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아 작가의 단단한 사유가 응집된 신작 에세이!★
★권력과 힘이 아닌 인간과 평등을 말하다!★
책 소개
유정아 작가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신이 있다고, 대문자가 아니라 소문자로 자신을 낮추는 신이 있다고” 말한다. 그 신은 남과 여를 갈라서 사랑하지 않고 수염이 없는 자와 수염이 있는 자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인간은 인간이라서 지닐 수 있는 마음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적이 있다. 신만큼 대단하지는 않아도 신을 본떠 그 다정함을 닮을 수는 있다. 나 아닌 ‘너’에게서 내 흔적을 찾을 수 있고 그 기억으로 너를 공감하며 너의 옆에 같이 설 수 있다. 유정아 작가는 다시 말한다. “신이 있다면 그에게는 성령이나 천사가 아니라 사람을 보낼 것 같았거든요.” 사람이 사람의 옆에 서는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출판사 리뷰
▶ 과거의 문장은 이미 문제적이었다
어떤 작가의 문장은 과거의 문장이 현재에도 시사성을 가진다. 과거에 이미 현재의 지점을 앞서 고민하고 문장으로 적어내는 것, 이를 진보라 표현해도 될 것이다. 유정아 작가는 과거의 삶에서도 페미니즘으로 사유하고 깊이 있게 현상을 바라봤다. 페미니즘이 가시화되기 이전부터 삶으로써 이를 직감하고 문제를 제기했던 작가의 문장은 현재에도 그 가치가 희석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에 날카롭게 회귀하여 우리의 지금을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남성같이 힘과 권력을 가지자는 것이 아니다. 과도기적으로 권력을 가져야만 바꿀 수 있다면 수단으로서는 가질 수 있겠지만 궁극에는 다 같이 힘을 빼자는 것이다. 힘과 권력의 개념 정의를 다시 하자는 것,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아도, 못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것, 뺌으로써 더할 수 있는 다른 셈법을 가져보자는 것, 돌고 돌아 다시 남성의 세상이 올 것이라는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구분 없이 다른 차원의 세상을 향해 가자는 것, 좀 더 공상해 보면 남녀 구분 없이 ‘헤아리는 더듬이’를 가진 새로운 종의 출현을 기다려보자는 것이 내가 이해하는 페미니즘의 깊이이다. (30p)
“헤아리는 더듬이”는 타인의 슬픔을 공감하며 연대로 나아갈 것이다. 무지개 빛깔로 거리를 채우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공유하기도 할 것이고, 환경을 위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운동을 실천하기도 할 것이고, 바로 옆의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할 것이다. 혼자서 부르짖던 작가는 연대의 움직임을 미리 예견했을지도 모른다. 그 예견이 미래(지금의 현재)에는 당연한 문장이 되길 소망했을지도 모른다.
▶ 현재를 적확하게 살아가는 법
유정아 작가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현재의 삶은 어떨지 저절로 궁금해진다. 과거에 지녔던 가치관이 현재에는 어떻게 변모하고 예리하게 다져졌을지 호기심과 기대가 싹튼다. 궁금증은 과거를 진보적으로 살아왔던 작가이기에 현재를 누구보다도 적확하게 살아가지 않을까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이 궁금증은 2000년대 이전의 ‘진정성’으로부터 경험한 희망에서 비롯된다.
수염 없는 삶을 택하겠다는 작은 의지 하나 수용할 수 없는 사회는 엄청난 바람이 불어 버림받아 보아야 한다. 세상에서 버려져야 할 것은 그 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바로 그 사회 자체이다. (181p)
위의 문장을 보며 어떤 이는 성별 구분에 맞서는 여러 인물이 떠오를 것이고 또 어떤 이는 현 사회의 세태를 가늠해 볼 것이다. 세상에 버려져야 할 것은 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닌 사회 자체라고 말하는 작가의 문장은 비장함과 의지를 가진 존재에 대한 슬픔이 공존한다. 의지를 가진 존재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조금씩 진보했다. 그 진보의 자리에 서 있는 자들은 슬픔을 함께 통념해야 한다. 진보는 과거를 올바르게 애도하는 데서 시작된다. 잊지 말아야 할 순간을 잘 애도하고 그 힘으로 다음을 도모하는 것. 거기서 미래라는 창구가 열릴 것이다.
▶ 미래를 예감하는 문장
유정아 작가의 과거의 문장이 지금의 현재를 예감했듯이 현재의 문장은 미래의 어느 날을 예감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적 데이터와 현재의 트렌드를 잘 읽어나갈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주목한 미래의 창구는 김초엽 작가에게서 시작된다.
김초엽의 작품 속 존재들은 성이 지워진 채 유기체로서 삶을 살아간다. 두 가지 성(性과 姓) 모두 여간해선 드러나지 않는다. 여전히 약자와 소수자가 존재하고 차별과 배제가 남아있고 약탈과 희생이 따르고 장애와 고통이 선명하지만, 전 우주로 공간이 확장되고 미래로 시간이 확장된 김초엽의 세계에서 두 성이 지워진 존재들은 한결 숭고한 차원의 고민을 한다. 숭고한 고민의 세계로의 초대가 김초엽의 미덕이다. 그 묵직한 초대가 고맙기 그지없다. (295-296p)
미래에는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아닌 좀 더 고차원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신화 속 인간의 태초의 모습이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되지 않았듯이, 우리의 내면에는 그 진실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남성과 여성이라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해야 하는 일이 우리 자신에게 담겨 있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 순간들이 보장하고 현재의 문장들이 꿈꾸게 만든다. 미래의 우리가 성별의 구분과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인간 옆에 서는 일을, 우리는 상상하고 실현하게 될 것이다.
추천평
유정아라는 인물 안에, 우아함과 소년스러움이라는, 성별과 나이를 가로지르는 복합적 품성이 병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이유를 마침내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한다. “성(城)안에 살면서 성(性)에 갇혀 있지 않은 만능 마녀”와 그런 “사람(을) 볼 줄 아는 소년”에게 내지른 만세는 아마도 작가 자신의 네 가지 자아상 모두를 향한 환호성이었을 테다. 그/녀의 성(城/性/聲) 안에 가꿔온 도서관과 화실, 정원과 호수를 구경하러 온 여러분 앞에서, 이 소년/마녀는 “손님이 오실 줄 몰라 머리 손질을 못 했다”라며 머쓱하게 그러나 주저 없이 투구를 벗을 참이다.
-정준희 언론학자, KBS 열린토론, MBC 100분 토론 진행자
매일매일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적당한 못’이라는 것을 찾아 사이와 관계에 연결을 정성껏 진행하고 있을까. 꽉 찬 지식의 그릇, 맛있게 비울 순 없다. ‘진부하지만, 독서’를 통해 얻어진 지식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버무려 먹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세계와 인간에게 마음 열기’를 통해 마음을 맺는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나의 미래를 그렇게 만들어가기로 다짐했다.
-정세진 KBS 아나운서
저자 소개
유정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1996년 동안 KBS 아나운서로 일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말하기 강의와 프리랜서로 방송, 음악회 진행 등을 했고 연극 <죽음에 이르는 병>, <그와 그녀의 목요일>과 영화 <재회>에 출연했다. 영화 <재회>는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되었다. 저서로 《언제나 지금이 아름다운 여자》, 《클래식 에세이 마주침》,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클래식의 사생활》, 《당신의 말이 당신을 말한다》가 있다.
차례
프롤로그 ✳ 4
1부 아욱 — 생활 속의 존재
부치지 않은 편지—아욱 ✳ 13
반동과 반성과 연대 ✳ 27
수염 ✳ 32
남편이 된 여성의 어느 날 ✳ 39
내가 살던 동네 화곡동 ✳ 43
그래, 우리 모두를 부탁해 ✳ 47
비와 나 ✳ 51
작은 행복 ✳ 53
열정과 은근 사이 ✳ 57
학교 일일 교사를 다녀오고 나서 ✳ 59
맥도날드에 가서 슬픈 세 가지 이유 ✳ 62
가끔은 눈시울이 ✳ 65
오늘도 난 쓰레기를 버린다 ✳ 68
계란과자와 복숭아 ✳ 71
그 연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 74
2부 성당 — 존재 속의 사색
부치지 않은 편지—성당 ✳ 79
사운드 오브 뮤직 ✳ 87
소설-미지의 자아 ✳ 93
오치균의 뉴욕뉴욕 ✳ 101
행복에 대한 강박관념 ✳ 107
집안일과 집 밖 일—여성의 노동 신의 목요일 ✳ 111
친구, 영혼의 주소에 접속하다 ✳ 115
썸머 밸런타인 ✳ 119
희미한 인연에 대한 단상 ✳ 123
먼지를 닦으며 ✳ 127
바람이 분다 ✳ 129
서울에서 산다는 것 ✳ 132
짱의 시대를 말하다 ✳ 135
마크 로스코 소유하기 ✳ 138
3부 봄 — 사색 속의 진리
부치지 않은 편지—봄 ✳ 159
소잉카, 그 설레는 이름 ✳ 165
다섯 가지 ✳ 169
전장에 있는 그녀에게 ✳ 171
스키 타는 아프리카인 ✳ 175
상하이 올드 데이스 ✳ 177
세상을 말하다 ✳ 181
오전 9시의 성소 ✳ 185
3종 세트 ✳ 188
가장 우스운 단어, 멘토 ✳ 196
왜곡된 기억들 ✳ 198
비행술과 축지법 ✳ 200
조금 다른 욕망 ✳ 203
진지함에 대한 진지한 논의 ✳ 209
성녀와 마녀 사이 ✳ 212
혁명가이자 아내였던—요한나 킨켈 ✳ 218
시대를 초월한 두 성악가의 만남—마리아와 체칠리아 ✳ 229
4부 표절 — 진리 속의 공감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21세기 표절본 ✳ 243
부킹회의 어느 날 ✳ 276
삼국지와 김초엽 ✳ 284
비인간 이구아나와 도나 해러웨이 ✳ 293
권여선의 이모 최진영의 고모 이기호의 삼촌 ✳ 303
70년의 고독 ✳ 314
인간의 위엄을 완성시켜주는 울분 ✳ 323
‘적절함’의 그 눈물겨움에 대하여
—로힌턴 미스트리의 장편
《적절한 균형(a Fine Balance)》 ✳ 331
우리, 책의 사람들 ✳ 335
이영아 《육체의 탄생》 ✳ 339
메리 앤 셰퍼 & 애니 배로우즈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 343
르 클레지오 《조서》, 프레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 347
정대영 《조선시대의 못》 ✳ 351
‘책 헐다’와 ‘책 맺다’ ✳ 355
본문에서 인용한 책 ✳ 357
책 속으로
다행히도, 감사하게도, 반동의 나에 머물지 않고 일말의 반성을 하고 난 이후 나는 감히 생각한다. 이 시대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페미니즘은 남녀 구분 없이 우리 모두에게 반동을 넘어 반성을 지나 연대로 가는 길일 뿐이라고. 아주 작고 소박한 출구일 뿐이라고.
-《언젠가 너였던 나》 중에서(28~29p)
페미니즘은 여성도 남성같이 힘과 권력을 가지자는 것이 아니다. 과도기적으로 권력을 가져야만 바꿀 수 있다면 수단으로서는 가질 수 있겠지만 궁극에는 다 같이 힘을 빼자는 것이다. 힘과 권력의 개념 정의를 다시 하자는 것,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아도, 못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것, 뺌으로써 더할 수 있는 다른 셈법을 가져보자는 것, 돌고 돌아 다시 남성의 세상이 올 것이라는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구분 없이 다른 차원의 세상을 향해 가자는 것, 좀 더 공상해 보면 남녀 구분 없이 ‘헤아리는 더듬이’를 가진 새로운 종의 출현을 기다려보자는 것이 내가 이해하는 페미니즘의 깊이이다.
-《언젠가 너였던 나》 중에서(30p)
수염 없는 삶을 택하겠다는 작은 의지 하나 수용할 수 없는 사회는 엄청난 바람이 불어 버림받아 보아야 한다. 세상에서 버려져야 할 것은 그 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바로 그 사회 자체이다.
-《언젠가 너였던 나》 중에서(37p)
인간의 직관과 이해, 연민은 경험을 넘어서는 것, 내가 너인 적이 없어서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인 적이 없어도 알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것을 그녀에게 말해주러 왔으리라.
-《언젠가 너였던 나》 중에서(42p)
절대자의 뜻이 궁금합니다. 신성한 믿음을 도외시하는 이를 그래도 애처롭게 여기는 신이 있다면 그에게는 성령이나 천사가 아니라 사람을 보낼 것 같았거든요.
-《언젠가 너였던 나》 중에서(86p)
그 신은 안과 밖을 구별하지 않았고 남과 여의 차별을 참고 살라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머무는 것을 적극적으로 죄 삼음으로써 바깥으로 나오려는 이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다. 어떤 자동차는 출발시키지 못하도록 부속품을 훔쳐내는 이를 용서하며, 독신의 성직자로 하여금 맘껏 세속의 사랑을 출발시키라고 독려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신이 있다고, 대문자가 아니라 소문자로 자신을 낮추는 신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언젠가 너였던 나》 중에서(92p)
‘목요일: 이브의 후신인 여자, 나가서 일하겠다고 덤비더니 곧잘 함. 힘센 남자에게 세상을 맡기는 것보다 세상이 한결 부드럽고 평화로워짐. 집 안팎에서 힘들어하는 예쁜 것들을 위해 임신을 남자에게 맡길까 고려 중. 나의 도화지는 예정되어 있었으나 그 안의 그림은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현명한 이들이 알아주어 참으로 기특함.’
-《언젠가 너였던 나》 중에서(113~114p)
모든 사람이 동류의 평균적인 사랑을 하고 그에 따른 보통의 결혼생활을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인간의 생로병사나 사계절, 우주의 순환과도 흡사한 사랑의 흐름을 호흡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반쪽이 아닌, 온전한 하나가 되려는 개체들이 만나 험난한 세월의 파도를 함께 넘어보는 것. 어쩌면 절대자에 대한 희구가 아닌 단순한 인간 대 인간의 사랑 속에서 우리는 성숙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언젠가 너였던 나》 중에서(122p)
진리를 탐구하는 데엔 두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랬다. 한 사람은 말하고 한 사람은 듣기 위해서. 토론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토론으로 사회가 진보한다는 오만한 생각은 하지 않지만, 절실히 바란다. 아줌마들이 건전한 판단과 잘 걸러낸 단어들로 세상을 말하기를, 그 말들이 다시 그들의 정신을 자극하여 거룩하게 행동하기를, 그래서 경찰이 아줌마라고 무사통과시키지 않는 날이 오기를.
-《언젠가 너였던 나》 중에서(183~184p)
김초엽의 작품 속 존재들은 성이 지워진 채 유기체로서 삶을 살아간다. 두 가지 성(性과 姓) 모두 여간해선 드러나지 않는다. 여전히 약자와 소수자가 존재하고 차별과 배제가 남아있고 약탈과 희생이 따르고 장애와 고통이 선명하지만, 전 우주로 공간이 확장되고 미래로 시간이 확장된 김초엽의 세계에서 두 성이 지워진 존재들은 한결 숭고한 차원의 고민을 한다. 숭고한 고민의 세계로의 초대가 김초엽의 미덕이다. 그 묵직한 초대가 고맙기 그지없다.
-《언젠가 너였던 나》 중에서(291~292p)
이 세상에 수많은 차이가 존재하는 건 당연하다. 교수와 강사, 정년보장 전임교수와 비정규직 계약제 교수, 서울대와 비서울대, 대졸과 고졸, 중졸, 국졸, 무학,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족이 많은 자와 혼자 사는 자, 남자와 여자. 관건은 이 차이들에 따른 차별, 개인이 느끼는 부당함과 모욕감이 얼마나 그의 가슴을 짓누르느냐 하는 것이다.
-《언젠가 너였던 나》 중에서(34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