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년 전의 일본 풍속화 속에서 짚신 때리는 칼라 목판화를 발견한다. 멀리 높이 3,300미터 성산 후지산이 멋지게 보이는 어느 지방 산정의 찻집,
부유한 유한마담 두명이 차를 대접 받으면서 여 종업원에게서 설명을 듣고 있는데, 그 아래 가마꾼이 짚신을 벗어 나무망치로 두들기고 있다. 산정까지 힘들게 와서 내려갈 때 발이 편하려고 그러나 보다.
중국 남부 기암이 즐비한 천하명소 장자제. 너무 가팔라 관광객들도 등산에 땀께나 흘리는데, 한국 관광객 중에 몸이 불편한 사람은 현지 지게꾼의 지게를 탄다. 유에스 100불인가..
그 지게꾼 포터들은 하루에 한 두 건 해야하니 등짝이 구부러진 것 같다. 그 포터들은 외지에서 온 한족이고, 현지의 장족들은 푼돈만 되는 군밤팔기나 해야한다.
오래 전에 오클랜드에 들린 노승으로부터 들은 짚신 이야기가 떠오른다.
젊은 시절 출가하여 지리산 쌍계사 인적이 드문 암자에서 수행하는데, 어느 날 멀리서 함께 머리깍고 출가한 도반이 찾아와서 며칠 묵다가 다음 날 새벽에 떠나가는데, 뭔가 줄 게 있어야지, 밤새워 짚을 꼬아 짚신 두 컬레 삼아서 도반에게 우정의 표시로 주었단다.
어차피 우리의 삶은 공평하지 않다.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할뿐.
그 옛날 그림에 미친 자칭 '화광노인' 혹쿠사이Hokusai
덕분에 옛 기억이 되살아나서 몇 자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