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의 아버지 김연수씨는 5일 광주집에서 부인 최옥자씨와 함께 TV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누구보다 애리조나를 응원했다.애리조나가 승리하지 못하면월드시리즈 이후 아들에게 쏟아질 비난을 어떻게 감당할지 아버지로서 차마눈뜨고 볼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릴 수도 있었다.당사자인 애리조나 구단관계자들보다 더 애리조나의 우승을 바랄 정도로 절박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 직후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한 순간에 날려버렸다.김씨는 7차전 직후 4·5차전의 악몽이 새삼스러운듯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문을열었다.
“우승해서 좋아.홀가분하지 뭐.그나마 애리조나가 우승했기에 망정이지,앞으로 창창하게 메이저리그 생활을 해야 할 병현이한테는 좋은 경험이 됐을것이여.”
아들이 잇따라 홈런을 맞고 무너질때는 속이 아예 새까맣게 타버리는 줄 알았다.이 때문에 홧김에 일체의 전화도 받지 않던 그였다.
“모든 것이 좋게 끝났어.잠시 나도 정신이 나가기도 했지만….전 국민들이병현이를 전폭적으로 응원해준 덕분이지 뭐….”
오랜만에 편안하게 두 다리를 쭉 뻗고 잠을 잘 수 있게 됐다는 그다.22살의아직은 철부지인 아들을 생존경쟁이 치열한 정글로 보낸 아버지의 마음이 이제야 좀 풀린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