. 시집으로 『산문(山門)에 기대어』『꿈꾸는 섬』이 있는 그의 시 특징은 특이한 시적 구조로서 토착정서를 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 장시 『동학란』을 『금호문화』에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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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시인의 시를 좋아합니다.
특히 "연엽에게"라는 시를.....
오늘도 행복하고 기쁜 날 되시길 바랍니다.
=적토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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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山門)에 기대어/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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