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예수님께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53-56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은 53 호수를 건너 겐네사렛 땅에 이르러 배를 대었다.
54 그들이 배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곧 예수님을 알아보고,
55 그 지방을 두루 뛰어다니며 병든 이들을 들것에 눕혀,
그분께서 계시다는 곳마다 데려오기 시작하였다.
56 그리하여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복음묵상
창세기 1,1-19
마르코 6,53-56
병들고 오염된 세상을 정화시키는 치료제이자 야전 응급병원으로서의 교회!
예수님께서 배에서 내리자 마자 그분임을 알아본 사람들이 즉시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마을 이장님께서는 마이크 크게 틀고목이 터져라 외쳤겠지요.
“아아! 이장입니다.
오늘 우리 마을에 아주 기쁜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최근 전국민적 대 스타로 떠오르신 분, 손만 대면 불치병을 낳게 하시는 예수님께서 갑자기 우리 마을을 방문하셨습니다.
불치병 환자들 모시고 계시는 가정에서는 단 한분도 빠지지 말고, 지금 당장 환자를 모시고 마을 회관 앞으로 모시고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기회는 다시 없습니다.
지금 당장 마을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을 들은 가족들은 급한 마음에 대충 얼기설기 만든 들것에 환자를 눕혀 초스피드로 예수님을 향해 달려왔을 것입니다.
그날 갈릴래아 호수가에는 그야말로 진풍경 펼쳐졌을 것입니다.
사방에서 몰려온 환자들과 가족들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얼굴을 뵙기 위해 몰려온 군중들, 기적을 보기 위해 몰려온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구름처럼 몰려온 사람들을 바라보며 제자들은 덩달아 신명이 났을 것입니다.
무질서하게 몰려온 환자와 가족들에게 대기표를 나눠주며, 질서 유지에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환자 한명 한명을 환한 얼굴로 기쁘게 환대하셨을 것입니다.
‘그래 그간 얼마나 고생 많았냐?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며’격려해주셨을 것입니다.
정성껏 기도하고 위로하며 치유의 은총을 선물로 주셨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병마에 사로잡혀 있던 환자와 가족들은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평생 소원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광경에 눈물을 흘리며 환호하고 박수를 쳤을 것입니다.
여기저기서 감사와 기쁨의 눈물이 샘솟듯이 흘러나왔겠지요.
예수님의 치유활동을 자신들의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입에서는 놀라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찬미하고 흠숭하는 탄성이 터져나왔을 것입니다.
보십시오. 예수님과 제자 공동체는 순식간에 야전 응급병원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마치도 그 옛날 예수님과 제자 공동체가 그랬듯이 가난하고 고통받는 세상 사람들, 상처입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야전 응급병원이 아닐까요?
오늘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 사회를 이끄는 지배적인 논리는 세상을 치유시키고 생명을 주는 논리라고 볼수 없을 듯 합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듯 합니다.
천박한 자본주의, 비인간적인 경제지상주의에 기초한 부의 극단적 불균등은 이 시대 수많은 청년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평생토록 가족들을 부양하느라 미처 노후준비에 여력이 없었던 수많은 노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외모지상주의, 출세지상주의, 그리고 저출산 풍조는 갓난아기들의 반가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만들고, 이 세상에서 새 생명이 주는 생기와 그로 인한 기쁨을 거두어가고 있습니다.
성공지상주의, 극단적 자기중심주의와 떼놓을 수 없는 입시위주의 교육은 이 땅의 새싹들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죽음의 문화가 이 땅 위에 팽배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는 이러한 암담한 현실을 좌시하지 않는 파수꾼으로 거듭 나야겠습니다.
병들고 오염된 세상을 정화시키는 치료제로서의 교회로 재탄생해야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표현대로 ‘야전병원’같은 교회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의 복음 묵상글을 옮겨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