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6.26일 김진안 전 삼성 임원이 올린 글입니다. 호남에 목줄맨 정권이 또하나의 국기를 흔들 위험한 정책으로 전문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있네요. 호남에 대한 지난친 求愛 정책 때문에 他道의 민심이 어떻게 離叛할 지 두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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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정교한 첨단 제품이지만, 그 본질은 철저한 ‘시클리컬(Cyclical·주기적) 산업’이다. 좋을 때는 하늘을 찌를 듯 수요가 폭증하지만, 불황의 사이클이 오면 가격이 폭락하며 수조 원의 적자가 순식간에 쌓인다.
지금은 생성형 AI(인공지능) 혁명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지만, 10년 후 글로벌 반도체 지형이 어떻게 뒤바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천문학적인 수요와 상상을 초월하는 이익 뒤에 예외 없이 참혹한 과잉 공급과 가격 폭락이 도래한다는 것은, 산업과 시대를 막론하고 인류가 역사적으로 수도 없이 겪어온 철칙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이 남긴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는 희귀한 튤립 구근 한 뿌리가 유력 자산가의 집 한 채 가격을 넘나들었다. "사기만 하면 내일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라는 탐욕적 낙관론이 지배하면서, 정작 실물 구근은 땅속에 묻혀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래의 소유권(선물 계약)만 무한히 사고파는 ‘가수요의 폭주’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 미친 유동성이 실제 수요가 아닌 착시였다는 베일이 벗겨진 순간, 매수세는 단 하루 만에 얼어붙었고 시장은 99% 폭락하며 국가 경제를 마비시켰다. 실질적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은 허상의 숫자는 반드시 파국을 맞이한다는 제1법칙이다.
20세기 초 미국 자동차 산업의 폭주 역시 구조적으로 완벽히 판박이다. 1900년대 초 헨리 포드가 '모델 T'로 대량생산 혁신을 일으키자, 미국 전역에는 수백 개의 자동차 기업이 난립했다. 자본가들은 "움직이는 마차의 수요는 영원할 것"이라 확신하며 너도나도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와 공장을 짓고 무한 증설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불과 20년 만에 생산량이 대중의 소비력을 초과하는 순간 잔혹한 공급 과잉이 도래했다. 버티지 못한 수백 개의 기업이 낙엽처럼 연쇄 파산했고, 시장이 ‘빅3(포드·GM·크라이슬러)’ 체제로 강제 재편되기까지 피비린내 나는 치킨게임의 칼바람을 맞아야 했다.
작금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이 위험천만한 두 역사의 정확한 데자뷔다. 미국, 일본, 유럽은 물론 중국까지 가세해 정부의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전 세계적인 무한 증설 랠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폭주하는 AI 반도체 주문의 상당수가 공급 부족을 우려한 빅테크 기업들의 ‘중복 주문(Double Ordering)’에 기반한 ‘가수요’일 수 있다는 냉정한 지적을 내놓는다.
일단 물량을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착시 현상이 걷히고, 실제 수익성 검증 단계에 진입하는 순간 거품은 튤립이나 초기 자동차 역사처럼 순식간에 꺼지기 마련이다. 전 세계 생산 공장들이 동시에 완공되고 가수요의 베일이 벗겨질 10년 뒤, 시장은 유례없는 공급 과잉과 피비린내 나는 ‘치킨게임’을 맞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진짜 심각한 위기는 한국 기업들의 숨통을 죄어오는 잔혹한 대외 외풍(外風)이다. 지금 미국은 "우리 땅에 공장을 짓고 물건을 생산하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고율 관세를 때리겠다"라며 노골적인 대미 투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보조금은 미끼였을 뿐, 사실상 약탈에 가까운 강제 투자 요구다. 유럽연합(EU) 역시 공급망 안보를 명분으로 내걸고 유럽 내부의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라며 우리 대기업들을 향해 공장 건설 압박을 거세게 밀어붙일 기세다.
기업이 가진 자본과 자원은 자로 잰 듯 한정되어 있는데, 미국과 유럽이 들이미는 천문학적인 청구서를 감당하고 전세계에 자본을 쪼개어 공장을 짓는 것만으로도 이미 등골이 파열될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 내부에서마저 정치가 숟가락을 얹으며 대기업의 명줄을 흔들고 있다. 외부의 압박으로 자본의 여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역점으로 추진하는 ‘호남권 대규모 반도체 산단 조성’에 또다시 수백조 원의 자금을 추가로 베팅하라는 요구는 기업에 자멸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역사적 교훈을 망각한 채, 중복 주문이 만들어낸 허상의 숫자를 진짜 수요로 오판해 정치적 등 떠밀림식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미래의 재앙을 잉태하는 행위다.
전력망과 공업용수 등 필수 인프라의 한계와 인재 유치의 난제를 안고 있는 호남행은 시장이 꺾이는 순간 기업의 명줄을 죄는 거대한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권은 5년이면 끝나지만 그 참혹한 청산서는 고스란히 남아 기업 홀로 외롭게 짊어져야 한다. 정치가 투자 지도를 흔들고 기업이 그 압박에 밀려 감당했던 과거 국내 역사의 종말들이 이를 명백히 증명한다.
첫째, YS 정권의 ‘부산 삼성자동차’ 비극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시장의 공급 과잉 경고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출범했으나, 결국 외환위기 직후 부도를 맞으며 수조 원의 자본 분해와 지역 경제 파탄이라는 참혹한 대가를 치렀다.
둘째, 박근혜 정권의 ‘창조경제혁신센터’ 강제 배당이다. 전국 17개 시·도에 센터를 세우고 대기업들을 강제로 할당해 자금을 쥐어짜 냈지만, 정권이 바뀌자마자 단숨에 흔적을 감추거나 무용지물로 전락한 전형적인 치적용 자원 낭비였다.
셋째, 문재인 정권의 ‘태양광 및 신재생에너지’ 드라이브다. 시장의 기술 성숙도와 경제성을 무시한 채 정치적 당위성으로만 밀어붙인 투자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대대적인 사정 정국의 표적이 되었고, 정부 압박에 발맞췄던 기업들은 사법적 리스크를 홀로 감당해야 했다.
이 사건들을 관통하는 구조적 본질은 결국 최고 권력자의 개입과 압박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밀려 집행했던 지원이 정권이 바뀐 뒤 ‘불법 뇌물’이라는 사법적 칼날로 돌아와 이재용 회장에게 구속 수감이라는 잔인한 형벌을 내렸던 기억은 지울 수 없는 상흔이다.
이번 호남권 반도체 산단 구상 역시 최고권력자인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일사천리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잔인한 데자뷔로 다가온다.
향후 정권이 바뀌었을 때, 당시의 결정이 또다시 '밀실 합의'나 '정치 권력과의 타협', 혹은 '부당한 이권 거래'로 규정되어 새로운 권력의 사정(査正) 수사 대상이 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결국 정권 교체기마다 기업 총수가 사법적 단두대에 서야 하는 잔혹한 악순환의 징후가 고스란히 겹쳐 보인다. 정치
이것이 바로 전 세계가 지적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가장 부끄럽고도 잔인한 실체다. 지배구조나 주주 환원율의 미흡함은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다. 진짜 디스카운트는 대한민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냉혹한 규칙과 자신들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투자할 곳을 결정하지 못하고, 최고 권력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압력에 등 떠밀려 미래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적 취약성에 있다.
정치가 개입해 억지로 짜 맞춘 투자의 종말은 늘 국가적 비극이었다. 위정자들은 정권의 치적 쌓기를 위해 기업의 미래와 주주들의 자산을 담보 잡는 위험한 도박을 즉각 멈춰야 한다.
밖에서는 미국과 EU의 서슬 퍼런 자국 중심주의 압박이 밀려오고, 안에서는 노조와 정치가 발목을 잡아 자본을 찢어발겨야 하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기업이 오롯이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의 글로벌 사이클에 따라 자율적으로 생존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놓아주는 것,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유일한 역할이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