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미국과 FTA 미체결국 수출 성적, 한국보다 좋다"
한미FTA 1년, 정부 통계 왜곡 논란 지속
정부가 발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자료의 통계 왜곡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미국 정부 자료를 근거로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 성적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15일 심 의원실이 미국 무역위원회(ITC) 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국의 10대 무역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4.85%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3.3%에 그쳤다.
한미FTA 덕분에 대미 통상 성적이 좋았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오히려 10개국 평균에 비해 1.55%포인트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특히 이들 10대 무역국 중 캐나다, 멕시코, 한국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를 제외한 일본, 독일, 영국, 중국, 브라질, 프랑스, 대만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5.37%에 달했다. 오히려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의 대미 수출 증가율이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보다 낮았다는 얘기다. 이 중에서도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FTA 비체결국보다 2.07%포인트나 낮았다.
미국 시장 점유율 통계에서도 한미FTA의 허상이 드러났다고 심 의원실은 지적했다. 10대 무역국 중 2011년 대비 지난해 중국의 점유율 상승치는 0.65%였고 일본은 0.57%에 달했다. 멕시코와 독일도 각각 0.27%, 0.25%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의 점유율은 고작 0.01% 늘어나는 데 그쳐, 10개국 중 8위에 불과했다. 정부가 한미FTA 체결 이유로 내건 '미국 시장 선점 효과'는커녕, 미국 시장 점유율 상실만 나타난 셈이다.
오히려 한미FTA 체결 전 대미 수출 성적표가 더 좋았다고 심 의원실은 지적했다. 심 의원실이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6년부터 2011년 사이 대미 수출 평균 증가율은 6.35%였으며, 특히 발효 1년 전인 2011년 증가율은 12.8%에 달했다. 그러나 한미FTA가 발효한 2012년에는 4.12%에 그쳤다. 2011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심 의원은 "주식 시장에서 한미FTA 기대주의 주가가 떨어진 게 오히려 한미FTA의 실제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며 정부가 "미국 시장의 여건 변화나 다른 국가의 수출 증가를 고려하지 않고, 한국 대미 무역의 절대적 변화만을 조합해 국민을 기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FTA 체결로 인해 오히려 "국가적 과제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지연되는 정책 위축 효과가 발생하고 있고, 투자자국가제소제(ISD)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철지난 시장주의 이념과 거짓 홍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한미FT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1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한미FTA 1년을 홍보하는 자료를 냈다. 정부는 발효 후 대미 수출이 1.4% 증가했고, 수입은 9.1% 줄어들어 무역수지가 전년 동기 대비 39.1% 급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