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초산장 이야기 1366회) 새해 첫 눈꽃 산행
2025년 1월 27일, 월요일, 비 온 뒤에 흐림
몇 달간 아픈 데 없이 잘 지내다가
감기에 걸려 며칠 고생했다.
코로나도 3-4일 밖에 고생하지 않았는데
요번 감기는 일주일 이상 길게 끌었다.
그래도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감초와 날달걀을 넣고 주목나무 잎과 가지를 끓여 마셨고
맥문동 열매를 끓여 먹기도 했다.
1월 25일에는 보단 최경희 씨 부고를 듣고
동래 봉생병원 장례식장에 조문하러 갔다.
요양원에 입원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가다니! 참 안타까웠다.
거기서 우리아 씨와 화실 구본석 씨를 만났다.
20여년 전
보단 최경희 씨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
동화를 배우러 왔다.
나보다도 10살 이상 많은 분이었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할 때 김종상 선생님과
글쓰기 모임을 한 인연 때문에
나를 소개받았다고 했다.
보단은 처음 왔을 때 자신감이 없었다.
“선생님, 이 나이에 주책이 아닐까요?
젊은 사람들 틈에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는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를 예로 들었다.
“76세에 처음 그림을 시작해서 101세까지 전시회를
200회나 했답니다.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열심히 해보세요.”
그렇게 동화공부를 시작해서 그 뒤에 동화작가로 등단했고
동화책을 다섯 권이나 펴냈다.
장례식장에 있던 두 따님이 나를 보더니 반가워했다.
“어머니가 늘 김재원 선생님 얘기를 했어요.”
“선생님 덕분에 어머니가 노후에 동화를 벗삼아
지낼 수 있어서 참 행복해하셨습니다.”
보단은 성악을 좋아해서 아동문학 모임에 오면
종종 노래를 부른 일들이 떠오른다.
정이 많은 분이라 모두가 좋아했는데... ...
남편이 돌아가시고 넓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어서
백금자 씨 부부가 부산에 왔을 때
재워달라고 부탁했던 일도 생각난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어떤 업적을 많이 이루어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기억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조문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에
찻집으로 옮겨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실은 역사 동화를 구상해서 쓰는 중이라고 했고
우리아 씨는 요즘 그림에 빠져서
동화를 잠시 잊고 있었는데
보단 왕언니가 동화 안 쓰고 뭐하느냐고
충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아 씨 나이에 보단은 처음 배우러 왔는데
이미 등단하고 책을 몇 권이나 내었으니
한눈 팔지 말고 열심히 해야겠지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약하게 내리고 있었다.
유여사가 밀양 천황산에 눈보러 가자고 해서
아침을 먹고 밀양 얼음골로 달려갔다.
겨울에 부산이나 양산에 비가 오면
천황산에는 눈이 내리기 십상이다.
눈구경 하기 어려운 곳이라
눈을 보려면 얼음골을 찾아간다.
얼음골 케이블카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만차였고
많은 인파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랴부랴 표를 끊고 기다리다가
12시 15분에 타고 올라갔다.
야, 역시 올라오길 잘했다.
내리자마자 설국이 펼쳐졌다.
수천수만 개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나를 반겼다.
환호성을 지르며 천황산을 향해 걸어갔다.
사방이 눈꽃 장식으로 꾸며져 있어서
지루한 줄 모르고 나아갔다.
이런 진풍경을 근 1년 만에 보니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천황산 정상은 바람이 셌지만
그래도 몹시 추운 날은 아니었다.
정상에 올랐다가 무사히 제 자리로 돌아왔다.
도전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눈풍경
새해 선물로는 최고였다.
올겨울이 다 가기 전에
또 한 번 눈꽃 산행을 할 수 있는 행운을 기대하며
산을 내려왔다.
- 마음 곳곳에 이런 표지판을 세워 봐요.
인생이 고달픈 날에 좋은 ‘좌절금지’
마음이 헛헛한 날에 좋은 ‘무한사랑’
불운이 겹치는 날에 좋은 ‘절대행복’.
그 사이사이에 이런 표지판도 세워 둬요.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표지판 앞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거예요.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첫댓글 눈꽃산행을 접하니 작년에사둔 스틱과 아이젠
한번도 사용 믓했는데
눈꽃산행 도전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얼음골 저도 그언젠가 갔다왔는데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