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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랑사랑 봉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이봉우(일향)
제 41장,
송민수 역시 아들이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반가움을 나타낸다.
“어머니!
기왕이면 그곳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오지요.“
“그래도 모처럼 집에 왔는데 엄마 손으로 한 따뜻한 밥을 먹어야지.”
“다음에 와서 먹을게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해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오늘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가보겠습니다.“
“오냐!
마음먹었을 때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
당신도 어서 준비를 하구려!“
송민수는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간다.
유방희는 주방으로 다시 들어가 가지고 갈 음식을 준비한다.
김치가 제일 먹고 싶어 하는 아들과 며느리다.
한식당이 아니기에 집에서 하는 맛깔스러운 김치를 담아 먹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안 그래도 아이들만 내려 보내고 불안해하던 송민수였다.
매주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오는 길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아침부터 몸이 무겁고 찌뿌득해서 몸살이라도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들만 내려 보냈던 것이다.
“장사는 잘 되나요?”
운전을 하면서 묻는 승재였다.
“암!
가서 보면 알겠지만 주말에는 더욱 정신없이 바쁘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이제는 자리도 잡혔고 입주민들이 거의 다 입주를 하고 보니 상당히 바빠졌다.“
송민수의 말이다.
“그것이 어디 입주자들만 많아서 그런 건가요?
우리 예원애비의 음식솜씨가 소문이 나서 근처의 어느 집보다도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것이죠.“
남편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듯 유방희가 덧붙여 설명을 한다.
“그 정도로 음식 맛이 좋습니까?”
“가서 먹어보면 너도 알 것이다.
참으로 음식 맛은 정말 좋다.
서울의 도심 한 복판에 있는 큰 중국집이라 하더라도 우리 승원이의 솜씨는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승재는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을 한다.
세상의 어느 부모치고 내 자식 잘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점심 무렵이다.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날씨는 제법 무덥다.
밖의 파라솔 밑의 식탁까지 모든 손님들이 꽉 차 있었다.
가게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간다.
승재는 가게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큰아빠!”
정훈이가 승재를 보고 반색을 한다.
생각지도 않았던 형의 모습을 보고 승원이 또한 놀라기는 하지만 잠시도 일손을 멈출 수가 없다.
“형님!
나가서 맞이해야 하는데 조금도 몸을 비켜날 수가 없습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을 하셨습니다.“
“그래, 이야기는 이따 하기로 하자.”
송민수와 유방희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느라 도착하자마자 손님들 곁으로 간다.
“아주버님 오셨어요?”
미연 또한 일손을 놀리면서 인사를 한다.
예원 또한 일을 하면서 인사를 한다.
이제 예원은 익숙하게 일을 해 나가고 있었다.
손님들이 떠난 자리에 식탁을 치우고 다시 기다리고 있던 손님을 위해 안내하는 모습이 익숙한 몸놀림이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일에 바빠진다.
들어와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일어나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밖의 손님들을 바라보면서 승재는 잠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배달 또한 여전히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다시 돌아서 나가기를 반복한다.
승재는 바쁜 일손을 보고 여기저기에 미처 치우지 못하고 있는 식탁과 손님들의 주문을 미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일손을 걷고 나선다.
마침 승재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온 것이었다.
늘 넥타이에 양복을 입고 살던 승재는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편안한 바지에 가디건을 걸치고 나온 것이다.
승재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우두커니 서 있기보다는 온 가족이 힘을 합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송민수는 그런 승재를 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면서 좋아한다.
대학교수님이고 성품이 냉정하다고 생각하던 아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일을 도와주는 모습이 흐뭇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점심시간이 지나간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손님이 조금 줄어든다.
“이제 숨을 좀 돌릴 수가 있네!”
승원은 주방에서 나온다.
“형님!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한데 수고를 많이 하셨습니다.“
승원은 형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늘 이렇게 바쁘냐?”
“항상 그렇기는 하지만 주말이면 더욱 정신없이 바쁘답니다.
우리 정훈이의 고사리 손도 많은 보탬이 될 정도지요.“
”고생이 많구나!
진즉에 와 봤어야했는데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
두 형제는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이제 자리에 앉으세요.
부모님과 함께 식사라도 하셔야지요.“
“아니다.
오늘은 내가 부모님을 위해서 살 테니까 맛있고 멋진 음식을 해 다오.
많은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어떤 맛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네 음식솜씨가 어떤 것인지 정말 먹어보고 싶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보, 여기 주문을 받아요.“
승원은 말을 하고 씨익 웃는다.
“너희들도 와서 앉아라!
오늘은 큰 아빠가 너희들 원하는 것을 다 사주마!“
“와!
큰아빠, 정말이죠?“
정훈이는 좋아하며 메뉴판을 본다.
“아주버님!
뭘로 드시고 싶으세요?“
미연 또한 얼굴 가득 웃음을 띠우며 묻는다.
“제수씨!
이곳에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것하고 우리 정훈이와 예원이가 좋아하는 것을 골고루 주십시오.
아, 그리고 제수씨도 드시고 싶으신 것을 주문하셔도 됩니다.“
늦은 오후시간 온 가족이 큰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는다.
그래도 여전히 배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승원은 음식을 준비하기에 다시 바빠진다.
음식이 준비가 되는 대로 식탁에 놓여진다.
“아버지, 어머니!
마음 놓고 드십시오.
제가 그동안 가족들에게 너무 소홀히 하였습니다.
제 잘못을 용서하시고 너그럽게 이해 하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래, 단 둘 만의 너희 형제 이렇게 서로 위해주면서 가끔 얼굴도 보며 의좋게 살아가면 얼마나 행복하겠냐?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지 그것뿐이다.“
유방희는 아들들을 보면서 흐뭇해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큰아들이 마음을 열고 가족들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아직 자식이 없는 큰아들은 조카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고는 있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다.
“예원아!
큰아빠가 늦게라도 우리 예원이를 축하한다.“
“고맙습니다.”
“과 수석이라는 것을 아무나 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예원이가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짐작이 간다.
넌 네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고 아름답고 찬란한 네 젊은 시절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구나.“
”큰아빠!
저도 제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을 하겠습니다.
멋지고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어 세계를 주름잡고 싶습니다.“
”오냐!
바라고 원하는 것은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
우리 예원이가 멋진 디자이너가 되어 세계로 이름이 날리면 우리 가문의 영광이고 네 아빠나 엄마가 그 동안의 고생도 모두 보람된 일로 될 것이다.“
“네!”
승재는 음식 맛을 본다.
참으로 기가 막힌 맛이다.
고급음식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가는 아내로 인해 먹어보지 않은 음식들이 없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승재의 입맛이다.
그런 승재의 입에도 승원의 음식은 뛰어난 것임을 알 수 있다.
승재는 자장면을 또 한 젓가락 먹어본다.
참으로 구미에 당기는 맛이었다.
느끼함도 텁텁함도 없는 깔끔스러우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정말 대단하구나!
이런 솜씨를 가지고 이렇게 작은 소도시에서 썩기에는 정말 아깝다.“
“형님!
이런 곳일수록 입소문이 빠른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돈을 벌어 서울 중심가에 큰 대형 중국집을 개업하는 것이 꿈이고 희망입니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멀지 않아 동생의 꿈이 이루어질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장하다.
말로만 듣던 우중중한 중국집이 아니고 탁 트여진 공간과 주방이 젊은 사람들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도 같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이 중심상가 전체가 룸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젠 중국집도 룸을 가지고 장사를 하던 시대는 지났지요.
모든 것이 오픈되어 영업을 하고 있는데 유독 중국집만 그런 시대착오적인 모습으로 장사를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네 아이디어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아직도 시내 변두리로 나가면 이렇게 오픈 된 집보다는 룸으로 되어 있는 많은 집들이 있는데 왠지 들어서기가 꺼려지는 기분이기도 하지.“
승재는 비로소 승원과 미연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자신만이 최고이고 자신만이 잘났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송승재였다.
부모님의 속을 썩여드리지 않고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을 다니면서 원하는 며느리 감을 얻은 것 또한 동생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월의식을 가지고 살아왔던 승재는 비로소 승원의 삶을 본 것이다.
자신과는 달리 삶의 현장에서 몸소 체험으로 모든 것을 배우며 실천하는 동생내외의 삶이 아름답고 숭고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나자 다시 저녁손님들로 북적인다.
또 다시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유방희는 살며시 좁은 아파트로 온다.
낮에 기름진 음식을 먹었으니 저녁에는 얼큰하고 시원한 음식을 준비해서 가족들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저녁을 준비하는 것이다.
냉장고를 열고 있는 재료들을 꺼낸다.
그리고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모두 한 자리에 모인 자식들을 위해 당신의 손으로 따뜻한 밥 한 끼라도 해서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승재는 다른 날보다 일찍 가게의 문을 닫는다.
모처럼 온 형과 조금의 시간이라도 가져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모두들 집으로 들어간다.
“형님!
집이 너무 좁아서 우리 가족이 다 들어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허허허........
아무려면 어떠냐?
이렇게 가족이 다 함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러나 승재는 생각보다 훨씬 작은 아파트에 들어서면서 조금은 당황한다.
비좁다고는 하지만 승재로서는 이렇게 작은 아파트를 구경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고 들어와 보는 것 또한 처음이었다.
“어서들 앉아라!”
안방에 놓인 상에는 이미 상차림이 끝나 있었다.
“어머니!
이렇게 고생을 하셔서 어떻게 해요?“
미연은 미안한 마음이 되어간다.
“고생이라니?
내 자식들에게 밥 한 끼를 해 먹이는 것이 무슨 고생이냐?
너희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을 했는데 어미로서 이것도 못한다면 세상을 다 살아온 늙은이가 아니더냐?“
”어머니!
고맙습니다.“
그들은 좁은 방안에 상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앉는다.
비좁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모두 앉을 수가 있었다.
“이렇게 앉고 보니 더욱 새로운 정이 솟아나는 것만 같습니다.
정말 이런 광경은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일입니다.“
승재는 마음의 평온함을 느낀다.
“승재야!
이제부터라도 가족들끼리의 정과 우애를 나누어 가지며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을 본다면 이 애비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네!
참으로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마음이 편안합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이곳에 와서 동생을 돕고 일하는 즐거움도 얻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주버님!
부끄럽고 초라한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서 죄송합니다.
허지만 저희들 마음은 누구보다 행복하고 부자입니다.“
”네!
제수씨!
정말 동생이 제수씨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승재는 처음으로 미연에게 제수씨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언제나 눈 아래도 내려 보며 무시를 했던 미연이었다.
자신의 생각이 너무나 잘못된 것임을 스스로 깨닫는 승재의 모습이다.
처음 그렇게 완강하게 반대를 하시고 노골적으로 싫어하고 미워하시던 어머니가 왜 제수씨를 사랑하게 되셨는지를 알 것만 같은 것이다.
승재는 잠시 아내를 생각해 본다.
따뜻한 인간의 정이 아니고 때로는 차가운 금속성 같은 아내의 성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미연의 따뜻하고 상냥한 성품과 비교를 해 본다.
이기적이고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남과 타협을 할 줄 모르는 아내였다.
늘 그런 아내의 성품을 생각해서 양보하고 져주는 것이 가정을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서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살아왔던 승재였다.
승재는 식사를 하면서도 부모님의 얼굴에 만족스러움과 행복이 묻어나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참으로 편안하고 행복스러워 보이시는 부모님의 모습이다.
늦은 저녁을 먹고 나서 그들은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난다.
밤 열한시가 넘은 시간이다.
이제는 집으로 다시 모두 돌아가야만 한다.
승재의 차에 모두 탑승을 한다.
“다시 올게!”
“형님!
와 주셔서 감사드리고 부모님과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오늘 정말 뜻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서 들어가라.“
승재는 승원의 손을 꼭 잡아준다.
그리고 차를 출발시켜 서울로 향한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