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羅生門)
아쿠타가와류노스케(芥川龍之介. 1892~1927)
스탕달은 말했다. 소설이란 거리를 방황하고 다니는 하나의 거울이다,
‘라쇼몽’이란 소설을 읽고 나면, 그 말이 그대로 수용되는 듯하다.
일본의 헤이안시대(平安794-1185) 엄청난 재난과 기근으로 황폐화 된 교토의 남쪽에 있는 형편없는 흉물의 2층 건물!
까마귀가 떼로 몰려와 무수히 원을 그리며 날고 있는 곳의 음습한 분위기를 보는 듯 그려낸다.
넓은 문 아래에 하인배로 보이는 사나이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
‘군데군데 단청이 벗겨진 굵은 기둥에 귀뜨라미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라는 -류노스케의 귀신같은 표현은 眈美로 느껴진다.
여우가, 늑대가 산다더니 나중에는 무연고자의 시체를 내버리고 가는 풍습이 생겼다.
궁색한 하인이 갈 곳 없이 이런 곳에서 서성거리는 것은 피폐한 시대 상황의 여파다. 얻어먹고 살던 곳에서 쫓겨난 것이다.
까마귀는 저무는 일몰 시간대에 문 위에 있는 시신의 살을 찍으로 오는 것이다.
내리기 시작한 비는 갤 기미가 없다. 하인은 몸을 사리고 무언가 동기를 찾아 볼 량으로 분위기를 살피며 도마뱀처럼 건물 위층의 다락까지 움직여 갔다. 그 안에는 소문으로 듣던 시체가 딩굴고 있었다.
그 시체들은 지난날 생존 인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게 흙으로 빚어 만든 헤진 인형들처럼 마룻바닥에 딩굴고 있었다. 그들은 영원한 벙어리처럼 침묵했다. 시체 썩는 냄새에 코를 싸쥐었다.
-그리고 시체 사이의 한 인간을 보았다. 짙은 자주색 옷에 키작고 비쩍마른 원숭이 같은 백발 노파다.
하인은 숨 쉬는 것조차 힘든 공포에 잡혔다. 머리카락 긴 여자시체의 모가지를 두팔로 들어 올려 원숭이가 이를 잡듯 긴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뽑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한올 한올 뽑혀지는 모습에서 공포심이 사라져갔다.
노파에게서의 모든 惡에 대한 반감이 증폭되어갔다.
증오심이 마루바닥 사이에 꽂아 놓은 관솔불처럼 타올랐다.
도둑의 마음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긴칼을 잡고 노파에게 갔다. 노파는 펄쩍 뛰었다.
“요게 어딜 달아나려구” 고함을 질렀다. 둘은 시체들 사이에서 티격태격했다. 닭다리와 뼈와 가죽 뿐인 팔목을 깔고 눌렀다.
“뭘하고 있나 말 안하면 이거다”흰 서리빨 같은 칼날을 들이댔다.
노파의 눈은 뒤짚혀 벙어리가 됐다.-이 노파의 생사가 자기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실을 의식했다.
하인은 좋은 말로 “여기서 무슨 짓을 하는지 그것만 말하면 되는거야”
“이머리카락을 뽑아 가발을 만들어 팔아 먹고살기 위해서죠”
“참 말이지 할 짓이 아니죠. 그만한 일을 당해도 싼 인간들 뿐이죠, 이여자도 뱀을 토막으로 잘라 생선이라고 속여 팔아 살기 위해 했죠, 시체의 그녀는 눈감아 줄 거라고 봅니다”
“정말 그런가?” 하인은 칼을 칼집에 꽂고 生과 死의 의식 밖으로 밀려났다.
“그럼 내가 도둑질을 해도 원망없지?” 하인은 벼락 같이 노인의 옷을 벗기고 노파를 시체들 위로 걷어차 버렸다.
뺏은 자주색 옷을 옆구리에 끼고 빗살같이 어둠의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노파는 신음 소리를 내며, 머리카락을 거꾸로 내려뜨리고 기어가 문 아래를 살폈다.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
-하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황폐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고 상황 논리에 따라 파괴되는 -악의 순환고리를 단순화시켜 보편적인 인간상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인간에 모두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35세에 자살한 천재적 작가의 심성과 상황이 애석하다,
end-
첫댓글 젊은 날에 호기심으로 읽어도 될 스탕달 식 글이기도 하네요.
인간의 좋은 점을 추구하면 본인에게 큰 축복이 찾아 온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노년엔 더욱 더
아름답고 기분 좋은 글을 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너무 더워요.
감사합니다.!
@panama 너무 더워서 짜증 팍팍 ㅋ
해결 방안은 도서관에서 글 쓰기& 책 읽기.ㅋ
라쇼몽 (羅生門)! 1970년대 일본 허럼한 3류 극장에서 흑백영화로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일본말도 잘 모를때인지라 당췌 뭔 뜻인지도 몰라 재미가 하나도 없어 보다 나오고 말았지요.
님의 해설을 보니, '아! 그랬던가.' 하는 기억 이외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구만요.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와 더불어 그 시대를 풍미한 소설가였던 걸로 알고 있지요.
좋은 글 감사함다. 여름! 더위! 그 넘들도 이제 환갑다 돼갑니다. 곧 간다네요. 건강하소. 부산넘
일본 말 듣기 공부하려고 관람했었남요?
늑점이 님!
라쇼몽-버전이 몇개 더 있드라고요!
특히 영화에서는 스토리 텔링이 단편과 좀 다르고 흥미로운 전개과정이 있어 다시 한번 볼려고 합니다.
이 여름이 가면, 좀더 정신적 안식이 올란가~~~~~!
감사합니다.
@김능자 아니요. 그땐 갈 곳도 마땅찮고 동전도 모자라고 해서 2-3백엥만 있으면 두어시간은 보낼 수 있는 곳이 거기뿐이었지랑. ㅎㅎㅎ 부산넘
@panama 맨첨 흑백 이후에 여러번 영화가 나온 걸로 알고 있음다. 기회봐서 진짜로 한 번 봐야 겠네요.
여름이니까 덥소. 예전에는 이보다 더 더워도 괘기 잡으로 다녔잖소. 엄살 놓으시고 하소. ㅎㅎㅎ 부산넘
@늑점이 늑점이님 야그 듣고 있으면 남자들 세계가 너무 넓은 것 같아요.
이제사 철이 드는지 흰머리 동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180도입니다. 그려.^^
늑점이님이 <엄살 놓으시고....ㅎ>했네요.
선배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심더 panama님.ㅎㅎㅎㅎㅎㅎㅎㅎ
4 19 이후 일본 소설이 들어오면서 나쓰메 소세키, 아쿠다가와 류노스케,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기쿠치 칸, 고미카와 준페이 등의 소설이 많이 읽혔지요.
일본 영화 하면 '감각의 제국'이 먼저 떠오릅니다. 살벌한 제국 체제에서 버텨내 살아내는 방편으로 빠져들게 되는 감각의 세계, 그것도 감각 중의 감각인 섹스에 몰입하는 것으로 형상화한 영화, 다시 보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궁금하네요.
고미카와 준페이- "인간의 조건" 정말 기억에 남는 휴머니즘의 백미!
'감각의 제국' 시원할 즈음 한번 보까. 이거 이렇게 더운 날씨 -사람 죽이네요!
책 때문에 신경 마니 쓸거 같네요, 건강 하세요!
@panama 인간의 조건, 6권이었던가 긴 소설이었는데 단숨에 읽다시피 빠져들었지. 일군의 잔혹 행위가 얼마나 리얼하게 묘사되었는지 소름 돋을 정도였어.
주인공 가지의 대사 중 "여기서부터 김일성의 지반이야."가 떠오르는군.
한참 뒤에 읽은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도 재미 있었어.
1960년대에는 아쿠다가와상 수상작은 반드시 읽었지.
근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여러 편을 읽었는데 감성이 무뎌져서 그런지 특별하다 싶은 게 없었어.
일본 소설가 하면 자살한 두 사람이 또 잘 떠올라.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미시마 유키오.
자살한 우리 문인으로는 시도 쓰고 소설도 쓴 마광수가 있는데 세 사람의 자살 동기는 다 다르더군.
아, 우리 동기 김이주 시인도 자살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