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내리자마자 카메라를 꺼냈더니 바로 안구, 아니 렌즈에 습기.
주하이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
다행히도 11월의 마카오는 습도가 그리 높지 않다.
우리한텐 반팔 입고 다니면 딱 좋은 기후라고나 할까.
마카오에 와서 가장 처음 본 도로의 광경은 경찰 단속이다.
그것도 하필 현대 스타렉스.
여기 경찰 무섭구나 했지만 사실은 장난 아니게 친절하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호텔이라면 택시를 탈 필요가 없다.
공항에서 슬쩍 접근한 한국인이 셔틀 없다고 해서 그거 믿고 택시 탔다는.
누가 그러더라, 외국 나가면 한국 사람을 더 조심하라고.
여기 택시는 트렁크에 짐을 실으면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요금 자체가 싸니 큰 부담은 없다.
앞에는 쏘나타 택시라서 베이징처럼 현대 택시가 좀 있는 줄 알았드만
이게 마지막.
마카오의 택시는 베이징 택시보다 빠르다.
운전 기사가 그래도 너무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 달린다.
그런데 나중에 탄 택시는 운전을 참 잘했다.
다음 날 탄 택시 운전사 2명은 기어를 내릴 때
회전수도 보정한다.
마카오 페리 바로 건너편에 F3가 열리는 기아(GUIA) 시가지 서킷이 있다.
점점 시 전체가 고조되는 분위기.
마카오에는 이렇게 물에 잠긴 건물이 종종 보인다.
얼핏 베네치아 같다고나 할까.
택시를 기다려보니 이용객에 비해 택시가 모자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걱정이 없는 게 만능 셔틀 버스가 있다.
카지노가 있는 도시가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마카오 역시 관광객에게 호의적이다.
은근히 공짜가 많고 시장에 가면 이렇게 시식도 할 수 있다.
마카오에 가면 적어도 굶을 일이 없다.
기본적으로 음식 값이 싸기도 하고 먹어보라고 육포나 과자도 잘 준다.
그 뿐인가. 다니다 목마르면 그냥 아무 호텔에 들어가면 된다.
여기서의 호텔은 곧 카지노.
카지노 가면 음료수 공짜다.
여기 카지노는 입장료도 없을뿐더러 일체의 검사가 없다.
그냥 자동문이다.
관광하러 갔다가 관광 당하고 오는 모 유럽 국가와는 참으로 다른 모습이다.
화장실도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생판 모르는 곳에 가면 중요하다.
다른 나라는 길 가다 화장실 가기가 애매할 때가 많다.
마카오는 아니다. 앞서 말한 카지노뿐만 아니라 아무 건물이나 들어가면 된다.
자동차 업계에는 ‘한상기가 먹으면 누구라도 먹을 수 있다’라는
아주 유명하지 않은 말이 있다.
사실 내가 입이 좀 짧은 편이라서 다른 나라가면 항상 음식이 문제다.
하지만 마카오는 괜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 국가 중 포르투갈이 가장 입에 맞았다.
포르투갈 음식은 ‘간’이 맞는다고 할까.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마카오도 그렇다.
약간 후미진 식당에서 먹었던 고기.
갈비 맛이 났는데 제목은 모르겠고 하여튼 괜찮았다.
이 누들도 마찬가지.
알고 보니 마카오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면 종류이다.
이건 약간 느끼.
마카오 음식은 다른 중국과 달리 기름기가 없는 편인데 이것만은 좀 그랬다.
시각적으로 약해서 이렇게 물컹물컹한 것은 안 먹는데
이것도 맛있었다. 기다란 만두라고 해야 하나.
F3가 열리던 기간에는 푸드 페스티벌도 열렸다.
표지판이 워낙 잘 돼 있어 특별히 물어볼 것도 없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푸드 페스티벌은 마카오 타워 바로 밑에서 열린다.
보다시피 사람과 음식이 바글바글하다.
에그타르트는 듣던 대로 상당히 맛이 있고 아이스크림은 좀 싱겁다.
저녁 약속이 있어 더 이상 사 먹진 못했다.
갤럭시 호텔 주변은 마카오의 일반인들이 사는 주택가의 느낌이 난다.
집이나 건물들도 상당히 예쁘다.
어찌 된 게 마카오 건물들이 포르투갈보다 더 멋지다.
이 집은 여기서 상당히 유명한 식당이라고.
여고생 분식집 메뉴처럼 여러 가지를 시켰는데 실패한 게 하나도 없다.
쌀의 느낌이나 국은 상당히 익숙한 맛이다.
소꼬리 커리 카레도 시켰는데, 감자탕 맛이 난다. 신기했다.
마카오의 도로는 상당히 깨끗하다.
어떤 면에서는 싱가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카오의 차는 일본 브랜드가 꽉 잡고 있다.
체감상 점유율이 80%를 넘는 것 같다.
거기다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인지 드레스업 튠업 카가 상당히 많다.
한국차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본다.
이렇게 일본 내수에서나 볼 수 있는 토요타 노아 같은 차도 심심찮게 보인다.
몬테 요새에 올라가면 마카오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꽃이 피는 것 같은 건물은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이다.
그랜드 리스보아는 마카오 어디서든 보인다.
마카오를 다니면서 시내에서는 주유소를 딱 한 번 봤다.
도보 관광 최적화 된 컨셉트라면 시내에 주유소가 별로 없는 게 당연할 듯싶다.
시내버스에는 승객의 승하차 유무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가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앵글이다.
국내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마카오의 교통에 있어 셔틀 버스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셔틀 버스는 마카오 대중교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셔틀 버스만 잘 이용하면 시내를 다니는데 돈을 쓸 일이 별로 없다.
여기의 셔틀 버스는 카지노 호텔이 운영한다.
마카오 페리에서 나오면 아가씨들이 팻말을 들고 자신의 셔틀 버스를 타라고 홍보한다.
그러니까 자기네 카지노를 이용하라는 얘기이다.
누구나 셔틀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카지노를 가든 말든 상관이 없다.
셔틀 버스 이용한다고 카지노 가는지 안 가는지 확인하는 것도 아니니까.
카지노 호텔이 운영하는 셔틀 버스는 공항은 물론 시내 곳곳,
심지어는 주하이 국경까지도 운행한다.
예를 들어 시내를 다니다 숙소로 돌아오고 싶을 때는
인근의 호텔을 찾아가 셔틀 버스를 타면 된다.
숙소로 곧바로 오는 게 없을 경우 다른 호텔을 경유해 갈아타면 된다.
운행도 자주 한다.
마카오의 셔틀 버스 시스템은 정말로 잘 돼 있다.
완전히 관광객을 위한 시스템인 것이다.
음료수든 셔틀 버스든 이용만 하고 카지노는 안 가면 된다.
도박은 해봐야 돈만 잃지 않나.
카지노로 벌어들이는 돈이 워낙 많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작은 도시 국가 개념인 마카오는 도로도 상당히 좋다.
모든 도로가 새 것 같고 난폭 운전도 없다.
그렇다고 베이징처럼 세월아 내월아 가는 것도 아니다.
물론 유럽처럼 추월과 주행 차선을 잘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훌륭하다고 본다.
관광객이 워낙 많이 찾는 마카오라서 서양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서양 사람들은 당연히 사람이 우선이겠거니 해서 차를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는다.
외곽 지역이라면 간혹 운전자들이 왜 보행 신호를 안 지키냐고
화를 내기도 하는데 시내에서는 얘기가 좀 달라진다.
시내에서는 차들이 신호를 참 잘 지키고 정지선도 잘 지켜준다.
철저히 관광객을 배려하는 마인드이다.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 주위에는 워낙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신호등조차도 보행자 위주이다.
횡단보도는 보행자 신호가 훨씬 길다.
파란불은 물론 차들이 다니는 빨간불에서도 몇 초 남았다고 숫자가 들어온다.
이번에 느낀 건데 세계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가장 잘 지키는 건 한국 보행자다.
여기는 길가에 불법 주차 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한다.
오토바이조차 가지런하게 잘 주차한다.
푸드 페스티벌 가다가 본 광경인데 인상적이었다.
애기들 대상으로 하는 운전 교습인건가.
저렇게 어릴 때부터 운전과 매너를 몸에 익히면
커서 좋은 운전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
사진은 일몰 때가 더 잘 나왔지만 마카오 역시 밤의 풍경이 훨씬 좋다.
마카오의 서비스 마인드의 정점은 다름 아닌 경찰이다.
저녁에 할 일이 없어서 유명하다는 클럽을 경찰에게 물어봤다.
경찰에게 클럽 위치를 물어본 것도 좀 에러이긴 한데 영어를 잘 할 거 같아서.
어쨌든 물어보니 이 경찰 아저씨 왈,
“아, 거긴 여기서 가까운데 약간 멀지만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다.
거기가 훨씬 사람이 많다. 근데 지금 가지 말고 한 2시간 있다 가라.
그때가야 사람들이 많이 온다‘
한 마디로 더 물 좋은 클럽은 다른 곳이고 12시쯤 가야 죽여준다는 뜻.
머리털 나고 이런 경찰 처음 봤다. 경찰조차도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 마인드가 됐다.
마카오는 이렇게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