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마나님 모시고 캠핑 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힘듭니다.
뭐가 그리도 바쁜지 저는 요새 아무래도 이 말을 자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엔 뭐 일정 없어?" ㅠㅠ
그런데 자기가 맡은 일 허투루 하는 걸 스스로 못견디는 성격이라(아무래도 저랑은 완전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환경단체 일하랴, 학교 일 하랴....
캠핑 가자는 말 꺼내기가 여간 미안한 게 아닙니다만,
저도 원래 은근히 한 고집 하는지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불철주야, 호시탐탐....
노려봅니다만 이번 주도 학교 연수에 묶여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학교 대로 재미가 있어서
오랫만에 통돼지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교사, 학부모, 아이들이 모여 재미나게 노는 맛에
바삭하게 익은 돼지껍질을 씹으며, 소주에 전직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노란 거시기 술까지 돌고나니
언제 내가 캠핑을 가고 싶었나 하는 생각까지 드는 겁니다.
(이날 가져간 캠핑용 접시, 그릇들 죄다 잃어버리고 욕 바가지로 먹었습니다....ㅎㅎ
앞으로 그렇게 술 마실 거면 학교 오지 말라고 마눌의 엄포까지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아무래도 단순함의 극치라고 봐야겠죠....
담맘이 일하는 천안의 환경센터....
돈벌이가 아니어도 밖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어서 좋습니다.
아산 내려올 때만 해도 과연 무엇을 하며 살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금요일 밤, 막히는 서부간선도로, 서해안고속도로를 뚫고 내려가니 여기서 별보기 강좌, 체험을 하더군요.
아이 얼굴이 아른거려서 빨리 오고 싶어도 놀토주 금요일은 인간성을 실험을 하는 날 같습니다.
전날 늦게까지 놀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니 피곤할 수밖에요....
6학년 아이들이 만든 휴게소입니다....
오두막이 하나 더 있는데 못쓰게 된 책장 등을 재활용해 만든 걸 보니 참 대견하더군요...
전 학년을 다 태우고 신정호 옆 야외수영장에 갔습니다.
첫 인솔 경험이었는데.... 암튼 이넘들 말 드럽게 안듣습니다.
담이는 지 얼굴에 물총을 쏴대며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군요.
물 속에서 뭘 찾으려는지 수영장 바닥 전체를 훑고 다니는군요....
지 부모 닮아서 뭐 하나 사면 뽕을 뽑는 아들.... 담아, 우리 소문 다 났다....ㅎㅎ
약 두 시간 물놀이를 하고 집합을 시키니 아이들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네요...
으이그 이것들을 증말.....^^
애들 모아서 인원점검 해보니, 한번 세면 한 명 모자라고, 또 세면 두 명이 모자라고....ㅠㅠ
인솔자 아무나 하는 거 아니더라구요....^^
학교에서 신나게 통돼지 바비큐를 먹고나서 같은 반 엄마아빠들이 집에 텐트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랜턴 불 밝히고, 모닥불도 피우고..... 제가 젤 일찍 사망신고했습니다.
아무래도 그 노란 술 때문인 것 같습니다.
몸도 저질이라 고급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실감합니다.... ^^
이제 막 캠핑을 시작한 집들이라 한댓잠 걱정을 했는데 잘들 주무셨나 봅니다.
타프와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장난 아닙니다, 옆 사람 말소리가 잘 안들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신고식 이렇게 치르고 나면 어디 가서든 잘 생활하시겠죠....^^
누구나 시작이 그렇듯 장비 얘기가 한창입니다...
이 초보 캠퍼들은 또 어떤 스타일로 향해갈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아무래도 동네 어르신들 눈치도 좀 보이네요....
"도대체 저 집 이사 오고 나서 조용한 날이 없네."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저는 요기서 잤습니다.
뭐 일부러 텐트 칠 일 있겠습니까.... 편하게 자는 게 제일이죠.....^^
목침 베고 누우니 시조 한 수라도 읊어야만 할 것 같네요....^^
간간히 비가 퍼붓는 동안 랜턴의 맨틀도 갈아보면서 놉니다....
그러다 어제 남은 삼겹살을 굽기 위해 숯을 지핍니다.
지금이니까 이렇게 먹죠.... 조금 지나면 캠핑 가서 삼겹살 잘 안 먹게 됩니다....ㅎㅎ
잠시 비가 소강상태일 때 타프를 보다가 문득 낯익은 로고에 눈이 머무네요....
지금처럼 카페의 회원 수가 많지 않았을 때 모회사 디자이너가 만들어 공유한 로고에 세월이 덧씌워져 있습니다.
참 많은 시간이 흘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네요.....
그때 자주 보던 그 캠퍼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비가 그칠 생각을 않자 텐트를 그냥 놓고 가셨습니다.
비가 그치고 나서 약간 잘못 쳐진 텐트와 플라이를 걷어서 다시 쳐놓았습니다.
그럼 걷어가실 때 스트링, 팩, 플라이 위치를 가늠할 수 있겠죠....
요즘 생각인데, 아이와 심한 세대 차이를 공감합니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머리가 따라가주질 않습니다.
그 많은 캐릭터의 이름을 어찌 다 외우는지.... 뭘 찾아달라고 하는데 눈과 머리가 따로 노는 경험....ㅠㅠ
해보신 분들은 다 알죠? ㅋㅋ
집에 우리 식구만 남으니 주변이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집 바로 앞의 개울에서도 물소리가 무섭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비로소 얼마나 비가 퍼부었는지 알겠군요....
비온 뒤의 텃밭도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가지가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옆에서 노는 동안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알겠군요....
비에 쓰러진 토마토 가지에서도 열매는 열렸습니다.
한두 주 사이에 텃밭에는 무성한 풀들이 자라나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보고 싶지만 엄두가 나질 않네요....
언제 벌초 번개라도 해야 하나 싶습니다만.....ㅎㅎ
마을 입구 정갈한 논과 밭을 보니 그 수고로움이 새삼스럽네요....
돌아오는 주에는 가까운 휴양림이라도 가볼 생각입니다.
집은 아무래도 분주한 마음을 접기 어렵네요..... 느긋하게 다리 올려놓고 맘껏 쉬다 오고 싶네요....^^
아산에서 담이네 드림.
"사람사는세상" 삶의 질이 부럽습니다.^^
삶의 질.... 역시 가난한 자라면 그런 것만이라도 누려야겠지요....^^
담이네님의글은 항상 정겹습니다 보는사람으로하여금 저절로 미소가 번지게 하시네요^^
안뵌 사이에 장비 업그레이드가 많이 되었겠습니다... 겨울까지 쭉 가셔야죠...
정말 부럽습니다. 신선이 톡 튀어나올 것 같은 곳에서 신선처럼 사시는군요. 21세기가 아닌 듯.
신선처럼 살다니요, 무슨 말씀을.... 오르락 내리락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저두 21세기형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저역시 집단가출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힘들어요 ㅡ.ㅡ 이노무 노숙이 뭔지...자꾸만 가출하고픈지 모르겠습니다. 이상으로 다음은 담이네님 마당에서 멍때려보고잡은 1인이었습니다. ㅎㅎㅎ
나두 진짜 멍때리기 함 하고잡다.... 도대체 요새는 정신이 없어서리... 언제 보면 번데기 신공 함 보여주시길...ㅎㅎ
항상 담이네님 글을 잘 읽고 있습니다. 대도시에서 직장생활하고 있는 저는 평생 닭장(아파트)에서 살면서 회사만 왔다갔다하다 그러다... 어느새 늙어버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항상 전원생활을 꿈 꿔 봅니다.
완벽한 전원생활이라고 보기도 힘들죠.... 아직 도시에 익숙한, 그래서 때로는 많이 불편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