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궁 경내로 들어가면 성 비투스 대성당, 안뜰, 궁전, 박물관, 정원을 둘러보며 천년 동안 체코의 왕, 대통령들이 일궈왔던 다채로운 인문학적 매력을 발견한다.
오페라 주인공 리부셰 공주 “저곳에 프라하를 짓자”= 오늘날 프라하는 남동부에 있는 마을 비셰흐라드에서 리부셰 공주 부부에 의해 설계된 것으로 전해진다. 비셰흐라드 마을 언덕에 오르면, 색다른 프라하 전경이 펼쳐진다.
소소한 클래식’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피아니스트 김윤경 교수가 프라하 건설, 리부셰 오페라(스메타나)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마을로 들어서면 과거 궁과 요새가 있던 곳답게 고색창연한 건물이 많지만, 주민들은 하이킹과 반려동물 운동, 유모차 산책, 조깅 등 평범하고 건강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음악인들의 묘소가 있는 성 베드로와 바울대성당 앞 잔디밭엔 리부셰와 그의 남편 프레미슬의 동상이 서 있다. 둘은 평강공주와 온달장군 같이 사이이다.
재산과 권력을 탐한 오빠는 여동생 리부셰의 힘을 빼기 위해 비셰흐라드 농부 프레미스과 결혼시킨다.
원대한 꿈을 가진 아내 리부셰는 농부 남편과 뜻을 함께하는 부하들에게 “강 건너 저 숲, 별이 닿는 곳에, 체코인들을 위한 도시가 보인다. 저곳에 성을 지으라”라고 지시한다. 도시 이름은 모두가 드나드는 곳 ‘문지방(프라흐)’으로 했다.
남편 프레미슬은 주군이자 부인인 리 부셰의 지시에 따라 일꾼들을 모아 프라하에 새 도시를 건설, 번영의 기틀을 닦기 시작했다. 8~9세기쯤으로 비정되는 이 이야기는 스메타나의 오페라 ‘리부셰’로 만들어졌다.
성당 옆 문화예술인 묘소에는 음악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스메타나의 묘엔 ‘나의 조국’ 중 블타바강의 킬링 파트의 악보도 그려져 있다.
비셰흐라드 체코 문화예술인의 묘지에 있는 스메타나 묘에는 교향시 나의 조국의 핵심인 블타바강 악장의 킬링 파트 악보도 새겨져 있다. 부셰 부부가 어디까지 역할을 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9세기에 이곳에 성이 지어진다.
가난한 자의 성경, 스테인드글라스, 성비투스 성당이 최고맛집= 프라하성(남북 길이 570m, 동서 넓이 128m)은 9세기 이후 통치자들의 궁전으로 사용된 로브코위츠 궁전 외에 성(聖) 비투스대성당·성조지바실리카·성십자가교회 등 3개의 교회와 성조지수도원 등 다양한 부속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체코는 물론 유럽 전체 음악인을 사랑하고 육성했던 왕실의 후예, 로브코비츠 가문의 성(고택)도 한 구역으로 묶여,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인 성 비투스 대성당은 프라하 성역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축물이다. 프라하 어디에서도 보이는 이 성당 두 개의 탑(남쪽 탑은 96.5m, 서쪽 탑은 82m 높이)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성당은 930년 보헤미아 공작 바츨라프 1세가 황제 헨리 1세로부터 성물(비투스 성자의 팔)을 얻은 것을 계기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이후 카를 4세가 고딕양식의 성당으로 중수했는데, 첨탑은 고딕양식이다.
유럽의 성당에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것은 문맹자가 많았던 때, 그림으로 성경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즉 스테인드글라스는 ‘가난한 자의 성경’이었던 것이다.
성비투스 대성당은 유럽 성당들 중에서도 최고 ‘스테인드글라스 맛집’이다. ‘최후의 만찬’ 글라스 작품은 유럽 전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보이는 것은 대부분 19세기말~20세기 초에 재정비된다.
성비투스 대성당의 성직자들은 아르누보 예술의 개척자인 체코 출신 알폰스 무하에 대한 체코인들의 자부심을 반영해, 모두 아르누보(일상 밀착형 예술) 풍으로 바꾼다. 무하의 ‘성 키릴과 성 메토디우스’ 작품도 성지의 스테인드글라스 반열에 올랐다.
무하는 그가 자주 쓰는 그림소재 식물 덩굴 장식도 그려 넣었다. 성화답지 않은 소재이다. 성소에 성물이 아닌 것을 배제하는 유럽의 여타 성당과는 다르게, 성비투스 대성당의 성직자들은 이렇듯 민중들의 삶을 투영한 작품도 과감히 포용했다.
카를교의 인기남, ‘별이 다섯 개’ 얀 네포무츠키 성자 등 존경할 인물과 주요 왕들의 묘가 이 안에 있다. 비엔나로 수도를 옮긴 합스부르크 왕 중 일부도 이곳에 안치됐다.
로브코비츠성과 소지구 왕실의 후예이긴 하지만 민간 고택인데, 이례적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로브코비츠성은 왕실 후손으로 부모의 재산을 독차지한 부자 왕녀 폴리 세나가 이 가문에 시집오면서 번성했다.
막대한 부를 기반으로 16세기 체코의 최대 문화예술 컬렉터가 된다. 헨델이 작곡하고 모차르트가 편곡한 메시아 파트 3 악보 등 모차르트, 베토벤의 악보 원전, 제자가 받아 적은 악보에 주석을 단 모차르트의 악보, 오래된 악기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아름답게 장식된 17세기 바로크 콘서트홀에서 정오의 클래식 음악 연주회도 연다.
하는 글라스에 직접 그림을 그린뒤 가마에서 구워내 하나씩 붙였다. 이런 식으로 성비투스 대성당에 붙인 스테인드글라스 조각은 500년간 무려 22만 6000개나 된다.
특히 프라하성 북쪽 언저리에 있는 로브코비츠성의 테라스에 서면 아름다운 프라하의 색다른 앵글 사진을 180도 촬영할 수 있다.
프라하성에서 내려와 카를교를 건너기 직전 형성된 마을을 소지구(Lesser Town)라고 부른다. 좁은 거리에는 호텔, 캐주얼한 레스토랑, 전통 펍, 맥주샴푸 마누팍투라 상점 등이 늘어서 있다.
자유의 메시지가 빼곡히 적혀 있는 존 레넌 벽, 프란츠 카프카 박물관, 발렌슈타인 정원이 이 구역에 있다. 브르트바 정원은 소지구에서 ‘프라하의 에펠탑’ 페트린 타워로 가는 오르막길 기슭에 있는데, 이곳 역시 뷰 맛집이다.
존 레넌의 벽에서 서쪽으로 350m만 걸어가면 음악 테마를 가진 호텔 아리아(Aria)와 코다 레스토랑을 만난다. 이곳 옥상에 오르면 뒤로는 프라하성이 보이고, 아래로는 카를교, 블타바강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음악에서 코다(CODA)라는 단어는 악장을 끝맺음하는 부분을 의미하는데, 체코를 포함한 유럽 음악인의 사랑을 받던 곳이다.
스메타나를 도와준 푸치니의 뚱뚱한 초상화, 프라하에서 재기에 성공한 바그너 초상화가 벽에 있고, 스베타나, 파바로티 등의 캐리커쳐가 음식 접시에 그려져 있다. 51개의 럭셔리한 객실과 스위트룸이 레노베이션되었으며 음악과 음악가를 한 벽화 등 독특한 인테리어가 재미있는 식사를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