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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갚음
“대단하오. 아무리 어수룩한 세상이라 하지만 4년 만에 어떻게 그렇게 성장할 수가 있었지요? 일반 사람들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그 비결 좀 압시다. 나도 지긋지긋한 이 생활 좀 벗어나게 말이오.”
나의 말에 박성기회장은 그저 빙그레 웃기만 했다.
박성기회장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한 것도 궁금했지만, 내가 제일 궁금한 것은 성공하기까지 어떻게 본명을 사용하지 않고 사업허가를 받고 세무관련, 은행거래를 했으며 수많은 거래처를 확보했는지 그것이 제일 궁금했다. 실명제가 시행되어 본명이나 개인정보 없이 모든 상거래와 금융거래가 이루어 질 수 없는데도 말이다. 궁금한 것은 그 외에도 몇 가지 더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우선 이 문제부터 물었다.
박성기회장은 여전히 빙그레 웃기만 했다. 안달이 난 나는 그에게 채근했다.
“혹시 불법이 있었나요?”
엉뚱하기는 했지만 나의 질문을 오해하거나 기분 나쁘게 생각할 사이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물었다.
“선배님, 이런 말 생각나십니까?”
? 내 물음에 오히려 박성기회장이 반문했다. 내가 대답해야 할 처지가 됐다. 하지만 박성기회장은 자신의 질문에 스스로 대답했다.
“큰 독엔 큰물이 담기고 작은 항아리는 한 바가지의 물로도 가득 채울 수 있다.”
“처음 듣는 말인데?”
“그러실 겁니다. 제 모토motto니까요. 하하하하.”
“에이, 이사람 난 또 뭐라고? 하하하.”
박성기회장이 정색을 했다.
“선배님에게만 말씀드리는데요.”
나는 슬슬 오르던 취기를 탈탈 털고 그의 다음 말에 솔깃했다.
“전 공부도 못했고.”
“못한 게 아니라 안했지. 그건 내가 잘 알지.”
“왜? 그때 그렇게 공부하기 싫었는지 모르겠더군요. 허지만 전요. 남보다 다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뭔가?”
박성기회장은 단숨에 술 한 잔을 꿀꺽 비웠다. 그리고 내게 잔을 돌린 후 말했다.
“오기요. 지독한 오기 말입니다. 제 오기는 어릴 때부터 좀 남다른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가시나는 공부 때문에 내 맘대로 못했지만, 담임선생님만은 양보할 수 없었지요.”
“아! 안희정인가 하는 그 여자애 말이구나.”
“네. 맞습니다. 공부 잘하는 그 가시나 짝한테 공부로는 쪽도 내밀 수 없어 이길 수 있는 엉뚱한 계략을 썼죠. 공부 잘하는 그 가시나 짝으로부터 담임의 마음을 제게로 돌려놓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기성회비 낼 때마다 봉투 속에 항상 쪽지를 넣었죠.”
“쪽지라니?”
“연애편지 말입니다.”
“뭐? 연애편지? 담임에게?”
“네, 그 쪽지를 쓸 때 밤을 새우며 글씨연습 참 많이 했습니다. 몇 자 안 되는 글이었지만 글씨가 나빴거든요. 선생님이 저만 예뻐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전 죽을 거에요. 이렇게 썼습니다.”
“완전 협박이군, 그래. 그랬더니?”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자기 사랑 독차지하려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전 공부는 남극이었잖습니까? 약간 약이 오르더군요. 제가 당당하게 말했죠. 공부 잘하는 나쁜 놈과 공부 못하는 착한사람 중 누가 더 좋으냐고 되물었죠. 선생님이 얼른 대답을 못하시기에 제가 먼저 선수쳤죠. 공부하는 시간에 돈 많이 벌거라구요. 선생님이 그러대요. 돈 많이 벌면 뭐할 건데? 그래서 제가 딱 한마디 했죠.”
“뭐라고? 훌륭한 사람은 돈이 많아야 된다고?”
“아닙니다.”
“그럼?”
박성기회장은 코를 한번 훌쩍 거리며 뜸을 들이고 말했다.
“제가 벌면 죄다 선생님께 기성회비 낼 거에요.”
나는 박성기회장의 철없던 그 말에 실소하지 않았다. 박성기회장의 집요한 목적의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하나의 목표에 다변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삼국지의 제갈량을 떠올렸다. 상대의 마음을 잡는 방법이, 적벽대전에서 빈 배로 조조의 화살을 거두어 오는 지략보다 더 교묘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술잔을 또 건넸다.
나도 그를 따라 얼른 술잔을 비우고 그에게 연거푸 두 잔을 더 권주했다. 주량에서는 내가 단연 그보다 세수 위다. 한번 궁금증이 도졌을 때 즉시 궁금증을 풀지 않으면, 좀체 삭이지 못하는 내가 박성기회장에게 술잔을 재빠르게 곱절로 건네는 것은, 취중 실토를 듣기 위해서였다. 결국 그가 그날 엄청 취해서 횡설수설할 지경까지 됐다. 기회를 잡은 내가 만취한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담임의 사랑을 독차지 했소?”
박성기회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니요.”
“왜?”
“방학 끝나고 가니까 전근 가버리고 없었거든요.”
“호오. 그것 참. 박회자앙.”
“네 선배님.”
나는 은근슬쩍 박성기회장을 떠 봤다.
“그건 그렇고, 어떤 비책이 있었는지 말 좀 해봐요. 뒷구멍 거래 같은 거. 아니면 꼼수비법 같은 거.”
“뭘요?”
“그거 말이야 유기오수산.”
내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박성기회장이 아랫배를 틀어쥐었다.
“그건요. 아이고 배야.”
갑자기 박성기회장이 위통을 호소했다.
나는 그가 가끔 위경련이나 역류성위염, 또는 위쇼크로 고생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종업원에게 진통제를 사오라고 부탁했고, 그사이 박성기회장은 담배연기를 풍기며 화장실을 다녀왔다. 종업원이 사온 약을 먹고 이번엔 머리가 아프다며 바닥에 들어 눕는 그에게 더 이상 잔인하게 굴 수는 없었다.
모든 세상사엔 근원根源이 있고 근인根因이 있는 법인데, 그는 눈 깜짝하면 지나가버리는 4년이라는 세월에 우리나라 7대 수산물유통회사 유기오울진종합수산센타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평범한 수산유통업으로 시작해서, 최단시간에 최연소로 최고정점의 수산성공신화를 만들었다. 울진항의 전설이었다.
박성기회장이 이렇게 성공한 이면엔 여섯 사람의 배수진이 있었다. 콘크리트보다 더 단단한 울타리였다. 아니 급부를 따지지 않는 유기오수산의 핵심주체들이었다. 머하노식당아주머니의 헌신적인 내조는 보이지 않는 밑거름이었고, 유기오수산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일신도 돌보지 않는 하모호선장을 위시해서, 하모호선장처럼 비상근이지만 울진항 좋은 물건 놓치는 법 없는 갑판장. 돈은 둘째. 의리 먼저, 말보다 주먹으로 한다 가 좌우명인 번개. 그리고 1원만 틀려도 밤을 새워 밝히는 퇴역 하모호선원. 또 한사람이 더 있었다. 아무도 그가 유기오수산의 핵심멤버가 되리라고 예측하거나 짐작하지 못했던 인물이다. 깜짝 놀라 기절할 그 인물은 경매사다. 경매언어와 기술을 배우고 싶어 했던 박성기회장을 한방에 깔아뭉개고 묵살했던 성질 더러운 그 경매사 말이다.
하모호선장으로부터 경매용어와 중매인의 손동작을 전수 받은 박성기회장은, 새벽경매장에 그 경매사를 하모호선장 몰래 만나러갔다.
새벽경매가 끝나고 이벤트경매가 시작되었다.
울진항에서는 무작위로 정한 날, 일정한 물량을 놓고 이벤트경매가 열리는데, 많은 일반고객이 참여하는 이 경매는 중매인이 없기 때문에 오픈방식으로 진행한다. 그러니까 종이에 가격을 써 내거나 말로 가격을 부르는 옥션이다.
그날 이벤트의 최고하이라이트인 왕돌괴특산 돗돔경매가 시작됐다. 수심300m 이하에서 서식하는 돗돔다금바리치곤 작은 편이었으나 눈짐작으로도 12kg은 충분히 나가는 놈이었다. 게다가 반쯤 살아있는 녀석이었다. 구매자들의 열기가 한창 달아올랐을 때 박성기회장이 틈을 비집고 들어섰다. 경매사와 눈이 마주쳤으나 여전히 경매사는 박성기회장에 대해 무관심했다. 경매사가 가격을 올리기 위해 타령조의 경매용어를 늘어놓을 때 일제히 구매자들이 가격을 종이에 써 냈다. 그 순간 박성기회장이 노련한 중매인의 손동작으로 가격을 제시했다.
경매사가 두 번 깜짝 놀라 박성기회장을 뚫어지게 노려봤다. 경매사가 두 번 연거푸 놀란 것은 박성기회장의 현란한 손놀림 때문이 아니고 제시한 가격 때문이었다. 두 번째 놀란 것은 열을 올리던 구매자들이 박성기회장과 경매사를 이리저리 대조해 본 후 하나둘 자리를 떠나는 이변 때문이었다.
구매자들은 박성기회장을 사복중매인으로 착각했고, 경매사와 짜고 논다고 오해했던 것이다. 결국 박성기회장이 최저가를 부르고도 돗돔을 낙찰 받았다. 경매장은 순식간에 썰렁해졌고 경매사는 기가 막혀 퍼석하게 웃었다. 경매사가 박성기회장을 째려보며 말했다.
“벌써 영국 갔다 왔나?”
“네에?”
“유니버시티 다닌다매? 그 학교, 경매고수들이 많은 가베? 울진경매도 갈쳐 중께 말이다.”
그제야 박성기회장은 경매사의 말귀를 알아들었다. 처음 경매장에 나와서 경매사의 용어와 중매인의 손동작을 배우려고 뒤따라갔을 때 경매사가 어느 대학이고? 물었다. 고등학교밖에 안 나온 박성기회장이 엉겁결에 둘러댄 대학이름이 유니버시티였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경매사가 물었던 것이다.
“제 사부님이 여기 계세요”
“으엉? 영국놈이?”
“비슷해요”
“오데 있는데?”
“조오기요.”
박성기회장은 보일 리 만무하지만 머하노식당 쪽을 가리켰다. 경매사가 호기심을 나타냈다.
“언제 왔는데?”
“누가요?”
“그, 영국놈 말이다.”
“아, 제 사부님 말씀이네요?”
“그럼 여 누가 또 있노?”
처음부터 작정하고 왔지만 경매사를 대면하자, 그때 받은 수모에 오기가 더해져 된통 골려 주고 싶었다. 박성기회장이 넌지시 경매사를 유도했다.
“한번 만나보실랍니까?”
“내가? 내는 영국말 못하는데?”
“우리 사부님은 한국말을 더 잘합니다.”
“참말이가?”
“속고만 살았습니까?”
“영국은 못가 보더라도 영국놈 우찌 생깄는지 구경이나 한번 해보까? 한국말 잘한당께. 그라고 봉께 이 돗돔, 영국놈 줄라꼬 샀구마는? 맞재?”
박성기회장의 쌓인 앙금에 경매사가 넘어가 박성기회장을 경매사가 따라나섰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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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돈을 많이벌고 사업이 번창해서 처음부터 박성기 회장이라 했군요..
오기가 많아야 성공 한다더니 박회장을 대변 하는 말갔슴니다.
오늘밤따라 성공한 박회장에 대한이야기 제미있게 잘봤슴니다..
돈 많이 안벌어도 회장됩니다..젠틀맨 회장님
박성기회장이 유기호, 수산물 쎄타 간판을 내걸고
4년만에 대성공 했다는 성공 이야기가 내일처럼 좋기만 합니다.
소설 어느정도 끝이 보입니다만 이렇게 잘나가면 해피엔드로 갈것같아 기분 좋슴니다.
항상 긍정적인 느티나무님....오늘도 행복하고 즐거운날되십시오
박성기 회장 이제 드디어 회장이란 이름을 걸맞게 합니다.
승승 장구하는 박회장께 박수를 보냅니다.
ㅎ....인정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갈수록 제미가 솔솔 나게 하는군요..
박성기회장 울산 어판장에서 활동모습 잘보았슴니다.
더 재미난 소설로 노력해 보겠습니다...좋은날 기쁜날되세요
오기있고 끈질긴 사나이 결국 성공을 했나요..
머하노식당 아주머니를 비릇한 주위사람들을 잘만난것 같슴니다.
박수를 보내고 싶슴니다.
인관관계가 성공의 열쇠죠...아름다운날되시구요
박성기 회장 사업 잘되고 주위사람들과 술잔을 기우리며 덕담나누는 모습 보기좋슴니다.
나름대로 대성공하여 주위사람들에게 부러움 을 사게하는 박성기
유기호 간판 올린이후 번창하는 박성기 회장 오직 그만의 노하우가 있는것 같슴니다.
모나리님 또 주말로 치달립니다.건강한 주말 맞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