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
1 사랑의 포기
평생 선천적 시각장애인으로
산 남자가 있었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된 검사도 받지
못하다가 중년의 나이에 삶이 안정되어
생전 처음으로 안과를 찾았습니다.
검사 결과 놀랍게도 수술만 하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수술 비용도 크지 않았지만 남자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수술을 포기했습니다.
의사는 평생 소원인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데
갑자기 포기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스무 살에 만나 결혼한 아내가 있습니다.
아내는 누구보다 심성이 고왔지만 얼굴에
흉한 화상 자국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내가 나를 택한 것은 자신의 크나 큰
약점을 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결혼의 한가지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저는 아무 상관이 없었지요.
그런데 제가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아내가 자기 얼굴을 보고
제 마음이 멀어질까 봐 걱정하는 걸 느꼈습니다.
아내 덕분에 제가 이렇게 살 수 있었기에
아내가 어떤 모습이든
저는 사랑할 자신이 있습니다.
다만 제가 아내의 얼굴을 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내는 마음이 불편할 겁니다.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인 저를 믿고
살아준 아내를 위해 저는 수술을 포기하겠습니다.”
국내에서 실제로 있었던 아름다운 실화입니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유익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2 有短取長(유단취장)
조선의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은
사물의 원리를 관찰한 "관물편"에서
단점이 있어도 그 속에 있는 장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호 이익 선생 댁 마당에 감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한 그루는 대봉 감나무지만 일 년에 겨우 서너 개 열렸고
다른 그루는 많이 열리지만 땡감나무였다.
마당에 그늘도 많아 지고
장마 때면 늘 젖어 있어 마당이 마를 날이 없었다.
둘 다 밉게 여긴 성호 선생이 톱을 들고서
한 그루를 베어 내려고 두 감나무를
번갈아 쳐다보며 오가고 있었다.
그때 부인이 마당에 내려와 말하였다.
"이건 비록 서너 개라도 대봉시라서
조상 섬기는 제사상에 올리기에 좋죠.
저건 땡감이지만 말려서 곶감이나 감말랭이
해두면 우리 식구들 먹기에 넉넉하죠."
그러고 보니 참 맞는 말이다.
성호 선생은 둘 다 밉게 보았고,
부인은 둘 다 좋게 보았다.
밉게 보면 못 났고, 좋게 보니 예쁜 것이다.
단점 속에서 장점을 취한 부인의 말을 들은
성호 선생은
톱을 창고에 넣고 나오면서 웃었다.
'하하하, 有短取長이구나.'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취할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든
장점만 갖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런데 장점은 보려 하지 않고
보이는 단점만 지적하여
그를 나무라고 비난한다면
그 사람의 장점은 빛을 잃고
더욱 의기소침 해질것임이 분명합니다.
有短取長이라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볼 줄 알고
취할 줄 알아야 한다.
성호 이익 선생이 들려주시는 양면을 모두
볼 줄 아는 통섭(統攝,consilience)의 가치관입니다.
3 인연의 시간
사람에게는 누구나
정해진 인연의 시간이 있습니다.
아무리 끊으려 해도 이어지고,
아무리 이어가려 해도 끊어집니다.
그렇기에 인연의 시간을 무시하고
억지로 이어가려 한다면
그 순간부터 인연은 악연이 됩니다.
인연과 악연을 결정짓는 건
우리가 선택한 타이밍 입니다.
그래서 항상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행복이 오고,
항상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위로를 받고,
항상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답을 찾습니다.
참 인생은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풀리는 것 같습니다.
늘 좋은 분들과 좋은 생각 좋은 일로
행복한 시간되십시요!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