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만 해도 신나는 꿈
이동순 시인께서 시집을 보내오셨습니다.
등단 50주년을 기념하여 내신 귀한 시집입니다.
그간 펴낸 21권의 시집을 더듬어 만드셨다는
『생각만 해도 신나는 꿈』
내가 꽃씨 조금 보내드린 걸 기억하시고
제일 먼저 내 이름을 기록해 두셨다고 합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예천여고에 근무할 때
선생님께서 내신 시집 『봄의 설법』을 구입하여
학생들의 생일 선물로 줬던 기억도 있습니다.
저는 서정적인 내용의 시를 좋아하거든요.^^
선생님께서는
김천 태생으로 나와 고향이 같으십니다.
오래 전에 선생님의 ‘어머니’란 시를 읽었는데
첫돌도 되기 전에 어머니를 잃으셨다고 하여
나도 몰래 눈물을 흘렸던 일도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얼마 전에
어머니 돌아가신 지 71년 만에
완전히 흙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님의 유해를 합장해 드렸는데
가슴이 설레고 벅찼다고 하시더군요.
그나저나 시집의 제목
‘생각만 해도 신나는 꿈’이 과연 뭘까요?
마음이 맑고 향그런 사람들끼리
흐뭇하게 둘러앉아 웃고 있는 꿈이라고 합니다.
남과 북의 아이들이 한데 모여...
저의 꿈도 그렇습니다.^^
*
서시 /이동순
이 땅에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죽어서
남아 있는 어린 것들을 제대로 살아있게 한다.
달리던 노루는 찬 기슭에 무릎을 꺽고
날새는 떨어져 그의 잠을 햇살에 말리운다
지렁이도 물속에 녹아 떠내려가고
사람은 죽어서 바람 끝에 흩어지나니
아 얼마나 기다림에 설레던 푸른 날들을
노루 날새 지렁이 사람들은 저 혼자 살다 가고
그의 꿈은 지금쯤 어느 풀잎에 가까이 닿아
가쁜 숨 가만히 쉬어가고 있을까
이 아침에 지어먹는 한 그릇 미음죽도
허공에 떠돌던 넋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리라
이 땅에 먼저 살던 것들은 모두 죽어서
남아 있는 어린 것들을 제대로 살아있게 한다
성난 목소리도 나직이 불러 보던 이름들도
언젠가는 죽어서 땅위엣것을 더욱 번성하게 한다
대자연에 두 발 딛고 밝은 지구를 걸어가며
죽음 곧 새로 태어남이란 귀한 진리를 얻었으니
하늘 아래 이 한 몸 더 바랄게 무어 있으랴
*
어머니 / 이동순
어머니와 내가
모자간의 인연으로 이 세상을
함께 살았던 시간이란 고작 열 달
무슨 볼일 그리도 급하셔서 어머니는
내가 첫돌도 되기 전에
내가 땅에 두 발을 딛기도 전에
서둘러 가신 것일까
생각하면 때로 어머니가 야속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어린 핏덩이를 남기고 떠나실 즈음
어머니 심정이야 오죽 하셨으랴
사진도 한 장 없고
어찌 생기셨는지 얼굴조차 모르지만
그 어머니께서 늘 내 속에 와 계시고
도 자식 옆을 잠시도 떠나지 않으시며
살아계실 때처럼 이것저것
보살펴주신다는 것을
나는 안다
*
흘러간 날 / 이동순
그대와 마주 앉아서
해가 아주 저물어버린 날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브 몽땅이나
줄리에뜨 그레꼬의 샹송을 들었던 저녁이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서 음악도 꺼지고
길거리의 가로등이 하나둘 밝아올 때도
우리는 불을 켜지 않고
어둠 속에서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던
어느 흘러간 날이 있었습니다
첫댓글 한동안 소식이 뜸하시더니 시집은
출간하셨군요 이동순샘과 정샘은 스타일이 비슷하신 것같습니다 특히 선한 인상이 그렀습니다
오래전부터 우리가요에 해박하셔서
라듸오 프로도하시더니
요번 시집은 더욱 축하할 일이군요
'개밥풀' 시집을 낼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그 동안 낸 시집들에서 가려 뽑은 것이라고 합니다.
음악에도 아주 조예가 깊지요. 아코디언 연주도 일품이고요.
참 대단하신 분입니다.
제목은 참 좋은데
엄마와의 짧은 인연은 참으로 애닯습니다.
받아도 늘 아쉬운 엄마의 정인데~~
평생 그리워하시다가 얼마 전에 아버지와 합장을 해 드렸다고 해요.
어머니 무덤엔 한 줌 흙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http://www.100ssd.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439
@정가네(김천) 옹이를 어머니인양 주머니에 얼른 넣으셨다는
대목에서 찐한 감동이 전해져 오네요.
좋은 기억만 남아 있을 두 분은
71년이 지나서 다시 만나도 여전히 애틋하시겠지요.
함께 모셔두고 오신 시인님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이 시집을 구매해봐야겠습니다.
정가네 선생님 주변엔
이렇게 좋은 분들만 계신가 봅니다.^,^
@나 영(서울) 전쟁통에 태어났는데 모친이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 받아 돌아가셨다고 해요.
그 후로 어린 시절을 어머니 없이 자랐으니 더욱 애통했고
우리 전통가요에 빠져 '한국 근대 가수 열전'도 냈지요.
색스폰과 아코디언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는 멋쟁이 시인이기도 하지요.
생각만 해도 신나는 꿈
참 좋은 시집이구나 하고 읽어내려오다
어머니에서 딱 걸렸습니다
태어난지 한달만에 전장으로 떠나셔서 삼년만에 한줌 재로 돌아오신 아버지 생각에ㅡ
엄마가 재혼을 해서 새아버지 곁으로 가시는 바람에 합장을 해드릴수도 없는 ㅡ
외로운 아버지 봬러 어제도 현충원에 다녀 왔어요
아하, 콜라만 님도 그런 아픔이 있으시구나.
이동순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첫 시집 '개밥풀'에 잘 드러나 있지요.
전 왜이리
자꾸 눈시울을
적시는지요?
이동순님 고향이
저희 고향이네요
근데 전 생소한 성함이고 첨들어봅니다
그 핏줄이 뭐길래
저리도 절절할까요?
저도 그옹이를
어머니인양 주머니에
넣으셨다는
그대목에 절절한 그마음 자꾸 글씨들이
흐릿해져서 글씨도
잘 안보이네요
네. 정말 기억도 못하는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젖어 지낸 분이지요.
돌도 지나지 않은 나이에 전쟁통에 어머니를 잃었으니 뭐...
제목은 밝음인데 내용이 마음을 흔드네요 ㅎ
감사합니다
6.25전쟁 중에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 하셨던가 봐요.
작가는 평생토록 어머니를 그리워하셨지요.
이 세상 종착역에 닿으면, 천국 가는 차표 끊어, 어머니 만나실거라 믿습니다.
그렇겠지요.
무지무지 반가워하실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