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세계는 오직 한가지에 함몰돼 있다. 그리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32개국이 참전한 그야말로 세계 대전이다. 신냉전시대에 북러중이 빠져 있는 또다른 세계 대전이다. 월드컵에는 미국을 포함해 독일 프랑스 등 나토국가들과 한국과 일본 호주 등 미국 추종세력 국가들이 대거 참전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공산시스템의 주요 국가만 배제된 채 벌어지는 세계 대전인 셈이다. 단지 연합군은 없다.오직 나라대 나라의 전쟁이다. 비꼬자는 의도는 전혀 없다. 하지만 정말 합법적인 제도하에 전쟁도 이런 전쟁이 없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온 나라가 들썩인다. 승전국은 환희에 넘치고 패전국은 국가적 우울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인간이 만든 스포츠가운데 가장 즐기는 사람이 많고 단일 종목가운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회가 바로 월드컵이다. 4년에 한 번 열리지만 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몇년전부터 지역 예선전을 거쳐야 한다. 지금은 대륙별로 예선을 치르지만 실상은 피파랭킹 32위권 안의 나라들로 월드컵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피파랭킹에서는 우위를 차지하지만 지역예선을 통과하지 못해 분루를 삼키는 나라가 한두군데가 아니다.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물론 피파랭킹으로만 대회를 치를 경우 소외될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 아프리카 나라들을 배려하고 지구촌 축제로 승화시킨다는 뜻이 담겨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 항상 화를 부른다. 호전적 민족성을 가진 나라들이 합법적인 것을 명분으로 삼아 세계 최고국가, 세계 패권국가의 꿈을 실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유럽국가와 일본 등이 그렇고 상대적으로 경제적 군사적 힘이 뒤진 남미 국가들은 오직 축구를 통해 세계를 제패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그래서 나라가 망해도 축구만은 영원하다는 생각에 온 나라가 축구에 매달리는 폐단이 생기는 것이다.
축구를 자국을 평가하는 아주 중요한 근거로 여기는 국가에서는 축구 한 경기가 끝나면 이런 저런 요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특히 예상을 깬 결과인 경우 더욱 그렇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패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국가적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일본에 패한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모로코에게 진 세계 랭킹 2위인 벨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겨도 그렇다. 세계 2위인 벨기에를 물리친 모로코 응원객들이 세계 곳곳에서 환희의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도 비슷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축구 한 경기에 나라가 웃고 나라가 운다.
스포츠를 즐기는 것은 정말 좋은 것이다. 인간의 승부욕을 건전하게 해결하는데 스포츠만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항상 도가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한 것이다.과유불급이 그래서 있는 것이다. 오늘 (2022년 11월 28일) 밤 10시에 한국과 가나의 한 판 승부가 펼쳐진다. 두 나라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경기이다. 하지만 경기는 경기이고 승부는 승부이다. 경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기면 좋고 즐거운 것이지 그것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지 않는다. 지면 잠시 기분이 가라앉겠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늘 밤 한국인은 세계 대전을 치르게 된다. 합법적 전쟁말이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주고 국민들은 열심히 응원하면 된다. 오랫만에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되는 그런 시간은 참으로 귀하고 멋진 시간이다. 갈등의 나라, 갈등이라면 전세계에서 따라올 나라가 없는 한국에 오늘밤만은 한마음이 되자.한민족이 되자. 이기고 짐은 그 다음 이야기다.
2022년 11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