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워(남송컬럼)02/7
월드컵 거리응원문화, 세계가 놀랐다
▶월드컵이 열린 지난 한달 간은 정말 세월 가는 줄 모르게 지나갔다. 나날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기다림의 보답이라도 하듯이 매번 통쾌한 승리가 찾아왔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불안하고 답답한 정치, 경제의 현장을 잊고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한반도 전체를 응원열기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얼마나 신명나고 행복한 나날이었던가. 그래서 우리는 사상처음 월드컵에서의 첫 우승에 이어 리그전으로 치뤄진 16강 진출을 당당 조1위로 올라갔다. 개최전 우리의 목표는 16강이었다. ▶승리의 여신은 우리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이탈리아, 포루투갈, 스페인등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4강 신화”를 창조하였다. 결승에 오르지 못했어도 아쉬울 것 없다.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붉은 악마와 전국민 응원의 열광은 하늘에 닿았다. 세계가 깜짝 놀라는 쾌거를 이루어 낸 것이다. 세계 모든 언론들은 연일 “코리아”의 돌풍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한국이 21세기 첫 월드컵의 4강 진출을 꿈엔들 생각했는가 말이다.
세계가 놀라지 않는 다는 것은 도리어 이상하다.
▶장하다. 태극전사들! 여지껏 체력에 뒤진다고 하던 우리 축구팀이 이젠 도리어 우리와 상대하고 있는 유럽강호들의 체력이 더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스 히딩크”라는 멋진 사나이가 나타나 500여 일간 일궈낸 결실이다. 그 만의 특유의 비법과 카리스마가 있는가 하면 선수들에 대한 자상하고 다감함도 겻들였고 심판과의 죠크와 감독으로서의 볼 세레모니도 박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거침없는 용단의 용병술도 그를 자랑히는데 빼 놓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그의 지도력이 탁월하다는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정치계나 경제계에서 히딩크식의 경영도 거론되고 있는 히딩크 신드롬이 거세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체력훈련에 중점을 두었고 우리 선수들이 불평없이 잘 따라 주었고 피나는 어려움을 잘도 참아낸 인고(忍苦)의 산물이다. 우리가 해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우리의 참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붉은 악마(Red devil)의 출현은 한국인의 의식과 응원문화를 바꿔놓은 일대 사건이었다. 광화문 시청에서 출발하여 전국으로 번진 700만 거리응원의 열정은 우리와 세계를 또 놀라게 했다. 세계곳곳에 전파를 타고 생생히 전해진 한국의 모습, 선홍의 물결 그 자체는 참으로 환상 그 자체다. 우리가 월드컵을 축제로 즐기고 있는 것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 것이 바로 거리응원이다. 물론 유럽에서도 자국의 월드컵이 열리는 날에는 광장을 중심으로 술집 등에서 모여 응원하는 사례는 많다. 그러나 거리응원에 몰리는 숫자가 엄청나다는데 세계는 더욱 놀랐다.
▶유럽식의 광장이 없기 때문에 대형 전광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모인 것이다. 특히서울의 시청앞과 광화문은 각각 80만명이 모여 단번에 세계인들의 명소로 떠올랐다. 이런 160만이라는 거대 인파가 인접지역에 모였는데도 질서가 정연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끝나고 나서는 서로가 깔고 앉았던 신문지나 종이꽃가루들을 전부 비닐봉투에 쓸어 담았던 것도 또한 전 세계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청소년문화 등이 우리식의 축제마당을 되살리는 거리응원문화로 나타난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일궈낸 자발적인 축제문화는 한국사회 전반에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신명나는 판을 만들어준 우리축구대표팀의 승승장구가 이루어낸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다. 그들이 바라는 행복과 넘치는 자신감, 미래의 가능성을 우리사회가 어떻게 충족시키느냐가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