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
고3때 애들 사이에, 정말 별별 이상한 소문이 다 있잖아요.
여학생의 방석을 훔쳐와서, 그걸 깔고 앉아서 공부를 하면 수석합격한다는 얘기도 있구.
또 우리 학교는 철길 옆에 있었는데,
7시 7분 7초에 기차가 지나가는걸 보면, 대학에 붙는다는 전설도 있었구요.
참... 지금 생각하면 다 웃긴 얘긴데요.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면되지, 방석이나 기차가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근데 그런거 다 알면서도 마음이 간절할때는 또 그런거라고 믿고 싶잖아요.
공부 하나도 안하면서, 방석 한 5개 쫘악 깔구 공부하구, 뿌듯해 하구.
어제 조카놈하고 수족관에 놀러갔는데요.
거기 표지판에 이렇게 적혀있더라구요.
"바다거북이랑 눈을 마주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라구요.
한 30분동안 조카가 보채든 말든,
계속 바다거북이만 째려보고 있다가, 결국은 눈을 마주치는데 성공을 했거든요.
실은 아무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것 같아서요.
친구의 생일파티에 갔었는데, 딱 한번 얼굴을 봤는데 자꾸 생각이 나는겁니다.
이제 바다거북이랑 눈도 마주쳤으니깐, 빨리 전화번호나 알아내서 전화하면 되겠죠.
진짜 사랑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빌면서 말이죠.
[♀] 그 여자...
고등학교땐 한동안 새끼 손톱을 자르지 않았어요.
월요일 조회시간에 손톱검사하면 따갑게 회초리 맞기도 했지만,
다음주, 그 다음주도 난 고집센 아이처럼 끝내 손톱을 자르지 않았죠.
첫눈이 오는날까지 말이에요.
첫눈이 오는날까지 봉숭아물이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
그때 쓰린 손바닥을 비비면서,
난 마침내 사랑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상상하곤 했어요
국어선생님과 나란히 서있는 내 모습.
그럴때면 회초리를 맞은 손바닥보다, 내 얼굴이 더 빨갛게 달아오르곤 했고,
자꾸만 코끝이 간지러웠죠.
기분좋은 5월, 하늘 푸른날, 좋아하는 친구의 생일, 따뜻한 바람이 불던 그날.
아무래도 내게 두번째 사랑이 찾아온것 같습니다.
자꾸 눈을 깜빡이게 되구, 그때처럼 자꾸 코끝이 간지러워요.
참 오랜만에 내게 찾아온 사랑의 느낌.
그대로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꼭 붙잡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