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는 신용불량자와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시중은행들이 나서주기를 요청하면서, 구체적으로 은행들이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신용불량자들이 일자리를 얻도록 연결해달라고 제안했다. 또 신용불량자가 더이상 양산되지 않도록 은행권이 가계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LG카드 사태 해결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은행권, 거래중소기업에 신용불량자들 일자리 연결 '
이 부총리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은행들이 중소기업 등 기업들과 거래하고 있는 만큼 청년층 신용불량자들에게 중소기업 일자리를 연결시켜 달라”며 “가능하면 일손이 부족한 거래 중소기업에 청년 신용불량자들이 취업해서 생활이 안정되고 채무도 갚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제안했다.
이러한 이 부총리의 제안은 최근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신용불량자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며 일하면서 빚을 갚게 하는 방안에 전체 은행권이 동참해주기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례로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인력이 필요한 거래중소기업에서 연체고객들이 일자리를 얻도록 연결해주고, 월급에서 일정액을 연체금 상환으로 떼는 대신 연체금 상환기간 연장과 이자감면의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하나은행 또한 이달부터 연체고객들을 상대로 희망자에 한해 용역회사인 두레시닝(주) 등 하나은행 자회사 및 협력업체 등에 취직을 알선해, 각종 용역 업무나 전화요원 등 연체대출금 사후관리업무를 맡기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러한 ‘일하면서 빚갚게 하기' 방안을 통해‘청년실업문제 해소’와 ‘도덕적 해이 방지’라는 이중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해 은행장들이 한계 채무자(신용불량자의 전 단계)의 신용 회복에 직접 힘써 달라”고 당부하면서 “정부가 건전성 감독 수위를 높여 은행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가계대출 만기연장, LG카드 처리 협조해달라”
한편 이 부총리는 “신용불량자 외에 주택대출까지 문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대거 만기가 돌아온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은행들에게 ‘가계대출 만기연장’을 주문했다.
이 부총리는 “주택담보대출이 대거 만기 도래하면서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회수에 들어갈 것으로 우려한다”며 “(주택을 담보로) 돈을 대출해준 시점인 3년 전에 비해 주택담보 가격이 크게 하락하진 않았으므로, 은행들은 적극적으로 만기연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신용불량자 양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LG카드사태에 대해 이 부총리는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아무 것도 의미가 없으며 은행이 완충장치가 돼야 시장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전제한 뒤, “LG카드 문제가 해결돼야 다른 카드사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고 민생이 안정되며, 신용불량자와 금융시장 불안정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 은행권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LG 카드 처리에 협조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 부총리는‘정부 개입을 통한 금융시장회복’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파산위기에 있던 롱텀캐피탈을 구제해준 예를 들면서 '시장친화적인 관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 부총리는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면 시장 친화적이고 종합적으로 사안을 분석하되, 대책은 한 번만 나오도록 할 것”이라며 “정부는 자율적으로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시장주도를 우선시하되, 불가피한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