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일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흔한 한드가 그렇듯 제목은 '기상청 사람들'이지만
결국 기상청에서 연애하는 로맨물가 주된 내용.
하지만 나름대로 기상청의 충실한 취재와 고증으로
기상청 사람들의 고충을 나름대로 잘 그리고 있는데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하나같이 다사다난하고 인생 고달픈게 또다른 특징.
기상청 총괄2과장, 총괄예보관 진하경
입사하는 순간부터 기상청의 에이스로 촉망받으며
엘리트 코스를 정석대로 밟아온 에이스 of 에이스.
대학교 CC로 시작해 사내연애로 이어지며
결혼까지 약속한 남자한테 파혼당한 이후
온 사내에 쪽팔림은 쪽팔림대로 당하고
그 트라우마로 인해 사내연애를 극도로 꺼리고
결국 새로 사내연애를 시작한 이후로도
혹시라도 소문나지 않을까 전전긍긍.
사내연애를 감추려고 회사 안에서는 애인에게
더 차갑고 냉정하게 맺고 끊는 모습을 보이는데
본인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있음.
드라마의 슈퍼우먼 캐릭터로서는 이례적이게도
'결혼 없는 연애'에 대해선 격한 거부감을 보이는데
어린시절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하고
홀어머니가 생고생하며 가정을 건사해왔다보니
불우했던 어린시절 상처에 대한 반작용으로
'결혼'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임.
기상청 총괄2과 특보 이시우
진하경이 좋은 학벌과 수석입사 등
정석적인 에이스의 길을 밟아왔다면
타고난 기억력, 계산력, 예측력, 그리고 육감으로
현장에서 짬밥 먹어가며 급속도로 성장한 에이스.
동거하던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진하경과 사내연애를 시작하지만
철저하게 '비혼주의'를 고수하고 있는데
사실 동거하던 여자친구에게 차였던 이유도
결혼까지도 생각하던 여자친구에게
결혼에 대해선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았기 때문.
당연히 '결혼'에 애착이 있는 진하경과도
연애과정에서 삐걱거리는데
사실 막장 of 막장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불우하고 기구했던 어린시절에 대한 트라우마
그리고 막장스런 아버지가 여전히 살아있는
현실적인 걸림돌이 작용한 비혼주의임.
이시우의 아버지는 개쓰레기 그 이상의 폐기물인데
그에게 하나뿐인 아들 이시우는 돈 나오는 구멍,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
시시때때로 아들에게 돈 뜯어가기에 혈안이라서
번듯한 기술직 공무원인 아들이
월세방 보증금도 없어서 쩔쩔매게 만드는데
뜯어간 돈으로 생산적인 일을 하는것도 아니고
도박 전전하고, 사기치고, 기둥서방짓이나 한다는거
아들이 아버지 면상에 죽빵을 스트레이트로 꽂아도
패륜이라고 욕은 커녕 칭찬받을 폐급 부모인데,
이시우는 그런 아버지를 매몰차게 쳐내지 못하고
번번히 끌려다니고, 소심하게 화내며 반항할 뿐임.
이러한 모습은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으로 보이는데
폐기물 아버지라 할지라도 유일한 혈육이고
그나마 의지할 곳이 아버지 밖에 없었다보니
어린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정서적 학대를 당해 옴.
그나마 투정이라도 부릴수 있는 피붙이 하나 없는
드라마 상 최고의 짠내 & 고구마 캐릭터.
기상청 대변인실 통보관 한기준
쓰레기. 찌질이
딱 두 단어로 정리 가능.
진하경의 20대와 30대 절반을 다 바친
장기연애의 상대방이자 약혼남이었는데
어린 기상청 출입기자와 눈이 맞아서 바람피우고
파혼하기 무섭게 새 여친이랑 결혼해버린 놈.
진하경과 함께 살 신혼집의 가구들을 홀랑 가져가고
심지어 신혼집 아파트 지분 절반 내놓으라고
전 약혼녀에게 내용증명까지 보내는
상 찌질이에 상 또라이에 상 병신.
내용증명 받고 개빡친 진하경의 사자후로 인해
함께 넣기로 한 청약통장에 꼴랑 500 넣어놓고
절반 내놓으라고 날강도짓 하려던거
회사 사람들 앞에서 만천하게 까발림 당함.
지가 먼저 약혼 깨놓고 욕먹을까 전전긍긍하는데
정작 새 여친이자 지금의 아내 앞에서는
사사건건 전 여친 들먹이며 비교질하고
짜증과 히스테리는 부릴대로 다 부리며
아내의 전 남친이었던 이시우에겐 열폭하는 등
가히 찌질함과 병신스러움의 끝을 달리는 캐릭터.
문민일보 기상전문 기자 채유진
기상청 출입기자로 이시우와 동거를 끝내고
한기준과 눈이 맞아 결혼까지 골인했지만
한기준과는 달리 최소한 바람은 아니었음.
주인공 여주의 남친 뺏어간, 어리지만 철없고
생각도 짧은 악녀 캐릭터인가 싶었지만
한기준과 비교불가로 속 깊고 어른스럽고 성숙함.
사사건건 전여친과 비교질하고 전여친 신경쓰고
조강지처 버리고 '결혼해준 은혜' 내세우는 남편
심지어 열폭에 미쳐서 전여친 연애증거 잡겠다며
어머니(시어머니) 생신 식사자리도 빠진 남편 대신
어머니 선물도 준비하고 식사자리도 혼자 챙기는
거의 부처님 급 멘탈을 보유한 속깊은 아내.
기상청 총괄2팀 선임예보관 엄동한
어린 후배 진하경이 치고 올라와 과장 진급 까이고
나이 어린 후배를 상사로 모시게 되었음.
보통 이런 캐릭터는 찌질하거나 음험하기 마련인데
이 아저씨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름.
비록 과장 자리는 뺏겼지만
절대 실력은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짬밥에서 오는 통찰력은
상사인 진하경보다 한수 위.
하는 행동은 전형적인 멋대가리 없는 아저씨지만
실력은 기상청 내에서도 손꼽히는 에이스급.
진하경에게 열등감이나 질투도 느끼지 않고
진하경이 평정심을 잃거나 당황했을땐
훌륭하게 멘탈을 잡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진하경이 자신의 부재시에 과장의 대리 역할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능력있고 든든한 선배.
하지만 평생을 외근직으로 뺑뺑이 돌며 살다보니
하나뿐인 딸과 아내와의 사이는 어색하기 그지없고
모처럼 본청으로 올라와 한집에서 사나 싶었는데
자기를 부담스러워하고 거슬려하는 가족 때문에
결국 못 참고 다시 집을 나와 기러기 아빠를 자처.
평생 일 밖에 몰랐던지라 하나뿐인 딸에게
심각한 육가공품 알러지가 있다는 것도 몰라서
딸에게 햄 반찬을 줘 사달이 나게 만들기도 함.
결국 아내와 갈등과 오해가 겹치고 겹쳐
이혼해달라는 통보까지 받게 된 비운의 아버지.
엄동한 선임의 아내 이향래
평생을 외근직으로 뺑이치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사사건건 거슬려하고 구박하는 악처로 보였으나,
사실 지나치게 가정에 무관심한 남편으로 인해
동네에선 혼자 딸 키우는 홀어머니 취급을 받았고
딸의 모든 육아와 교육을 혼자 떠안아야 했음.
남편의 부재로 인한 상처와 피해의식을 갖고 있고
그 와중에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다는 오해까지 해
남편에게 이혼 서류까지 들이밀게 되었음.
엄동한 선임의 딸 엄보미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를 어색해하고
엄마에겐 아빠랑 이혼해도 상관없다고 말하며
고구마와 뒷목을 잡게 하는 것 같았지만
아빠를 싫어해서 그랬던게 아니라
진짜 어색해서 어찌 해야할지를 몰랐을 뿐.
아빠의 직장에 체험학습을 하러 갔다가
아빠 직장 동료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자기를 보고 어린애처럼 좋아하며 장난을 치고
동료들 앞에서 딸자랑하느라 신이 난 아빠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기 싫었던건지
아니면 직장 동료들 앞에서
아빠 체면 깎이는 모습을 보기 싫었던건지
극심한 알러지가 있는 반찬을 덥썩 받아먹었다가
호흡곤란과 발진으로 응급실에 실려가기까지 함.
하지만 아빠에 대한 원망은 일절 하지 않으며
오히려 밤새 병원을 지킨 아빠를 걱정하고
엄마가 쓰던 이혼서류른 보면서 심란해 하는
알고보면 속 깊고 어른스러운 중학생.
기상청 총괄 2과 통보 주무관 오명주
입사 초기에는 진하경처럼 촉망받는 에이스였으나
사내연애 결혼 후 가정에 신경쓰며 텐션이 떨어져
지금은 그럭저럭 조용히 할일 하는 짬중사 포지션.
열정이 없을 뿐이지 실력은 어디 간게 아니라서
실수 없는 완벽주의자로 평가받았지만
남편이 나이어린 상사에게 깨지는걸 지켜봐야 했고
결국 남편이 5급 시험을 위해 휴직을 결심.
남편이 어느정도 분담해주던
가사와 생활비까지 몽땅 떠안게 되며
갑자기 짊어진 부담에 결국 번인이 왔는지
생전 안 하던 실수를 하며 멘붕하기까지 함.
그래도 힘겨운 현실의 무게에 눌려 움츠러들지 않고
허허 웃으며 나름의 방법으로 이겨나가는
여장부이자 장군 스타일의 캐릭터.
드라마에 캐릭터들 하나같이 다사다난하고
스토리도 부침이 많아서 고구마 같단 평가가 많지만
각 캐릭터마다 개성이 명확하게 살아있고
이분법적이고 정형화된 선악 구분이 아니라
(유일하게 한기준은 그냥 병신 맞음....)
캐릭터의 서사가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건
참 괜찮은 장점인 것 같음.
첫댓글 요새 좀 고구마만 있고 사이다가 없는건 맞는데....이 드라마는 뭔가 정이 가요.... 그냥 너무 우리네 삶같아서ㅠㅠㅠㅠㅠㅠ
처음엔 '쟤 뭐야?' 싶었던 캐릭터들이 회차가 지나면서 그 이유가 납득이 되는게 점점 정을 붙이게 되는 원동력인거 같아요 ㅎ
@_jeongjaehyun 그쳐ㅋㅋㅋㅋㅋ 이 드라마 자꾸 애정생겨요 정가요ㅋㅋㅋㅋㅋ
채유진도 바람 맞지않아요?? 헤어지기 전부터 한기준이랑 만난거 아니었나...?
한기준이랑 다르게 채유진은 바람인지 환승인지 딱 부러지게 묘사되는거 같진 않더라구요
@오즈의 마술사 유진이 바람 맞아요 한기준하고 신혼집에서 잤잤하고 시우한테 헤어지자고 하잖아요
엄보미 엄마는 '피해의식' 단어로 간단하게 정리 하기 에는 남편이 지방 근무를 너무 많이 돌아서 너무 힘든 삶을 살았는 걸요.ㅠㅠㅠㅠ 사람들이 미혼모인줄 알았다는데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