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계절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열면 오소소 찬기가 들어
아궁이 앞에 앉아 솔갈비 불쏘시개로 불피우는
상상이 좋고
한낮이면
따끈한 볕이 서둘러 입은 어중간한 추동복에
달라붙어 끈적한 더위를 느끼게 해줄 때면
제인에어가 이 계절 이 볕 길을 걸어
사무치게 짝사랑하는 로체스터씨의 저택으로
걸어가던 상상을 한다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 들녘 저 쪽에
큰 체구의 무뚝뚝한 남자 로체스터씨가
쏘는 듯한 가을볕을 받으며 우뚝 서서
작고 약하고 고집이 센 그러나
너무나 사랑하는 제인에어를
바라보는 그런 늦가을 볕이 나는 좋다
스산한 늦가을
푹푹 빠지는 낙엽길을 걸으며
크고 넓은 바바리코트의 주머니를 생각하고
코트의 넓은 깃을 돋보이게 해줄 스카프를
소망한다
내게 없어서 소망하는 것이 아닌
지난 어느 날 귀하게 받은 고급원단의
스카프를 이번 가을엔 제 몫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에 골몰하고 이루어 지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허나
목이 짧고 채수가 작은 열악한 신체 조건을
지니고 태어난지라 목에 뭘 둘러서 옷을 살리고
외모와 맵시의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은 내게 고역이다
유튭을 보면 멋지게 매는 법이 나오는데
밸밸 꼬아 발랄하게 보이는 법
손가락 요술로 요리조리 넣고 빼내어
나비도 만들고 제비도 만들고
망토처럼 넓게
펴서 아예 어깨를 감싸기도
어떤 이는 세라 복 칼라처럼
두르고 다니고
스카프 한 장으로 의상 핏을
살리고 죽이고들 잘들 하는데 말이다
글을 쓰다 보니
내 의식 바닥에 스카프에 대한
단단한 로망이 슬며시 고개를 쳐든다
영화 만추에 나오는 여주들의 바바리와
스카프에 대한 기억의 로망 조각들
나는 만추에 나오는 역대 여주들을 다 기억한다
문정숙 김혜자 탕웨이
세 번의 영화 중에서 언제나 기억에 남는 것은
그녀들이 걸쳤던 바바리와 스카프다
절망적인 몸짓에 절망적으로 어울리던
바바리 아무렇게나 두르고 아무 바람에나
흩날리던 스카프
영화 만추처럼 바바리와 스카프의 조화가
어둘리던 영화가 있던가
마구 걸친 듯한
두른 듯한
마구 살게 했던
지난 인생길처럼
지향없이 걷다가 쓰러지듯
주저앉은 가을 벤치 위는 낙엽으로 이미
만석
주인공은 낙엽에 마저 밀려난 듯한
구겨지듯 절망적인 표정이
그대로 옷의 표정으로 이입되고
옷의 컬러는 절망의 색으로 입혀진다
그 절망을 확인하고 싶어
보고 또 봤던 영화 만추
세월 따라 재탕되는 영화 속 여주들은 바꼈지만
바바리와 스카프의 절망은 손색없이 살아있어
좋았다
놀랍다 인간의 절망과 초조와 불안으로 점철된
표정에서 그 옷과 스카프가 강렬하게 투사되다니
잊히지 않은 영화다
나도 그런 절망 가운데 서게 되면
반드시 스카프와 바바리를
걸치고 싶을 지경까지
신체 조건에 연연할 만큼
느긋한 절망이 아니라 깊은 절망 속
마침 만추의 계절이라면 말이다
스카프의 요정
오드리 헵번
티파니에서 아침을 이란 영화를 보면
그녀가 스카프로 내는 멋은 영화 전체를
압도한다
아침에는
상큼한 헤어밴드로
비 오는 날엔 긴 바바리에 동그랗게
머리 전체를 감싼 오뚜기 인형 같던
스카프의 요정 헵번스타일
6~70년도 당시 소녀였던 나도
머리에 뭘 쓰고 다니긴 했다
방한용으로 덮어쓰고 다니던 꽃보자기
여름엔 햇빛 가리개로 쓰던 하얀 수건
하얀 수건의 용도는 다양했다
부엌에선 산발한 머리카락 가리개용으로
세수할 땐 얼굴 닦는 용도로
보자기로 쓰다가
보따리로 쓰고
추워서 쓰고 추위 지나면
점심 보따리
봄 산 오르 내릴 땐
나물 보따리
서민들이 그렇게 쓰고 덮고 하는 중에
멋쟁이 신여성들은 그걸 또 멋지게
매고 쓰고 하면서 유행으로 변화시키기도
당시 한국 영화를 보면
문희씨는 보자기 아니 스카프와 머풀러를
참 잘 쓰고 두르고 하던 기억이 난다
긴 밤색 머풀러를
가녀린 목에 둘둘 감아 뒤로 넘겨
바닷가 모래밭을 걷는 장면
날아가는 사랑에 울던 여심과 함께
머풀러도 스카프는 더욱 힘차게
휘날리며 같이 울어 주던
그러고 보니 역시 스카프나 머풀러는
미인이나 체격 조건이 우성인 그녀들
전용으로 맡겨야 하는 거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도 연출하지 말아야 할
나의 열악한 신체 조건과 환경을 잊지 말아야지
나는 기억만 할 것이다
이 스카프 받은 그 날을
가을이면 언제나 꺼내어 내 방에서
매어보고 덮어쓰고 하다가 곱게 접어
다시 넣어 두지만
그 마음은 늘 내 곁에 있다는 것으로
행복할 것이다
~~~~~~~~~~~~~
11월 입니다
짧은 가을 원없이 못 즐겼지만
그래도 만족합니다
삶의 방 식구님들
본격적인 추위에 감기 독감 조심하세요~
아프시면 안됩니다
바바리 하면..
역시 여고 앞 바바리 맨이 생각나죠. ㅎ
탕웨이와 현빈의 만추..
슬픈 사랑 이야기 죠.
운선님의 글을 보니 가을은 가을 인가 봅니다.
때론..만추의 여주가 되어 보기도 하고..
제인에어가 되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인데 김포인님 이 가을 일 하나 내세요~^^
'내가 왜 이럴까? ~ 오지 않을 사람을! ~내게서 멀어져간 장밋빛 스카프!~'
윤항기의 '장미빛 스카프'가 떠오르는 글, 잘 읽고 출석합니다.
'장미빛 스카프'는 윤항기의 구성진 목소리가 제격이지요.
어제 천안 시제 지내고 동기간 3집(생질네, 손윗처남댁, 처형댁)에 갈치 3마리씩(3만원짜리), 밤빵 3봉지, 과일(사과, 단감) 3봉지 준비한 것
전달했더니 들기름, 참기름, 고구마 2박스, 땅콩, 밤, 참깨, 고춧가루, 무 7개, 배추 2포기, 총각무 5단, 쪽파 3단,
동네 부녀회에서 만들었다는 꽃차(국화꽃), 늙은 호박 3개, 방금 텃밭에서 뜯어온 시금치, 상추 등 아들차로
가을 걷이로 가득 찬 사랑을 싣고 왔어요.
이렇게 동기간에 나누고 사는 맛에 삽니다.
잘하셨수~총각 무 김치 담가야는데 파김치도 담아야 하고
바퀴장네는 풍년이네 가을 걷이 한 거같네
11월 하면 쭉쭉 곧은
러시아여인의 두 다리와 머플러와
바바리코트가 생각나지요
저는
항시 가방 속에 머플러 두 개정도
넣고 다니는데
감기 무서워서 보약같은 존재로만 ㅎㅎ
안동
영덕
고래블수욕장 경유
주왕산 가다 오는 길에
청송사과 사오고
지금은
허리지지면서 출석부 체크합니다
슬하님 갸늘갸늘한 목에 걸쳐진 주황색 마후라~ 화려할 수록 어울리는 시인의 자태
어느 봄날 환하게 웃던 모습을 사진에서 봤을 때 세상 구김살없던 순수한 모습이더이다
청송 하목이 제 본향인데 이젠 다 돌아가시고 동네도 사라졌겠지요
윤슬님 방가요~^^
작년 해남절임배추에
양념까지 셋트로 구매해서
버물러 통에담아
맛나게 잘무긋는데요
업체가 어딘지 몰라유 힝~
혹시 절임배추 맛난시기 양념까지
추천가능한곳 있을까유?
언제주문이 좋을지도요
부대찌개 큰애와 대청역에 오픈한지 3주차
좀 피곤도 하고
점심식사후 ~
이제 출석합니다
아유 힘드시겠어요
서초님시니까 견디나 봅니다 수고많으십니다
@운선 점심만 하기에 ~
지금 퇴근합니다
운선님 12월에는 꼭!! 뵙기에요. ㅎ
@서초 노력해볼께요~
오늘도 한 편 에세이 읽어요. 출석해요
고마워요 자연님
저는 바바리 코트 춥더라구요
백신 거부자라서 예방 만큼은 철저합니당
그저께 동료들과 바다로 놀러가자고
하는데 제가 털모자 ㆍ벙어리장갑ㆍ 털목도리 3종 셋트로 준비해가면 간다고하니 급히 ㅎㅎ 공수해서 함께 다녀왓어요 코 목 머리 다 막아야 저는 안심해요 ㅋㅋ 신약 먹는거 너무 싫어해서요
관절염에 신통한 침의 대가 원장님
소개해드릴께요 초기 중기까지는 빠르면 일주일쯤... 오래 안다니셔도 뚝딱 낳더라구요 어쨓든 겨울 잘 나시기 빕니다 🙏 😊
글쎄 MR를 다시 찍어 보려 합니다 신경 외과에서 연골 다쳤다 하는데 통증이 지속되니 제대로 보려구요 드가님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듯 걱정해주셔서 내일 춥다니 단디 싸매고 외출하세요~
도무지 스카프가
어울리지 않는
일인입니다..ㅎ
뭘 걸치는걸 번거로워하니
멋스럽기는
이생에선 그른
모양이예요..ㅎ
우리나라 날씨에
바바리도
언제나 때를 못맞춰 옷장에서
주무시고 계시구요..ㅠ
여자여자 하려면
뭔 감각이 좀 있어야 하는데..ㅎ
늘
난감하기만 합니다..ㅎ
그러게 말여요 ㅎ
도무지 태가 안 납니다 그넘의 태가 흐 요석님은 저보다 낫겠지요
운선언니 이쁘고 곱기만 하신데, 뭘 두르셔도 멋이 나실 텐데 무슨 걱정이세요^^
이 늦가을엘랑 가을빛 옷차림에 어울리게 멋스러운 스카프 두르고 외출하세요.
진짜 젊고 고우시던데, 9월 초의 그 모습이 그새 달라졌을 리 없으니, 뭘 두르셔도 이쁘시다에 강력하게 한 표 던집니다^^
정신 없이 분주한 월요일 퇴근 후, 고혈압 약 타러 온 동네 병원 대기실에서 출석합니다.
저도 내일은 도톰한 모직 스카프 두르고 출근할래용^^
엥~ 뭘 감아도 새끼줄 감은 맨키로 볼품없어야 ㅠ~ 수없이 요사를 피워봤제 새로운 기법으로 배워야 해 내일 춥다더만 여긴 아직 푸근한걸
운선작가님,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이 가을이 다 가기전에
나는 기억만 할 것이다 라면서가을이면 꺼내어
매어보고 덮어쓰고 하다가 곱게 접어 다시 넣어 둔
행복감(幸福感)에 젖게 해주는그날의 스카프를
한번 목에 두루고 사진한장 신청할까 합니다.
자칭 왕팬이라고 하는 삼족오한테 이참에 기분내셔서
팬서비스 한번 해 주심도요, 기대해볼랍니다.
그리해달라고 힘차게 추천(推薦) 꾸욱~!!, 하하., ^&^
예 그리 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요즘 무릎 앓느라 꼴이 말이 아니라 조금 해끔해지면 선보이겠습니다 ㅎ 늘 성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귀가해서 출첵합니다
스카프가 많아도 하나가 애용되는데 그걸 어저께 남도 출장길에 잃어 버렸네요 정신머리없이 어디서 흘렸는지~요즘 눈이 아파 귀가하면 암것도 안하고
아랫목으로~~
평온한 늦가을
더욱 강녕하시길요~^^
그렇지요 옷이든 모자든 숱해도 사용하는 것만 하게 되지요 아까워서 어쩌나 눈이 아파서 어떻게 치료 하시나요
그저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목주름 감추기용
보온용으로
그담 멋내기용이죠
이 나이에는요
트렌치코트 입을틈도 없이 추워지네요
누가 뭐래든 어떻든
하고 싶은건 하시라고
강력 외칩니다
갈수록 더 더 그럴기회는 없어지자나요
지각이지만 출석~~!!
🍠 고구마의 계절~ 난 보온용 마후라 감고 달달한 고구마 먹을 거야 쩡아는 멋내기용 짱! 뭐든 쓰고 감고 둘러도 태가 나제 역시 겨울엔 나도 뭘 둘러야 한다니까 푸른 강님이 보내주신 손수 짠 털 목도리 몇해째 쓰긴하제 ㅎㅎ
'아무렇게나 두르고 아무 바람에나
흩날리던 스카프'
이 한 문장에 만추가 통째로 들어있습니다.
맛있고 명료하고 조미료 없는 순도 높은 운선님 글 느무 조아요.
헤도네? 뉘시유~ 닉을 바꾸셨남
여튼 고마워요 칭찬해주셔서 ㅎㅎ 행복한 가을 🍂되세요 오늘 비오네요 가을 다 쫓겨 나겠어요 ㅠㅠ
몇년전
샤넬 스카프 선물받아서
저도 바바리 비슷한거 위에 망토처럼 걸쳐 매고 나갔다가
병원들렸다 오는길에 어디서 흘렀는지
난중에 보니 없어졌어요
30-40 만원 한다던데
ㅉ
저도
그런경험이 있어요.
저는
대충교통 지하철 탓는데
어디서
사르르
흘러내렸는지~
시집가더라도
어울리는
어깨에
가기를
기도했죠.
이젤님
만큼
고가는
아니였지만요~@@
@샹젤리제 1 양산 스카프는 많이 잃어 버립니다 애잔하지요 일단 잃어 버리면 상젤리님 늦가을 정취 멋지게 느껴 보셔요 겨울 닥치기 전에 고맙습니다
샤넬이라 와 아까버라 이젤님 요즘 몸매 리즈시절로 돌아 갔으니 이 가을 멋진 연출로 추억 남겨두세요~
참 맛갈스럽게 쓰신 글~.
염치없이 눈길 한 번 안떼고 스카프를 노려보며 쭈~욱 읽고 갑니다.
일용할 양식이 어디 고급 서양식 칼질이나 한우 투뿔 같은 것이어야 하나요?
보약 한 사발 쭈욱 들이키고 이 가을의 낙엽쌓인 길을 나서는 기분이고요, 들어오면서 성형외과 다녀와야겠어요!!.
기분 좋은 나머지 입이 째져서 상처가 났나봐요!!
어쩌나 입이 ㅠㅠ 이제 더 커서 안되는데 ㅎㅎ 감사합니당
어제 너무 바빠서 오늘 지각 출근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만추하면 바바리코트와 스카프가 생각납니다
이만희 감독의 만추ost 올려드립니다
https://youtu.be/wylENHCyMFM?si=RguxrCzeVxcroi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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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유 저도 답글 지각입니다 ㅎㅎ그산님 멋진 분~ 문정숙 배우 반갑네요 ㅠ그리운 얼굴 우리 아버지 좋아 하시던 배우 ㅎㅎ 감사합니다 조용할때 다시 시청해야겠어요 ㅎㅎ
스카프에 대한 깊은 생각과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한 글이네요.
특히, 영화 만추 속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스카프가 지닌 다양한
의미를 풀어낸 부분이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