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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 장 미녀를 찾는 영웅(英雄)
[1]
귀발애를 내려다보는 곳.
한 그루의 나무 위에는 나뭇가지를 밟고 우뚝 서 있는 청년이 있었다. 하나 녹림의 장안술을 이용했기에 청년의 모습은 그 자체가 하나의 나무처럼 보였다. 청년은 단몽경이었다.
단몽경은 죽음 같은 정적이 흐르는 귀발애를 내려다보며 내심 생각에 잠겼다.
'그가 천마총을 크게 세운 것으로 보아 제 어머니를 끔찍이 여기는 듯한데....... 설마 이제 와서 어머니의 시신을 무시해 버린단 말인가?'
단몽경은 내심 초조함을 금치 못했다.
그는 천마종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부벽공주에 대한 걱정으로 애를 태웠다. 전 무림의 안녕을 위한 존재이긴 하나 그 역시 인간이었다.
'아아....... 그녀에게 화가 있다면 모두 내 탓이다. 제발 무사해야 할 텐데.......'
이때였다.
둥... 둥... 둥!
돌연 북소리가 귀발애를 흔들었다. 북소리와 함께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천마종께서 귀빈을 부르시오."
"귀빈은 나타나 친서를 받으시오."
"우리는 사자일 뿐이니 염려 말고 나오시오."
장한들이었다.
북을 치며 계곡을 오락가락하는 장한들이 있었다. 그들은 네 명이 한 채의 가마를 들고 있었다. 가마 위에는 금빛 봉서(封書) 한 통이 놓여 있었다.
둥... 둥둥!
북소리가 연신 울리며 가마는 계곡 밖으로 나왔다. 가마는 단몽경이 숨어있는 나무 아래를 지났다. 그 순간 봉서는 소리없이 허공으로 빨려 올라갔다.
하나 장한들은 그 사실도 모른 채 여전히 북을 치며 돌아다녔다. 단몽경은 봉서를 뜯어보았다. 그곳에는 천마종의 친필이 들어 있었다.
<무명자(無名者)여, 너의 요구에 승낙하겠다. 하나 천마성모는 시신이고 부벽공주는 산 사람이니, 그냥 바꾸면 공평한 거래가 될 수 없다. 살아있는 부벽공주를 데려가고 싶다면 먼저 천마성모의 시신이 있는 곳을 말하고, 이어 피리소리 나는 곳으로 오라. 승낙한다면 장소성을 울려라. 본 천마종은 너와의 놀이를 시작하겠다.
천마종(天魔宗).>
단몽경은 봉서를 읽고 생각했다.
'역시 천마종답게 치밀하군. 그러나.......'
그는 즉시 입술을 모았다.
"우......."
웅후한 장소성이 일어났다. 한데 그것은 팔방(八方)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그 장소성으로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이는 팔방전성산음소(八方傳聲散音嘯)로서 녹림의 실전된 비기였다.
"우... 우......."
장소성은 약 일 각 가량이나 계속되었다. 그러자 어디선가에서 아름답기 그지없는 피리소리가 장소성을 뚫고 들려왔다.
삘리리... 릴.......
피리소리는 느릿느릿 그러나 나직하면서도 주위 십 리 안의 모든 사람의 귀에 잘 들리도록 퍼졌다. 이때 피리소리를 들은 단몽경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설마 천마종이 그였단 말인가?"
그란 누구를 말함인가?
"나에게 앞으로의 길을 묻던... 천옥룡(天玉龍)....... 바로 그였단 말인가? 그렇다면... 부딪혀 보라고 했던 나의 말이 그로 하여금 천하를 혈세케 했단 말인가?"
단몽경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의 뇌리에는 한 흑삼청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귀발애의 한 채 석옥에서 백만 권의 고서(古書)를 읽고 소일하며 천하를 비웃던 사람, 신비의 흑삼미서생.......
휘... 익!
단몽경은 두려운 상념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듯 신형을 날렸다. 그는 능공허도의 신법으로 허공을 구름을 밟듯이 날아갔다.
귀발애의 깎아내린 듯한 절벽.
절벽의 중간에 빠끔히 뚫린 동혈(洞穴)이 있었다. 동혈은 매우 괴이한 모습으로, 절벽 전체에는 거대한 천마도(天魔圖)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마귀상(魔鬼像)이었다. 한데 마귀상의 입 부분에 해당하는 곳에 동혈이 뚫려있었다. 그것은 악마의 입이었다. 그 입 언저리에 한 자루의 피리가 꽂혀 있었다.
삘리리리... 삘리리.......
괴이하게도 피리에서는 아름다운 음률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람이 불지도 않는데 피리음이 들리다니... 그렇다면 마귀가 분단 말인가?
휘... 익!
마귀의 입 속으로 한 가닥 인영이 날아 들어갔다.
단몽경은 동혈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벽에 지력으로 새겨진 글씨를 보았다.
<부벽은 안에 있다. 이제 너는 나의 어머니가 어디에 있는지 말하라.
사령(死靈).>
단몽경은 글을 읽고 놀라마지 않았다.
그는 처음으로 천마종이 사령이란 서명을 사용한 데 놀란 것이다. 단몽경은 잠시 침음했다. 피리소리는 어느덧 멎어 있었다.
그는 입을 열었다.
"천마성모의 시신은 여기서 칠백 리 동쪽에 있는 상불사(尙佛寺)에 모셔졌다. 수씨(水氏)라는 사람이 맡긴 관을 찾으면 친절히 안내해줄 것이다. 하나 비겁하게 중들을 죽이거나 하지는 말기 바란다."
단몽경이 말을 마치자마자 수십 개의 방향에서 똑같은 음성이 울려왔다.
"약속한다."
그 음성의 전성방법은 단몽경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단몽경은 내심 중얼거렸다.
'다른 것은 모르나 거짓말할 자는 아니다.'
단몽경은 신형을 동굴 안으로 날렸다. 그때였다.
꽈르르... 꽝!
엄청난 폭음과 함께 동굴 입구가 봉쇄되었다. 잠시 후 으스스한 음성이 들려왔다.
"기관이나 독물(毒物)이 널 죽이지 못하면 나의 수하나 내가 반드시 널 죽이리라......."
원한에 찬 음성이었다. 그 음성은 점차 멀어져 갔다.
"......."
단몽경은 암흑 속에 파묻힌 채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동굴은 천연적으로 생겨난 듯했다. 암흑은 아무런 장벽도 되지 못했기에 그는 거침없이 진입했다.
동굴은 급격히 아래로 뚫려 있었다.
갑자기 수직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완만히 경사를 이루기도 했다. 얼마쯤 내려갔을까?
웅... 웅... 웅!
기이한 소리가 동굴 안을 진동시키는 것이 아닌가? 다음 순간 파공성과 함께 무엇인가 검은 물체가 단몽경을 공격했다.
쉬... 익!
그것은 너비가 두 자가 넘는 박쥐였다.
'철마편복(鐵魔 )이 이런 곳에 존재하다니.......'
단몽경은 놀라 내심 부르짖었다.
철마편복은 상고시대(上古時代)의 괴물이었다. 몸 전체가 단단하기가 쇠 같아 웬만한 보검으로도 죽일 수 없는 괴물이었다.
그 뿐 아니라 입으로는 극독을 뿜어냈다. 그 독기를 맡거나 날개에 스치기만 해도 온몸이 경직되어 죽게되는 독성을 지니고 있었다.
쉬... 익!
츠츠츠......!
동굴 안은 수천 마리의 철마편복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삽시에 단몽경은 철마편복에 휩싸이고 말았다.
철마편복의 입에서 나온 독무가 동굴에 가득 찼다. 철마편복은 굶주린 참에 먹이를 발견한 듯 아귀처럼 단몽경에게 달려들었다. 단몽경은 중얼거렸다.
"철마편복을 부리다니, 가극루 사부가 남긴 마경을 제대로 익히긴 했군? 하나 내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어야지......."
단몽경은 중얼거리며 태연히 호흡했다.
역겨운 냄새가 풍기는 독기를 삼켰어도 그는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그는 천외등룡검을 곧추 세웠다.
"뇌정마라섬(雷霆魔羅閃)!"
쌔... 액!
천외등룡검이 흔들린 순간 수천만 줄기의 번갯불 같은 검광이 작열했다.
캬... 악!
피비가 쏟아졌다. 단 일검에 허공을 가득 메웠던 철마편복은 산산조각이 되어 떨어져 내렸다. 좁은 공간은 철마편복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몽경에게 이득을 주었다.
피를 보자 단몽경은 마음 속에서 잔혹성이 솟구쳤다.
그는 잇따라 천마종 가극루의 절대삼절식을 펼쳤다. 그는 쌍장을 떨쳐냈다.
"구천광풍파(九天狂風破)!"
꽝... 꽈르릉!
단 일장에 모든 것이 날아가 버렸다.
단몽경은 빙글빙글 돌며 춤추듯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어느덧 수직 동굴이었다. 그의 일장에 동굴의 모든 장애물이 가루가 되어 제거된 탓이었다.
단몽경은 전면을 바라보며 두 눈에 횃불을 켰다.
원형의 동굴바닥이 모습을 드러냈고, 전면에는 석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석벽에는 무수한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아니, 그려져 있다기 보다는 새겨져 있다고 보는 편이 옳았다. 석벽 한쪽에 지력으로 쓴 글씨가 있었다. 천마종이 남긴 것이었다.
<부벽은 천하제일인에게만 안길 수 있는 계집이다. 그 계집을 구하고 싶은 자라면 적어도 한 가지 수수께끼는 풀어야 한다. 눈 앞의 윤회마겁벽(輪廻魔劫壁)을 부수지 않고 연다면 그녀를 안을 자격이 있다. 만약 벽을 부수다가는 만 근의 화약이 터지게 될 것이다.
사령(死靈).>
단몽경은 뚫어져라 벽을 바라보았다.
'윤회마겁벽은 마도 최고의 기관이다. 약간만 건드려도 통째로 날아간다.'
윤회마겁벽은 기관 중의 기관이었다.
석벽에는 복잡무비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그 무늬의 비밀을 풀 수 있어야만 벽을 열 수가 있었다. 벽에는 수천 개의 마왕상(魔王像)이 조각되어 있고, 귀왕두(鬼王頭)가 어지럽게 춤추는 그림이 있었다.
단몽경의 입가에 한 가닥 조소가 어렸다.
"후훗! 윤회마겁벽은 타인에게는 모르나, 가극루 사부의 진전을 얻은 나에게는 창호지벽 정도일 뿐이다."
그는 이미 윤회마검벽을 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똑바로 선 채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사령, 네가 얻은 마공은 이미 최강의 것이 아님을 보여주마. 단지 네가 보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앞으로 손을 흔들었다. 소리없는 마의 강기가 몰려갔다.
스스스.......
"천황영세멸(天荒永世滅)!"
놀라운 일이었다. 만 근 화약이 담겨있다는 마도 최고의 기관인 윤회마겁벽이 소리없이 그 형태 그대로 먼지가 돼버린 것이다.
가극루가 창안한 절대삼식의 최후초식은 가히 인간 이상의 절학이었다.
단몽경은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윤회마겁벽은 사라지고 그의 앞에는 하나의 우물이 놓여 있었다.
독수(毒水)가 고여있는 우물이었다. 그것은 철괴나 돌이 빠진다 해도 고스란히 녹여버릴 정도로 극랄한 독정이었다. 독정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우물 속으로 내려가라. 이십 장 아래에 철문이 있다. 그 문을 열면 부벽(芙碧)이란 계집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사령(死靈).>
단몽경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후후! 독수로 녹아 죽는다면 네가 섭섭해 할 것이다. 그래서 난 죽을 수가 없지."
그는 독정 안으로 들어갔다.
푸스스스.......
우물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속에 고여있는 독수가 시커먼 흑연(黑煙)으로 화해 동굴을 가득 메웠다. 독연이 닿는 것은 무엇이건 녹아버렸다. 바닥에 깔려있던 철마편복의 살점들이 그대로 흑수가 되어 흘렀다.
그러나 단몽경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독정 아래로 내려갔다.
과연 독정 아래는 철문이 있었다. 철문에는 고리 하나가 달려 있었다. 단몽경은 고리를 잡았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것을 당기면 부벽을 만날 수 있다......."
그의 뇌리에는 사랑스런 여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부벽공주의 아름다운 얼굴이 떠오른 순간 그는 고리를 당겼다.
꽈르르르... 릉!
폭음이 울렸다. 동시에 일시에 모든 것이 허물어져 내렸다. 독정도, 철문, 지하동굴도 가공할 폭음과 함께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단몽경은 보았다.
"아악....... 차라리 죽여다오!"
처절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여인의 모습.
"부... 부벽......."
단몽경은 정신없이 달려들어갔다. 무너져 내리는 돌더미를 맞으며 그는 미친 듯이 달려갔다.
한 칸의 석실이었다. 그곳에는 그가 그토록 그리던 여인이 있었다. 그것도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로!
그녀의 나신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그 뿐이 아니었다. 그녀의 전신을 열 마리의 은빛 괴사(怪蛇)가 칭칭 휘감은 채 혀를 날름대고 있지 않은가?
우르르릉!
단몽경의 머리 위에서 돌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모든 것이 무너져버릴 것이다.
파파파팟!
단몽경의 손에서 창날 같은 지력이 날아갔다. 부벽의 몸을 휘감고 있던 괴사들이 한꺼번에 머리가 부서져 날아갔다.
꽈르릉!
마침내 석실이 무너져 내렸다. 바로 그 순간 단몽경의 몸이 그녀를 껴안았다.
"부벽......."
꽈르르르릉!
그 위로 만 근이 넘는 거석이 떨어졌다. 두 남녀가 한몸이 되는 순간 거석이 그 위를 덮치고 말았다.
모든 것이 허물어져 메워져 버렸다. 석실은 물론 동굴 전체가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일대의 영웅과 미녀는 그렇게 사라졌다.
첫댓글 즐독합니다
잘~~~감상~~~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ㅈㄷㄳ
ㅈㄷㄱ~~~~~~`````````````````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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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사라질수 없는 사람들 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