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성전시장
해남, 완도, 진도에 고향을 둔 사람들은 강진군 성전면을 지나지 않고서는
갈 수 없었다. 강진 마량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곳을 지나야 했다. 4개
군에 교통의 요지로 성전 삼거리가 지금도 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외곽
도로가 생겨 예전 같지는 않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던 성전삼거리만큼
성전5일 시장도 컸다고 한다. 해남군 계곡면과 인접하고 4개 군으로 들어갈
길목이어서 많은 상인이 이곳 성전시장을 찾았다. 특히 해남시장과 같은
날짜에 있었음에도 해남시장만큼 컸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70~80년대에는 끝도 없는 시장행렬들, 인근 4개 면에서 사는 사람들이
다 여기에 모였으니 인산인해가 따로 없었단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시장상인 몇 사람뿐이다. 녹슨 양철지붕이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을
말해주고 있을 뿐, 숨 가프게 살아온 지난 삶은 침묵의 하늘만 빈장터를 채워지고
있었다. 시골장날은 고향만큼 정겹다. 고향이 그리우면 시골 장터를 찾아 그 예날의
삶을 되뇌이고 싶어 진다. 시골장터가 성행했던 그때는 비록 가진 것이 없어도 아는
사람을 만나면 막걸리 한 잔의 여유와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따뜻함이 서려 있는 곳이다.
쌀과 삼베로 돈을 사고 그 돈으로 생선을 샀던 우리 부모님의 삶은 고단하였지만,
자식들을 먹고 입히려는 일념으로 그 먼 걸리도 걸어서 장을 보았다. 시골 5일시장 속에는
부모님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고향집 앞마당처럼 마음을 내려놓고 싶은 곳이다.
해남시장과 같은 날인 강진 성전시장은 몇 년 전부터 오전에만 들어선다. 농촌도
차를 갖게 되고 교통이 발달해 인근 강진시장과 해남시장으로 장을 보게 됐다.
성전시장은 교통의 요지로 동서남북 중요한 교차로이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고향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억의 시장을 만들어가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해남시장은 해가
질 때까지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설 대목시장이라 생선 좌판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특히 제상에 올릴 상어와 민어, 조기, 꼬막이 많이 팔린다. 아직 지역 재래시장은 계절의
냄새를 느낄 수 있고, 설 분위기도 여기에서만 볼 수 있다. 앞으로 토속적인 상품을 이 지역에서만
구할 수 있다면 시골 장터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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