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시절의 동복은 곤색이었다.
흰 카라에 모직 곤색 동복.
참 멋졌다.
그런데 내 동복은 검정색이었다.
양장점표가 아닌 엄마표 동복.
늘 부끄러웠다.
지금도 내 동복을 기억하는 친구들이 많다.
한복지로 만든 검정 내 동복을.
겨울 바지를 꺼내 입어 보니
주먹 두 개가 들어갈 만큼 공간이 남는다.
일흔이 훌쩍 넘은 어르신이 운영하는 수선집에 바지 세 개를 맡겼다.
"속주머니도 하나씩 달아주세요."
허리를 줄이면서 주머니까지 부탁했더니
주머니 하나에 7천원씩이라고 하신다.
며칠 후 바지를 찾으러 가니
아뿔싸!
속주머니 달기는 불가능하다면서
겉주머니를 달아놓으셨다.
검정 바지에 곤색 주머니.
파란 바지에 연두색 주머니
밤색 바지에 회색 주머니.
웃음이 났다.
그리고 엄마 생각이 났다.
곤색 교복입는 학교에 검정 교복을 입혀 보낸 엄마가.
"주머니를 바지속으로 달아달라고 했잖아요"
암만 얘기를 해봐야
우리 엄마랑 똑같은 답이다.
"주머니야 어디 있든 어떠냐,
주머니만 있으면 되지"
"교복색이 좀 다르면 어떠냐,
겨울에 따스하게 입고 공부만 잘하면 되지"
주머니값 2만 천 원은 드릴테니
제발 떼달라고 했다.
엄마 생각에 더는 입뻥긋 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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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엄마 생각
베리꽃
추천 1
조회 381
24.11.02 16:12
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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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파란 바지에 녹색 허리띠까지는 괜찮지만 녹색 주머니는 너무 했지요?
뭐가 중헌디~
색깔이 무슨 대수여
주머니만 있으면 되지요
오히려 더 돋보이고 좋을것 같은디요
이장사모님~
왜 그러시옵니까.
아직은 여잔디.ㅎ
어르신에게 옷을 맡긴 제 불찰을 한탄하옵니다
역시, 꽃님은
여고시절부터 복주머니가
주렁주렁 ㅎ
복주머니만 주렁주렁하면 뭐해요.
가을이 속절없이 가는데요.ㅎ
귀동냥으로 정보를 좀 알고 맡겼더라면....
패션감각 살려 이쁘게 리폼해 주는
수선집이 많더만
아쉬움 백배내요
아니 그나저나
주머니 1개 다는데 7천원이라니!
왜그래 비쌉니까?
것도 색상도 다른걸로 겉에 덧대서 붙여놓고
아...정말 왕짜증 나겠어요
주머니 다는데 7천 원 할 만 하더군요.
다시 떼기도 어렵게 꼼꼼히도 바느질 해놓으셨더군요.
엄마생각 아니었으면
주머니값 못 드린다고 시위좀 하고 싶었지요.
잘 지내시지요?
미지수님♡
아고 정말 황당하셨겠어요 주머니요
그 옛날 사춘기에도 엄마가 해주신 교복 입고 다니는 효녀셨네요
지금 애들같으면 택도 없을텐데요
근데 주머니는 너무 했네요ㅎ
한복만드는 천으로 손수 재봉틀에서 교복을 만드셨으니
색깔은 고사하고라도
교복형태나 제대로 갖추었을까요.
사춘기 여고생이 그래도 효녀였나봅니다.
@베리꽃 해주시는 분 이나 입는 분도 대단하세요
@산 나리 얼마 전에 동창생을 만났는데 제 교복 얘기를 하더군요.
그땐 부끄러웠는데
이젠 돌아가고픈 그리운 추억이 되었네요.
한번이라도 그 교복을 입어봤으면
싶은 마음요.
@베리꽃 그리운 엄마에 사랑이 담긴 하나밖에 없는 귀한 옷이지요
그래서 추억이 아름다운가봐요
왜 아니 부끄럽겠어요 ㅠ
엄니 말씀은 뭐든 다 옳아! 이 생각에,
꾹!참는 꽃님의
이쁜 마음~~^
교복 하나가 여고시절 제 가심을 까만 숯검댕이로 만들었네요.
그래도 엄마를 원망하지는 않아요.
그것도 사랑이었으니까요.
약간 티나게 입는 것도 개성인데
주머니가 바깥에 그것도, 바지색과 다르게 붙었으니 더 멋쪄 보일 것 같은디요. 내 생각으로는....
그 어르신 취향이
바퀴장님을 쪼매 닮은 것 같아요.
그 어르신이 뭔 죄가 있겠어요.
그 옷을 잘 소화시킬 것 같은 촌스런 청풍할매가 문제지요.
ㅋㅋ
감이 옵니다..
감의 계절이군요.ㅎ
그래도 알레마나에서
30만원 주고 산 바진데 색깔다른 주머니가 웬말인가요.
@베리꽃
감 차이가 ㅎㅎ
@베리꽃 운동복에 주머니를 달아달란 말은 왠일인가요?
오빠들 음료수값?ㅋ
마음이 곱습니다.
아무소리 않하고
주머니값을 다 주셨으니...
두 번 양보해 봤네요.
엄마표 교복을 입고 다닌 것과
주머니값 다 드린 거.ㅎ
제가 착하지요?
그러셨군요.
참 마음고생이 심하셨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으니 앞으로의 삶은 즐겁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저 같으면 학교 때려치고 검정고시 준비했을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제 별명이 양반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전혀 양반이 아닙니다.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아갑니다.
사무실에 나와있는데
오후에 아들에게서 안부전화가 왔었습니다.
제가 말했죠.
"출세하려하지말고, 돈 많이벌려고도 하지말고, 좋은 집, 좋은 차 욕심내지 말고
만원짜리 한장 들고 나가
네 처와 떡볶기나 호떡 사먹어라
시간 되면 고궁산책이라도 하고
함께하는게 중요한 것 같더라~":라고요.
무조건
행복하십시요
그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벼운 휴일 저녁되십시요~ ㅎ
자녀분에게 이르시는
말씀들이 양반맞으시네요.
지금같으면 엄마고생 덜 시키고 검정고시볼 생각을 했겠지요.
그래도 빛깔고운 추억이 되었네요.
교복 컬러가 모두 곤색인데 혼자서만 검은색을 입었으니,
선도부 선배 언니들에게 찍혀 고생한 얘기가 나올 것 같아 걱정했는데,
그런 내용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그건 그렇고
중매쟁이들과 낚시에 걸린 님의 접선 건은 어떻게 끝났나요?
그렇네요.
왜 선도부선배들이
무사통과시켰을까요.
암만 세월이 지나도
그 교복은 어제 입은 듯 선명하게 남아 있네요.
청풍명월(淸風明月)땅, 우리 베리꽃님 잘 계시지요.
쓰신 게시물에 한동안 읽고 생각에 잠겨 봅니다.
쉽지않은 유년시기를 슬기롭게 지내오신 글같아
참 꿋꿋하게 잘 살아오신 분 같아 절로 고개 끄떡여 봅니다.
이제는 바깥양반과 함께 평안(平安)하게 노년생활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지내시라고 추천(推薦)드립니다.,^&^
검정 교복은 추억속에 묻어버리고 청풍명월 자연속에서 자연인과 유유자적 잘 지내고 있어요.
그 불편했던 추억이
나이먹어가니 단풍보다 더 곱게 느껴지네요.
꼬맹이 때 성탄절 날 연극발표회에 천사역할을 맡았어요.
엄마는 한복 속치마를
동동 말아 박음질 해서 천사드레스를 만들어 주셨죠. 창피했어요.
요즘 입으면 바로
인싸 되는데...ㅋㅋ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군요.
그래도 천사가 젤이지요.
곧 크리스마스 계절이 돌아오네요.
전 ㅠㅠ 그런 교복입은 또래라도 마주치면 내 꼴이 창피해서 고개 숙이고 지나쳤는데
지금도 마음에 트라우마가 된 교복입은 여학생 무리들
ㅎㅎ주머니 밖으로 빼주신 수선집 할머니 미적감각이 현실적예요
아무래도 속주머니보다는 겉주머니가 실속있긴 하지요.
추운 날 손도 집어넣으면 따스해 지구요.
올해도 운선님 못 뵙고 남은 계절이 속절없이 가고 있네요.ㅠ
주머니를
왜 떼어내세요~
때는 바야흐로
개성시대..ㅎㅎ
저도 간혹
우스운 패션으로
우리자매들에게 핀잔을 받아요..
그나마
꼴이 받쳐줘서
다행이라나뭐라나..ㅎ
엄마의 손 땀이
들어간 그 교복에
가슴이 지릿해져옵니다..
쉿!
요석님께만 살짝 비밀.
댄스복 바지여서.ㅎ
@베리꽃 알레마나 바지에
만다꼬 주머니는??
ㅎㅎ
알 수 없어요~~ㅎ
@요석 배추잎사귀 하나씩 넣어서 음료수 사먹으려고.ㅎ
어머님 뼈아프게 그립지요 지금도요?
나도 어머님이라 즐겨 부르던 장모님 보내 드렸습니다.
추억만 쌓여 있습니다.
사위사랑은 장모님이라셨는데
장모님이 하늘나라로
거주지를 옮기셨군요.
이제 제주도는 누굴
보러 가신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