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하는 청와대 정책그룹 "이치에 안 맞고 엉뚱한 발상"

[청담]

이명박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정책그룹은 여당에서 다시 불거진 감세 논란에 대해 "기존 입장을 바꿀 것이 없다"는 입장을 16일 재확인했다.

정부 내 대표적인 감세론자로 2008년 기획재정부장관 시절 감세 정책을 추진했던 강만수 대통령실 경제특보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인세는 감세를 하더라도 소득세는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여당 내)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고 엉뚱하다"고 했다.




강 특보는 "호텔 일식집은 법인이라 세율 20% 적용해주고, 그 옆에 일반 일식집은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라고 세율 35% 매기는 게 공정하냐"며 "(그래서) 일본 도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 세율이 40%로 같다. 싱가포르 · 홍콩 도 두 세금의 세율이 같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강 특보는 "소득세를 내는 사람이 1000만명쯤 되는데 300만명 정도가 자영업자이고 그 중에 4.3%인 12만명은 과세 표준이 8800만원 이상이라 이 사람들에 대한 감세 여부가 문제가 된다"면서 "( 한나라당 은) 표 얻자고 감세 철회하자는 모양인데 이 사람들은 표 아니냐"고도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이전 법인세의 최고 세율은 25%였고 소득세는 35%로 세율이 10% 차이가 났는데 앞으로 법인세는 예정대로 최고 세율을 20%로 낮추고, 소득세는 그대로 두면 격차가 15%로 벌어지게 된다"면서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 차이가 이렇게 크게 나도록 만들겠다는 건 세제의 기본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했다.

또 이날 아침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통령실의 정책을 총괄하는 백용호 정책실장은 "마치 청와대 안에 다른 목소리가 있는 것처럼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자칫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다"며 대외 발언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실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되기 이전부터 경제정책 핵심 참모로 '감세정책 철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백 실장은 감세 논란이 나오면 늘 말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샤워실의 바보'이론이다. 그는 "바보는 처음에 샤워에서 찬물이 나오면 뜨거운 물로 돌린다. 그러다 뜨거워지면 다시 찬물로 돌리고, 그걸 반복하다 결국은 망한다"며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안 된다. 최선의 경제 정책이 뭔지는 모를 수 있지만 확실한 차선(次善)의 정책은 경제 주체들에 예측 가능성을 줄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정책'"이라고 한다.

또 하나는 "경제는 당대(當代)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백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을 지낼 때도 이 대통령에게 "감세의 결과는 대통령 재임 중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참아야 하며 다음 정권에서는 그 고마움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조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실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단기적으로야 세금을 많이 내던 사람이 (감세) 혜택을 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투자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결국 그 혜택은 전 경제로 다 확산이 된다"며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고 나아가서 또 이미 약속한 사항들이기 때문에 아직은 그 일관성을 해칠 변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