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食日完山途中(한식일완산도중)
조위한(趙緯韓:1567~1649)
본관은 한양. 자는 지세(持世), 호는 현곡(玄谷).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공조참판, 지중추부사를 역임하였다.
문장과 글씨가 출중하였다.
저서로는 한문소설인『최척전(崔陟傳)』 ·『현곡집(玄谷集)』이 있다.
부들 잎 새순 돋고 쑥 잎은 살이 올라
蒲葉初生艾葉肥 포엽초생애엽비
복사꽃은 피지도 않았는데 살구꽃은 흩날리네
桃花未綻杏花飛 도화미탄행화비
뉘 집 과부인지 어린아이를 데리고
誰家寡婦携童稚 수가과부휴동치
제사를 마치고 새 무덤 앞에 울면서 돌아가지 않네
祭罷新阡哭不歸 제파신천곡불귀
*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한식을 비롯하여
무슨 날이 되면
산에 가서 시사(時祀)를 지내곤 했다.
그때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따라다녔다.
이유는 하나였다.
온갖 먹을거리가 많아서
이것저것 얻어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시는
젊은 과부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는
남편의 무덤에 성묘를 갔다
무덤가에 쑥이 파릇파릇 자라고
살구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한식날.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어린아이를 바라보니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했는지
돌아갈 생각 없이
하염없이 울기만 한다
기구한 자기의 처지를 눈물로 달래고 있다.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 정묘호란까지
이 시를 쓸 당시만 해도
산마다 새로 만들어진 무덤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조선팔도가 공동묘지요
집집마다 곡소리 끊이지 않았으니
이래저래 민초의 삶은 풀 한 포기보다 못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