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라고 불리는 하늘을 향해 높이 자란 나무의 잎들은
하나, 하나의 잎마다 옅고 단정하다.
그 안에 거짓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살아서
해와 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나 보다.
좋은 전화번호처럼 덜컥 내게 주어진 낯 선 그 사람의 이름
단 한 낱 자도 잘 못 부르면 대꾸가 없는 기호
지울 수 없이 내 운명에 날인된 이름
서로 다른 고유명사로 우리는 늘 서로 다른 곳에 있었고
알지도 못했고 만난 적도 없어
‘너와 나’라는 인칭의 두 불특정 대명사로
환희를 품은 꽃봉오리들 가운데 그냥 하나였고
또 다른 하나였을 뿐이었지.
옅고 단정해서 마음을 숨기진 못했지만
알지 못하는 우리 사이는
숨길 것도, 숨기지 않을 것도 없었던 사람들이었을 뿐.
다만 옅고 단정한 꽃봉오리 그대로
그냥 오랫동안 아무 일 없이 서로는 기다려 주고 있었나 봐.
기다림이 너무 길어서 그랬을까.
나의 눈과 그대의 눈으로
우리가 처음 마주쳤던 순간에 그렇게 단 한 번의 눈 맞춤으로
우리는 우주같이 신비로운 신뢰를 느낄 수 있었나 봐.
반드시 피어날 꽃봉오리들이었던 우리는
신뢰의 눈빛 한 번에 꽃으로 피어나기 위해 자꾸 설레고
숨을 나누고 싶어 맴돌지 않으며 성큼성큼 서로에게 다가갔던 거야.
서로 눈을 떼기 싫었어.
뒤에 있어도 보였지, 옆에 있어도 보이고
그러다가 안 보이는 데로 갔어도 보이는 것 같은 우리는
하늘로 높이 자란 나무의 옅고 단정한 잎들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거야.
서로가 보이는 즈음의 곳에서 그대가 천천히 사과의 껍질을 벗기고
그리고 썰어 얹은 접시를 든 하얀 손
서향나무같이 매끄러운 그대가 긴 다리로 나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그대가 나에게 쥐어 주던 사과 접시는
나를 명성의 반열에 올려 주었고
따라서 그대도 나와 같은 격이 되었다.
처음 우리가 사랑할 때에는
두 세계가 하나로 섞인 작은 천당.
두 사람의 기특한 언어들이 심장을 사탕같이 핥아
젖 근처 흉골 속을 매 순간 아플 만큼 짜릿하게 녹였다.
마침내는 둘 다가 죽어야만 갈라질 거라는
뻔했고 당연했던 고백의 언어
해만큼이나 뜨거웠던 입맞춤으로 그 약속을 이루어서
단정했던 꽃봉오리들은 속살을 드러내며 드디어 꽃으로 피었다.
오늘 있었던 하루는
오늘 이 밤의 어둠 속 안에서 잊혀 가고
아내와의 이야기도 그렇게 오늘의 내 안에서 잊혀 간다.
녹아버린 눈에서 방울로 와, 물결치며 흐르는 그리움
이제 내가 점점 더 바다를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많이 잊어버려서, 아마도 미안해서 그런가 봐.
침묵하며 빛나는 해
찬란한 색깔들로 가득 찬 이 세상
수많은 계절이 변해가는데도
찬란한 이 세상 소식을 나눌 길이 없고
그래서 자꾸 잊혀 가는 거야.
‘이 루비’, 사랑의 이야기로 쓰인 한 권의 책 이름.
마른 낙엽으로 떨어져서 사라져 버린 주인공
눈 감으면 ‘이 루비’의 숨소리가 지금도 들린다.
참으로 정성스럽게 쓰였던 사랑 이야기가
정원의 검은 나뭇잎들 이슬에 젖어서
가을 달빛에 반짝이며 쓸쓸히 들려주고 있다.
첫댓글 저 같은 경우는 반려를 만나 좋았고 사랑했고 그리고 반년만에 결혼에 안착했습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직선으로 일사천리로 쭈욱 달려갔습니다.
그래 갖고 지금까지 일없이 부부의 연을 맺고 있습니다.
때로 싸우고 아웅다웅 하지만 그건 그냥 일상사일뿐입니다.
슬픈 사랑, 그리운 사랑 그런 감정이 전혀 없기에 어떤 면에선 감성도 없고 로맨틱하지도 않습니다 그려.
저는 중매로 만나
결혼~저도 슬프고 그립고 그런사랑을 모릅니다ㅠ.ㅠ
지금도 감정보다는 이성만 곤두서있어
어쩌면 안타깝다 하겠쥬?
결혼까지 이어진 만남의 사연까지도 그리워 할 만큼의 슬픈 사별, 그 감정은 내면을 산산 조각내고 맨틀 구조를 바꿉니다. 정상인처럼 흉내내기로 살아가는 것 자체도 버거울 때가 있고 그래요. 당연히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지만 정도가 지나친 분들도 계십니다.
@정 아 궁금; 중매로 만나는 첫 눈빛에서도 눈을 떼기 싫고 꽃이 피는 듯 한 설레임으로 짜릿한 어지럼증이 생기던가요?
가을 이었나요
이렇게 볕이 좋은날 이었나요
감이 잘 익는 그런날 이었나요
나도 그랬거든요
그러나
이제는 훨훨 자유를 찾아서 좋아요
젊어서부터 혼자 키운 아들을 보면 자유롭게 훨훨 날 수 가 없네요.
가을.
가을 같은 글.
'이제 내가 점점 더 바다를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많이 잊어버려서
아마도 미안해서 그런가 봐.'
아파트 마당의 나무들은
그 안에 거짓 마음이 없어서,
해와 별들에게 사랑을 받아서인지
그 잎들이 점점 고운색으로
변해가네요.
그리움의 나무에 피는 꽃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늘 잘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짧은 시간에 여러 답글을 쓰다보면 마땅한 답글로 이어 드리기가 쉽지 않아서 제가 오늘도 죄송합니다.
@도깨비불 죄송하긴요~
어느새 도깨비불 님
팬이 되었네요.
미국에 가시더라도 시간 날 때마다
글 올려주시길
바랄게요.
늘 건강하시고요.
사랑이란...
아픔을 허락하는 것이다
꼭 내 곁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 살아있게만 해준다면 아픔을 허락하는 것은 쉬운 일 입니다. ㅋ
난해하고 단순하면서 또 복잡한
그런것이 사랑일까?
연애시절 가슴 심쿵하고 풋풋한 사랑은 아니지만
나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함께 걷고~
모든걸 품어주고~
서로 다름을 인정해 주고~
바꾸지 않으려 애쓰는 것일 것이다
더불어 쉼터가 되어주는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아~~ 어렵다,,ㅎㅎ
어차피...
인생은 흙장난 이야~~~
함께 걷고~ 모든걸 품어주고~ 서로 다름을 인정해 주고~ 바꾸지 않으려 애쓰고~ 더불어 쉼터가 되어주는 것. 이걸 다 생각하면 복잡하고 난해하지요. ㅋㅋ
흙장난 처럼 날씨 변하는대로 맞춰지면서 자연스러운 인생으로 나갑시다. ㅋ
다음달 세째주에 2년간의 한국에서 근무가 모두 끝나고 미국에 내 자리로 돌아 갑니다. 아우님께 미리 보고!
@도깨비불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은
축하할 일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성심을 다해 축하드려요
그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더불어 육순 되시는 것도
미리 축히드립니당 ^^;;;;
루비....정열의 7월 탄생석.
영원한 사랑의 약속을 의미...
가슴이 송곳으로 찌른 듯 아프게 느껴져요.....
토닥토닥....
아이의 이름은 부모님의 소원이 담긴 기호이고
그 기호에 맞춰서 살려고 하는 아이에게는
인생의 방향서가 되어주는 것이
이름이라는 기호라고 하네요.
커쇼님 바닥 공사는 잘 하신건지요?
@도깨비불 공사는 못 하고 자체공사? 했지요.
열심히 닦았어요
우리의 깨비는 글 만으로도 삶방 여심을 휘어 잡아부렀어~ 글이 이리 흡입력있는데 어찌 온전히 마음 지켜낼까
자상하고 짜릿하고 달콤한 우리의 깨비글을~^^
이 계절마다 해 없는 시간에는 기분이 꿀꿀였지만
누님의 칭찬 한 말씀에 지금 날라갈거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