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들리는 노래마다 장송곡을 연상케 하고,
출근길 반줄은 줄어보이는 듯한 지하철 승객,
신문을, 인터넷을, 사람들 어디를 봐도 먹구름 투성이입니다.
간밤엔 현장에서 사고를 겪은 모든 이들의 안녕이 걱정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의 범위는 점점 좁아져 대구에 계신 친척분들,
카페 회원님들 별일 없으신지 염려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분들과
회원정보만으로 알 수 있는 님들 중 대구분들이 꽤 계시는데
어쩐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무탈하시기 바랍니다.
대구에 있지 않아도,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을 아시는 모든 분들 심정 다 같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피해자와 가족 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사회에서 격리된 듯 버려진 인간,
그에 의해 발생된 돌이킬 수 없는 크나큰 사건.
어떤 경우라도 정당화될 수 없겠지만
비단 한 사람에게만 잘못이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주위를 한번 더 돌아봐야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안녕키를...
**관련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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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방화 120여명 숨져
전동차12량 소실 140여명 부상
정전으로 대피못해 대형참사
신병비관 50대남자가 불 절러
18일 대구지하철에서 50대 남자가 불을 질러 최소한 120여명이 사망하고 138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이날 오전 9시55분께 대구시 중구 남일동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구내에서 진천서 안심 방향으로 운행 중인 1079호 전동차(기관사 최정환)의 5호 객차 안에서 김대한(57·대구시 서구 내당동)씨가 검은 가방에서 인화물질이든 회색 페트병 2개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다른 승객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객차 안에 던져 불이 일어났다.
불은 곧 전동차 6량 전체로 번졌으며 때마침 반대편에서 중앙로역에 도착한 상행선 전동차 6량에도 옮겨붙었다. 특히 화재로 전기가 차단되면서 전동차가 문이 닫힌 채 멈추고 역 구내가 암흑천지로 변해 승객들이 신속하게 대피하지 못한 채 유독가스에 노출돼 피해가 컸다.
경찰은 이 화재로 이날 오후 9시 현재 이창용(56·대구시 동구 신암동)씨 등 52명이 화상이나 연기와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불에 탄 전동차 안에서 40∼50여구의 사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사체를 포함해 소재확인이 안된 것으로 신고된 실종자가 155명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이번 참사로 숨진 사람은 최소한 1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상자도 138명(중상 44명 경상 94명)이 발생해 대구 시내 8개 병원에 분산, 치료중이나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고발생 2시간여만에 대구시 북구 노원동 조광병원에서 치료중인 방화 용의자 김씨를 붙잡아 정확한 방화 동기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2001년 4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실어증과 우울증 증세를 보여온 김씨가 신병을 비관해 자살을 기도하려다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대구시와 지하철본부, 소방본부 등은 현장에 지휘본부를 설치하고 소방관 등 인력 1300여명과 장비를 동원해 화재 진화와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유독가스 분출로 인해 구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이날 사고직후 대구시는 도심으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가 통제됐으며 인근 상가 상인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급 대피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과 병원으로 몰려드는 등 온 도시가 대혼란에 빠졌다.
대구/특별취재반
■사망자 얼마나 되나
18일 일어난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의 정확한 사망자는 도대체 몇 명인가 이날 사고로 숨진 사람들의 수는 최소 100여명에서 최고 200여명 사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 이날 밤늦게까지도 정확한 숫자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
밤 9시 현재 공식 확인된 희생자는 사망 52명, 실종 155명, 부상 138명(중상 44명, 경상 94명)이다. 실종자의 상당수가 전동차 안에서 희생됐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실제로 불에 탄 전동차 안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주검들이 확인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연락이 안 되는 사람들이 실종자 수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실종자 수를 그대로 희생자 수로 계산하기는 곤란하다고 사고대책본부는 말했다.
사고대책본부는 밤 9시 현재 확인된 사망자 외에도 불이 난 전동차에 주검 10여구가 남아 있고, 맞은편 전동차에 30∼40여구가 더 있다고 밝혔다.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밤새도록 지하 전동차에 있는 주검들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주검들이 불에 심하게 타 주검확인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사망자 수는 19일에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고는 출근시간이 막 끝난 뒤, 봄방학중인 학생들과 주부들이 움직이는 시간이여서 특히 여자들과 청소년들의 희생이 컸다. 사고 당시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전기로 움직이는 지하철 출입문이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았으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당황한 승객들에게는 문을 수동으로 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고, 전동차를 빠져나오더라도 어둠 속에서 바깥으로 향한 출입구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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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지하철역 정비사들의 숭고한 희생
O...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방화 현장에서는 지하철 검수팀 장대성(37), 김상만(32)씨가 참사 속에서도 승객들을 먼저 구하고 자신들은 산화해 주위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있다.
이들은 사고 직후 중앙로역 상황실로부터 "화재가 났으니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급히 현장으로 들어가 매연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는 승객들을 차례차례 대피시켰다.
특히 검은 매연이 지하철역사를 가득 메우면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승객들은 물론 역 직원 대부분이 대피하는 과정에서도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화재 현장에 다시 들어갔다.
하지만 검은 화마는 이미 역사에 남아있던 승객들의 목숨을 대부분 앗아간 상태였고 장씨와 김씨도 "역내 기계실에서 승객 10여명과 함께 대피해 있다"는 교신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두절됐다.
결국 이들은 승객과 함께 역내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동료들은 "평소에도 동료의 어려운 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며 "극한 상황에서도 남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준 이들의 숭고한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