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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제너럴일렉트릭)’ 소비자금융 장비리스팀은 지난 2005년 영업망을 늘리지 않고도 3억 달러(약 2800억원)가량의 추가 매출을 올렸다. 새로운 목표고객 선정기법을 도입해 1만 곳의 잠재고객을 새로 발굴하고, 고객 분포에 따라 기존 영업사원과 지점을 재배치한 ‘과학적 영업’의 성과였다.
GE 장비리스팀은 원래 과거 거래실적에 따라 고객등급을 나눴었다. 거래실적이 많은 고객이 최우선고객이었다. 하지만 2004년부터 과거 실적뿐 아니라 미래의 거래가능성까지 고려해 고객 우선순위를 재분류했다. 그 결과 고객기업의 성장가능성과 고객기업이 속한 지역과 산업의 동향, 장비리스에 대한 수요 및 투자예측금액 등이 실제 매출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GE는 상위 30%의 최우선 잠재(potential) 고객을 선발하고, 잠재고객의 위치와 매출액 추정치에 따라 영업지점과 영업사원을 재배치했다.
■ 시스템으로 무장한 과학적 영업
선진 기업들의 영업은 철저히 시스템과 팀워크에 따라 이루어진다. 목표고객에게 전화하는 법, 방문하는 법, 거래를 종결하는 법 등 영업의 전체 과정을 상황별로 매뉴얼로 자세히 정리해놓고, 영업사원들에게 반복해서 교육시킨다. 또 영업사원들이 현장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본사의 전산·기획 등 스태프부서들이 팀워크를 발휘해 지원한다. 영업사원의 ‘개인기’에 의존하던 아날로그식 영업이 사라진 빈 자리를 시스템으로 무장한 과학적 영업이 메워가고 있는 것이다.
영업에 쓰이는 분석기법이나 도구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는 영업사원들을 위한 전용 웹사이트에 각 지역·지점·영업사원별 과거 영업실적뿐 아니라 잠재고객의 분포와 성향 등 영업확대에 필요한 정보들을 수록해 놓고 있다. 또 현장 영업사원과 본사 영업지원팀이 수집·분석한 정보를 매주 업데이트한다. 시스코 영업목표치의 정확도가 99%에 달하는 것도 과학적 영업관리 때문이다. 영업사원들은 휴대용 PDA 단말기를 통해 어디서든 손쉽게 본사 웹사이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PDA 단말기에는 고객들의 주문·결제내역 등 최신 정보가 자동 업데이트될 뿐 아니라, 영업사원 개인이 추가로 영업실적을 올릴 때 받을 수 있는 연말 성과급 액수까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 아날로그식 영업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
대부분 한국기업에서 영업은 아직까지 주먹구구식이며, 개인기 위주다. 매출액 목표는 정밀한 자료분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상위 관리자의 지시에 의해 임기응변으로 만들어 지는 게 보통이다. 또 지역·고객·영업사원별 차이에 관계없이 모든 지점과 영업사원에 똑같은 목표치가 부여된다.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목표치는 영업사원에 따라 지나치게 높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낮게 느껴질 수 있다. 당연히 영업성과도 큰 차이를 낳을 수밖에 없다.
회사는 구체적으로 영업사원이 어떤 행동을 했길래 영업 성과가 좋게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영업사원이 영업을 잘 한 덕분인지, 아니면 담당 지역과 고객을 운 좋게 잘 만난 건지도 모른다. 내년에 어떤 영업사원이 얼마나 더 잘 할 수 있을지 정확히 예측할 도리도 없다. 영업이 주먹구구식인 만큼, 내년에도 운이 좋기를 바랄 뿐이다. 한마디로 영업의 핵심 노하우가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블랙박스 속에 감추어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우리도 훌륭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반박할 것이다. 글로벌 기업에 못지않게 CRM 하드웨어에 상당한 투자를 해 온 때문이다. 하지만 IT 투자액이 많다고 영업성과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CRM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 사고와 이를 뒷받침할 조직, 인력에 대한 투자다. 한국기업들 대부분은 비용만 투입했지 CRM 시스템을 수시로 업데이트하지 않을 뿐더러 취합된 고객정보를 영업전략 수립에 제대로 활용하지도 않는다. 베인의 연구결과, 외국기업들의 CRM 정보 활용도를 100으로 볼 때 한국기업들의 활용도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