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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골프채 한번 잡아본 적 없는 기자가 장애인 US오픈에서 우승한 이승민 선수와 어머니 박지애씨를 인터뷰하느라 아주 혼이 났습니다. 티박스가 뭔지, 페어웨이가 뭔지, 입스가 뭔지 시시콜콜 물어가면서 대화를 나눴는데요. 4시간을 인터뷰하고도 골프가 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두 모자(母子)의 맑은 표정을 떠올리면 지금도 빙그레 웃음이 납니다.
해병대 출신 윤슬기 캐디는 이를 테면 호랑이 선생님. 말을 에둘러 하는 법이 없는 그의 충고는 승민씨 어머니뿐 아니라 자식 둘을 키우는 저에게도 큰 가르침이 되더군요. “아무리 장애가 있더라도 모든 걸 엄마가 해주면 안 된다”는 철칙을 세운 윤 캐디는 승민씨에게 라면 끓이는 법부터 가르쳐주었다지요. “500ml 생수병을 가져오게 해서 냄비에 부은 뒤 물이 끓으면 라면 넣고 수프 넣은 뒤 시계가 3분30초가 되면 불을 끄고 먹으면 돼. 어때, 쉽지?”
연습할 때 규칙을 어기거나 게으름을 피우면 윤 캐디 자신이 묵는 오피스텔에서 벌로 승민씨를 ‘합숙’시킨다고 합니다. 합숙을 하게 되면 집에선 1시간 동안 중얼거리며 샤워하던 것을 10분 만에 끝내야 하고, 자기 옷을 스스로 빨아 널어야 하지요. 시합하러 출장을 떠날 때 짐도 직접 싸게 합니다. “트렁크가 뒤죽박죽이 되더라도 스스로 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 어머님들이 그걸 못해요. 기다리는 걸 정말 못해요.”
‘슬기형’과 살면서 편의점에서 물도 사올 줄 알고, 동네 가까운 곳은 자동차로 운전해 갈 수 있게 된 이승민 선수는 발달장애 단계가 2급에서 3급으로 완화됐다고 하지요. 골방을 나와 집 밖으로, 세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도와주면 이승민 같은 인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 주 ‘뉴스레터’엔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렸던 서울대 이상묵 교수가 2008년 ‘Why?’와 인터뷰했던 기사를 배달해드립니다. 미국으로 지질조사 여행을 갔다가 자동차가 전복돼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된 그가 “다친 뒤 더 의미 있는 삶의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던 모습이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지요. 올해 ‘만해대상’도 수상했는데, 그사이 60세 반백이 된 교수님의 모습이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하더군요. QR코드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갖다 대거나, 인터넷 주소창에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넣으면 뉴스레터 구독 창이 열립니다. 거기에 ‘이메일 주소’와 ‘존함’을 적고 ‘구독하기’를 누르시면 이메일로 뉴스레터가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