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문학동네, 2004년 여름
첫댓글 that`s ok!
괜찮아 괜찮아 토닥토닥~~~ㅎ
완전히 내 심정을 대변한 시... 내 아이는 그 이후로도계속 울었지만 ...그래서 한참을 아이가 울 때마다 따라 울었지만... 다만 괜찮아..라는 말을 몰라서...
비처럼 스며드는 그 말ㅡ, 괜찮아.... 아, 당신의 그 말에 상처도 눈 녹듯이 녹으리...
지금은 소설을 주로 쓰시는 한강님이군요 ''
시도 소설도 아주 잘 쓰시는 분
때론 안괜찮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위로하면서 살아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