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경기도 학교급식 전산이 전면 공개됐습니다. 다른 도와 경기도가 가장 차이 나는 점입니다. 이전까지는 농산물 대금만 들어왔나 확인하면 되지 농민들이 그거 알아서 뭐하냐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했습니다.”
2007년 팔당 수계를 살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친환경농업에 뛰어든 농민들이 있었다. 바로 경기도 친환경농민들이다. ‘팔당클린농업벨트조성’사업을 불씨 삼아, 이들은 지난해 경기 친환경농업인연합회(이하 경기 친농연)를 정식 출범시켰다. 시대적 흐름에 부응해 친환경농업으로 지속가능한 환경과 미래에 일조한다는 자긍심과 정당하게 생산비를 보장받기 위해 뜻을 모으자는 절박함이 이들을 뭉치게 했다.
경기 친농연은 본격적으로 ‘공공급식’에 집중하기 시작한지 불과 2년 만에 경기도 공공급식 전산 완전공개, 안정적인 계약재배 구조 마련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달 29일 오후 8시 경기도 친농연과 좌담회를 갖고, 경기 친농연 학교급식 출하회원들이 친환경무상급식의 본 취지를 지켜나가기 위해 어떤 활동과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좌담회에는 신동식 경기 친농연 회장, 장인학 경기 친농연 학교급식위원회 위원장, 송기봉 이천시 친농연 회장, 이동옥 안성시 친농연 회장, 한석우 경기 친농연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대담=김규태 식량닷컴 발행인, 정리=유정상 기자>
경기도 친농연 결성과정
▶신동식 : 경기도 친농연의 공식적인 출범은 작년 2월이지만 태동은 2007년부터였다. 2007~8년부터 각 시군에서 먼저 연합회를 결성하고 작년에 하나의 조직으로 모인 것이다.
▶한석우 : 2007년 팔당클린농업벨트조성 사업으로 불씨가 붙었다. 광주, 양평은 먼저 있었고 2008년 남양주, 가평, 이천, 용인, 여주까지 7개 시군연합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안성, 김포, 파주, 고양 등이 추가 결합했고, 2010년부터는 클린팔당과 관계없이 학교급식 생산자들이 따로 모이기 시작했다. 2011년 8월 경기 친농연 도연합 준비위 산하에 학교급식위원회를 만들었다.
학교급식 출하회와 경기도, 경기 친조공의 관계
▶한석우 : 경기 친농연 학교급식 출하회는 경기도나 농협 친환경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친조공) 소속이 아니다. 학교급식 초기에는 농협이나 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출하회가 많았지만, 학교급식위원회가 출범된 후 많은 투쟁 과정을 겪으며 출하회원들 스스로 우리가 주장하고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자신감도 붙었다. 현재 출하회원은 600여 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신동식 : 2009년 여주 30개 학교로 시작, 2010년에는 220개 학교로 확대됐고 현재는 1천여 학교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학교급식 공선출하회는 친농연 내 사업조직으로 보면 된다.
엄격한 출하회 운영원칙
▶신동식 : 공선 출하회를 처음 시작할 때 230농가로 시작했는데, 친환경급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심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농민 입장에서 현실적인 수입이 보장되거나 100% 판로가 보장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학교급식에 나가는 비율은 전체생산량의 10%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운영원칙은 지속적으로 출하해온 회원들을 우선으로 작부와 물량을 주고 있다. 신규회원은 심사를 거쳐야 가입되고, 다음해부터 출하물량이 배정된다. 물량배정까지 변심하거나 자의든 타의든 농약사용이 적발되면 즉시 퇴출된다. 기존 회원들은 신규 회원이 들어오면 출하량이 줄지만, 장기적인 비전을 내다보고 함께하고 있다.
친환경농업과 친환경농산물의 신뢰도
▶김규태 : 최근 친환경인증 사고가 발생하면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신뢰 문제가 대두 되고 있다.
▶이동옥 : 현재 공공급식 4년차인데 처음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안성지역이 장마권과 겹쳐 친환경농사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친환경이라는 당위성으로 해왔다. 지금은 농가마다 친환경농사가 까다로운 것도 아니라는 인식이 생겼다. 농가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이제는 기관에서도 지원에 나서고, 보호해주는 장치를 마련해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송기봉 : 경기도는 모든 조직에 자체적으로 인증센터가 있다. 농가들을 교육해서 인증 받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교육비도 남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인학 : 인증문제는 농가들에게 예민한 부분이다. 상처가 될 수 있다. 친환경 농민들은 선량한 취지로 학교급식을 하는데, 풍파에 휩쓸려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걸 원치 않는다. 어디서 농약이 검출됐다고 하면 그 한 마디 말이 농민들에게는 상처로 남는다. 학교급식에 참여하면서 경기 친조공과 농림진흥재단(이하 재단), 서울급식의 안전성검사를 보면 섬뜩할 정도로 철저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친환경학교급식 차액지원 중단 발표에 대해
▶한석우 : 도의회에서 예산을 준비하고 있고 그 이후 김문수 지사도 급식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 친환경급식이 중단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도 예산을 반으로 줄이면서 시군 매칭예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도비가 50%로 줄고 지자체 매칭예산이 50%로 되면 지자체에서도 재정문제로 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본다.
▶김규태 : 지자체 의지가 약한 곳은 친환경농민들이 타격을 받겠다.
▶한석우 : 핵심은 현재 광역단위 친환경농업지원 예산은 현물 공급체계와 계약재배 지향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성격이 유지되는 게 관건이다.
지역 센터와 경기도 광역급식 체계
▶한석우 : 경기도가 도 차원의 물류센터를 운용하고 있는 것은 농산물 수급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군센터들이 세워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시군 입장에서는 자체 생산 물류도 가지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면 광역체계가 타격 받을 공산이 크다.
▶장인학 : 경기도 친농연에서 먼저 지역센터의 모델을 제시하고 친환경농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한석우 :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학교급식은 아무 의미가 없다. 농민들에게 정당한 소득을 줄 수 있어야 아이들에게 건강을 줄 수 있다. 공무원이나 농협이나 농민을 도와주겠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농민과 상의하려고 접근해 오지는 않는다. 그게 제일 애로사항이다. 아이들에게 공공급식이 엄마, 아빠가 낸 세금으로 농민들에게 제 가격을 주고 밥을 먹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하는 것 보다 큰 교육은 없다.
“생산자 목소리 낼 수 있는 구조가 문제 해결의 시작” “친환경 농업에 대한 국민적인 이해 필요”
농민 입장에서 본 로컬푸드
▶이동옥 : 로컬푸드가 요즘 대세인데, 생산자의 의견을 듣기보다 행정에 효율적인 방식으로만 추진된다는 점에서 아쉽다. 최근 안성에도 로컬푸드 매장이 생겨 참여해봤다. 겉보기에는 바람직 할지 몰라도 속을 들여다보면 생산자들에게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는 누수가 너무 많다.
기관에서는 가락도매시장 가격을 제시하고 그보다 싸게 매기라고 한다. 소규모로 생산해서 소매를 하는 데 도매가격을 제안한다면 전시행정 아닌가. 농민입장에서는 어떤 것이든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항상 같은 것 같다.
▶김규태 : 농민 스스로가 가격을 내리더라도 생산자가 직접 가격 매겨야하는 게 아닌가.
▶이동옥 : 친환경감자 가격을 매길 때 가장 싸다는 마트 가격 1kg 2,400원을 참고해 1kg 2,500원으로 가격을 매겼다. 시에서는 그렇게 해서 팔리겠냐고 빈정대더라. 그래서 800g으로 포장을 줄여 가격을 2천 원으로 내리니 팔렸다. 단가는 똑같은 것이다. 생산자가 자율적으로 하게 해야 한다.
안정적인 농사의 핵심 '계약재배'
▶김규태 : 경기도는 1년 단위로 공공급식 계약재배가 자리를 잡았다. 다른 지역 친환경 농민들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선진사례일 것 같은데.
▶한석우 : 지역 출하회 대표들이 모여 실무부분까지 결합해서 회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가격, 물량, 시기까지 농가들이 다 결정하는 구조다.
▶신동식 : 계약재배 시 생산비 보장을 할 수 있는 공급가격을 제안하고 있다. 농민들이 가격을 제시하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어서 공급업체에서도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 공공급식을 처음 시작한 2010년부터 2년 정도는 엉망진창이었다. 관주도 학교급식에서 농민은 철저히 약자였다. 그렇지만 친환경학교급식에 참여하는 농가들의 주관, 철학, 중심이 분명했기에,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투쟁해온 것이다.
다른 지역도 어려움이 많겠지만 경기도는 여름철에는 강원도 물건에 치이고, 겨울에는 남쪽에 치인다. 또 가격경쟁에서 밀린다고 도시지역 농산물이 지방으로 내려갈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그래서 경기도 친환경농민들의 정신무장은 남다른 측면이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부식류를 개선해왔는데 쌀, 과수 등 아직도 숙제가 많이 남아있다.
▶한석우 : 2012년부터 경기도 학교급식 전산이 전면 공개됐다. 이전까지는 출하대금이 들어왔나 안 왔나만 확인하면 되지 농민들이 그거 알아서 뭐하냐고 했다. 출하농가들이 직접 전산보고 가격 매겨야 하고 그래야 유통업체의 고충도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요구했다.
▶신동식 : 정보가 베일에 쌓여있었다. 농가 수취가는 낮은데 학교에서는 비싸게 먹으니 쟁점화 된 것이다. 시금치를 예로 들면 실제 농가수취가가 1천 원인데 공식수수료가 38.5%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2천 원이 넘는 가격에 공급받고 있었다. 분란이 생기면 출하회원들에게 타격이 생길까봐 이야기를 안했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 가격결정협의회에 생산자 대표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40명의 영양사들에게 38가지 계약품목의 농가수취가와 공급가를 이메일로 전부 보냈다. 이게 전산을 전면 공개하게 된 계기다. 전산상 수수료가 공개되니 도의회에서 조정되는 과정을 거쳐 38.5%이던 수수료가 현재는 26%까지 떨어졌다.
▶장인학 : 학교급식 전산시스템이 유통업자 성격으로 설계돼 전산에 수수료가 들어가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농가에서 직접 공급하는데도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학교에 공급됐던 것이다. 얼갈이배추를 6천 원에 가져가면 학교에는 1만3,500원에 들어갔었다.
▶한석우 : 관내 계약재배 농산물 수집, 출하관리, 농가조직화 교육비용도 생산관리비 4%로 수수료 체계에 포함되어있다. 개별 농가에서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출하회를 조직하는 것인데, 자기 농사짓기도 바쁜데 짬을 내 교육하고 관리를 할 수 있겠나. 그런 부분들이 정당하게 급식체계에 들어가 있는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옥 : 경기 친농연은 일단 생산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목소리 내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친환경농산물의 품위기준과 규격
▶김규태 : 친환경농산물 품위기준, 규격문제는 어떤가.
▶신동식 : 해결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농가가 친환경 농산물의 특성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학교에서 수용하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감자의 경우 현재 150g인데 터무니없이 80~90g을 주장할 수는 없다. 학교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가야한다.
▶한석우 : 경기도와 재단에서는 규격 기준을 낮추겠다는 입장으로 경기 친농연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관내 농산물 사용 비중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처리를 해야 하는 친조공 입장에서는 가격 면에서 부담스러워 하는 측면이 있다.
▶장인학 : 학교에서는 시장 농산물 기준으로 클레임을 건다. 친환경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한 규격으로 생산 하기가 험난하다.
▶한석우 : 올해 실질적으로 무, 양파, 감자, 마늘 등 대부분의 농산물의 규격이 낮게 들어갔다. 학교에서의 반발도 줄어들고 있다. 경기도는 실질적으로 농민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완화됐다. 엽채 같은 경우 규격이 낮춰졌지만 학교급식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출하회원들이 알고 있어 클레임도 실제로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동옥 : 친환경농업에 대한 국민적인 이해가 필요한 대목이다.
서울친환경학교급식에 대해
▶김규태 : 지난 9월부터 서울 친환경학교급식에도 참여하고 있는 데 어떤가.
▶신동식 : 저가구매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한석우 : 작부 보장이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가격은 사실 그 다음 문제다. 현재는 한 품목을 이 지역도 다른 지역도 가져갈 수 있어서 계약재배가 불가능한 구조다. 출하 보장이 안 되는 상태에서 출하회원들에게 서울 급식을 위해 농사를 지으라고 하기 어렵다.
▶장인학 : 2011년 겨울에 박원순 시장이 서소문에서 대담회 할 때는 분명히 계약재배를 하겠다고 했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기간이 필요한 데, 갑자기 출하 물량이 배정이 안 되면 안정감 있게 농사를 지을 수 없다.
▶한석우 : 계약재배하면 가격탄력성이 떨어지는 면은 있다.
▶장인학 : 계약재배한다고 가격을 높이자는 게 아니다. 연중 비슷하게 공급가를 결정하고 농가에서 작부를 계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계약을 했으면 농산물이 나가야한다. 가격은 두 번째다. < 저작권자 © 식량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