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일 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뜬다는 민족 고유의 큰 명절, 추석이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덕담처럼 주고받던 말입니다.
크고 둥그런 보름달만큼이나 풍성하고 넉넉한 마음들이 오갔던 즐거운 명절입니다만 작년에 이어 올해는 마음 한 켠이 허전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아마도 올해는 이런 덕담을 주고받는 마음의 여유가 사라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코로나19가 만든 정말 희한한 세상에서 올해도 쓸쓸한 추석을 맞이합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해마다 이때쯤이면 삶의 현장에서 한 해를 열심히 달려온 사람들이 일하던 손길을 잠시 멈추고 자신이 떠나온 고향을 찾아가는 귀성길 행렬이 이어지곤 했습니다.
비록 올해도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가 만든 사회적인 거리 두기로 인해 많은 귀성행렬은 찾아보기 어렵겠지만 여전히 고향을 향한 그 마음은 숨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민족의 큰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는 사람들 속에 담긴 소중한 마음 하나를 찾아봅니다.
그것은 ‘그리움’ 이란 단어입니다. 그리고 이 그리움은 언제나 달려가 안기고 싶은 안락한 따뜻한 어머니의 품속을 연상하게 합니다.
동물이 자신들의 일정한 서식장소에서 멀리 떠나갔다가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아오는 동물적 본능을 가리켜 ‘귀소본능’이라고 합니다. 일개의 동물들도 자신이 나서 자라고 정든 곳으로 돌아가는 본능이 있는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의 귀소본능은 아마도 그 이상일 것입니다.
독일 함부르크의 주재원 시절, 그곳에서 친하게 지냈던 교포 1세 분들이 있었습니다.
1960년대 초기 어렵던 대한민국을 떠난 낯선 땅 독일에서 그들의 삶의 꿈과 열정을 쏟아부었던 간증과도 같은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삶의 터전이 마련되어 다른 걱정이 없을 것 같던 그들로부터의 공통적으로 들었던 삶의 마지막 소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나서 자랐던 고국 대한민국의 고향 땅에 마지막 여생을 살다 묻히고 싶다는 의미 있는 이야기였는데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고향이란 늘 그리움으로 남아 언젠가 돌아가 안기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회사 퇴직 후 새로운 삶의 장르를 개척하며 달려온 코칭 일이 코로나19로 한동안 막히게 되면서 또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도전의 터전은 바로 제가 42년 전에 떠나온 고향 땅인 강원도 춘천이었습니다.
1979년 고등학교를 졸업 후, 서울로 올라와 운명처럼 펼쳐진 서울에서의 삶에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어언 40여 년이 지난 올해 4월 1일, 고향 땅으로 돌아와 새로운 일을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 42년간 나름 열심히 때론 치열하게 살았던 삶의 길을 돌아보니 파노라마처럼 지나갑니다. 실로 많은 곳을 다녔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 가운데서 많은 삶의 애환을 드라마처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어머니 품속과 같은 고향 땅으로 마치 연어가 떠나온 곳을 찾듯이 그렇게 찾아온 것입니다.
지난 5개월을 살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동심이 묻어 있는 곳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때론 그 시절로 돌아가 기억들을 반추해 보기도 합니다.
고향을 등진 지 42년이란 그 시간은 제 삶의 연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긴 세월이지만 돌아보면 쏜살같이 지나간 짧은 시간이라는 생각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린 어쩌면 각기 다른 꿈과 소명을 가지고 주어진 삶의 여정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인생이란 순례의 길을 다 마친 후에는 처음 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순례자의 삶,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걸어가는 길이라는 생각을 고향 춘천을 다시 찾으며 깨닫게 됩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교회 성도들이 비대면으로 예배를 드리는 상황이라 매 주일 올려드리던 찬양대의 찬양을 섬길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만 추석을 맞아 고향 이야기를 꺼내보면서 생각나는 귀한 찬양곡이 있어 그 가사를 함께 나누길 원합니다.
바로 인생이란 여정을 걸어가는 순례의 길을 노래한 ‘본향을 향하네’ 란 곡입니다.
이 세상 나그네길을 지나는 순례자
인생의 거친 들에서 하룻밤 머물 때
환란의 궂은 비바람 모질게 불어도
천국의 순례자 본향을 향하여
천국의 순례자 본향을 향하네
이 세상 지나는 동안 괴로움이 심하나
그 괴롬 인하여 천국 보이고
이 세상 지나는 동안 괴로움이 심히 심하나
늘 항상 기쁜 찬송 못 부르나
은혜로 이끄시네
생명 강 맑은 물가에 백화 피고
흰옷을 입은 천사 찬송가 부르실 때
영광스런 면류관을 받아쓰겠네
이 세상 나그네길을 지나는 순례자
인생의 거친 들에서 하룻밤 머물고
천국의 순례자 본향을 향하네
본향을 향하네
<출처 : 늘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