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억제 기관에서 출산장려 기관으로.'
40년 넘게 일선에서 가족계획 사업을 펼쳐온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앞으로 는 출산장려 운동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28일 선언했다.
협회의 이 같은 기능 전환은 한국의 인구사적 변화를 압축하는 사건으로 그야 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협회가 출범한 61년 당시 한국의 인구상황은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표어로 상징된다.
이것이 70년대에는 '딸ㆍ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 아 잘 기르자'로, 80년대에는 '한 가족 한 자녀 사랑가득 건강가득'으로 이어 졌다.
30년 가까이 억제 일변도로 진행되던 인구정책은 90년대 들어서면서 출생성비 불균형 해소로 초점을 이동했다.
이때 나온 슬로건이 '아들바람 부모세대 짝꿍 없는 우리세대'다.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여성 1인당 2명 이내로 떨어진 99년부터 협회는 위기 에 직면했다.
보통 출산율이 여성 1인당 2명 이내가 되면 한 사회의 인구는 감소 추세로 돌 아서게 되는데 이로써 협회의 존재 의의가 사라진 것이다.
이 해 협회 이름은 '대한가족계획협회'에서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고 매년 50억 원 이상 나오던 정부 지원금이 끊긴 것도 이 해였다.
그리고 2003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1.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국가가 됐다.
일하는 젊은 세대가 없어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늙어 죽을 때까지 노동해야 하 는 암울한 미래사회가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10년도 채 못 된 사이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다.
지난해 말 협회장직에 취임한 최선정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서 "현직에 있을 때 상황을 미리 내다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 협회장은 결혼ㆍ임신ㆍ출산ㆍ육아를 위한 종합지원센터 운영과 불임부부 지 원사업 등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무쪼록 출산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돼 협회가 다시 '가족계획'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사회부 = 노원명 기자 wmnoh@mk.co.kr>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03.28 17:50 입력
2..................[기고] 취업난에 질식하는 대학사회
"요즘 대학생만의 문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세요?"
대학신문사 수습기자를 뽑기 위해 면접을 볼 때면 내가 빼놓지 않고 물어보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은 대다수 신입생 얼굴에는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다.
'문화'라고 지칭할 만한 공통의 무엇이 사라진 대학에서 신입생들은 그들이 꿈 꾸어오던 대학의 모습과 현실의 괴리에서 일찌감치 혼란을 겪게 된다.
토익문제집을 붙들고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는 선배들, 경력을 쌓겠다며 닥치 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제 할 일 바쁜 학생 들뿐이다.
이러한 모습을 접하면 '다들 취업을 목표로 노력하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자괴감에도 빠지게 된다.
동아리와 학내 신문사 모습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해마다 대학신문사에 들어오 려는 학생은 점점 줄어들고, 학보사 기자생활 도중에 포기하는 학생은 늘어만 가고 있다.
들이는 시간과 고생에 비해 취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적은 탓이 리라. 동아리도 갈수록 활동하는 학생들이 줄어들어 몇몇 '노땅'만 남은 곳이 허다하 고, 단과대 총학생회는 일할 사람이 없어 꾸려나가기 힘들 정도다.
언제라고 정확히 구분지을 순 없지만 시대적 담론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던 대 학문화는 '취업'이라는 더 큰(?) 담론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시대의 아픔을 고민하고 자신이 믿는 신념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던 60~80년대 대학생 모습은 이제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제 대학생들은 시대가 아닌 자신의 취업을 걱정해야 하고, 자신의 신념보다 는 채용기업의 기준에 부합하는 인간형이 되기 위해 온몸을 던져야 한다.
얼마 전 교양과목을 통해 한국 근ㆍ현대사를 접해볼 기회가 있었다.
격변하던 한국의 근ㆍ현대사에 관한 강의를 듣고나니 격동의 현장 중심에는 언제나 대학 생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4ㆍ19가 그러했고, 6ㆍ29가 그러했 다.
만성적인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에게 이 같은 선배들의 '화려한' 과거는 비현실적인 얘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라고 요즘 같은 취업난과 경쟁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대학이 갈수록 꿈과 열정을 잃어가고 있 다는 것이며,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기성세대의 반성과 관심이 필요하다.
대학 이 취업준비학원 정도로 전락할 때 사회 전체의 지적 퇴보도 피할 수 없기 때 문이다.
요즘 대학가 풍경은 학부 졸업생들에게 토익점수와 어학연수 경험 등 천편일률 적인 평가잣대를 들이댄 기업이 만들어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고시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수만 명의 대학생들이 인생 을 저당잡힌 채 캠퍼스가 아닌 고시촌에 묻혀 지내는 것은 국가권력이 인재들 을 사장시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기성세대가 대학교육과 대학경쟁력을 염려한다면 젊은 학생들에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기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학점이 나쁘더라도, 토익점수가 낮더라도, 남을 위한 봉사에 앞장서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용기를 가진 이들이 합당한 평가를 받는다면 대학사회가 물고기 처럼 펄떡거릴 것이다.
<박준수 중대신문 편집장>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03.29 18:05 입력
3......................[테마진단] 청년실업 해외취업으로 풀자
올해 2월 말 현재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8.6%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직활동 단념자와 불완전 취업자를 고려하면 실제 실업률은 10% 이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청년실업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 고 있는 셈이다.
청년실업 문제의 정확한 원인 분석에 근거해 종합적인 대책 마련 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청년실업은 산업의 급속한 글로벌화 추세와 우리나라 인구분포 특성에 1차적인 원 인이 있다.
또 청년실업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산업정책과 교육정책 실패가 2차 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우리나라 인구분포 특성도 청년실업 문제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1950년대 초ㆍ중반에 태어난 베이비붐 1세대가 30대 후반이 된 90년대부터 실업문제가 본격 화했다.
경제 성장이 정상궤도에 진입했더라도 갑작스러운 취업 대상자 증가는 심각한 실업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교육정책도 산업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 논리에 의해 대학 설립을 대폭 자 유화했다.
이에 따라 95년 32만명이던 대졸자는 2004년 53만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대졸자들을 위한 질 좋은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청년실업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1~2년 동안 고용창출에 우선 순위를 두는 거시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경제 성장 지속을 위해서는 생산성 혁신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고용 우선정책으로 산업 구조를 전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학 구조조정 추진과 교육 프로그램 개선으로 청년실업이 다소 호전될 수 있지만 일자리 창출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기업가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기업은 고용의 원천이고, 수 익창출의 근본이다 기업인의 기업하는 마음이 되살아나고 기업을 할 의욕이 넘친다면 일자리 창출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경기 회복도 앞당겨질 것이다.
아울러 부동산으로 몰리는 단기 부동자금을 산업자본화할 수 있는 정책 수단도 절 실하다.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400조원을 웃돌고 있다.
그러나 부동자금이 건전한 산업자본으로 전환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장년층 세대가 주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부동자금이 계속 몰리게 되면 일자리와 재산 증식에 대한 청년 세대의 박탈감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청년층이 희망을 잃게 되 면 우리 사회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우리 정부가 단기적으로 공공ㆍ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 하다.
경영지표상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들이 탄력적으로 고용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서비스 부문에서 정부가 일자리를 보충해야 한다.
영국은 지난 98년부터 청 년실업자를 밀착 지도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면서 청년 취업 알선 성과도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이 같은 정책으로 영국은 지난 95년 25.9%였던 청년실업률을 2003년에 12%로 감소 시키는 성과를 냈다.
국내 고용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과 동남아시아, 러 시아와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 대륙으로 적극 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 부가 앞장서서 지역언어 교육과 지역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최근 10년 동안 정보기술(IT) 혁명으로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고용창출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경제가 성장하는 '일자리 없는 성장' 추세가 보편 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선진국에서는 생산성 혁명이 계속될 것이며 성장과 고용은 더 이상 동반 지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일반 실업률보다 높은 것은 선진국가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 다.
최근 수년간 프랑스 영국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평균 10% 이상 높은 청년실업 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 일반 실업률은 7.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진국 경제에서 일반 실업률보다 청년실업률이 더 심각한 문제로 고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정부도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과 교 육 프로그램 개선, 청년고용 촉진장려금 제도 등 경제ㆍ교육 각 분야에서 정책 수 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03.29 19:45 입력
4.....................[매경포럼] "한국이 일본을 이깁니까?"
얼마 전 도쿄에서 일본 기업인, 정치인, 이코노미스트들을 일주일 동안 약 20 명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 가운데 오무론전기 회장을 지낸 다테이시 노부오 상담역에게서 필자가 받은 질문은 꽤 뜻밖이었다.
70세도 넘을 것 같은 그는 "그래, 일본을 죽 돌아보니 한국이 일본을 이길 자신감이 생기던가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는다고? 국내에서 이런 대담한 질문을 던지는 이는 거의 못 만난 것 같다.
필자는 노(老)기업인의 물음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고 해석해 보았다.
하나 는 '삼성전자 쇼크'와 '욘사마 현상'의 관점에서다.
삼성전자는 소니를 비롯한 일본을 대표하는 8대 전자회사가 낸 이익을 가볍게 뛰어넘어 '100억달러클럽'에 가입했다.
일본 언론은 이를 '쓰나미'로 해석했다 . 소니 사장을 미국인으로 교체했는 데도 일본 재계는 거의 충격을 받지 않았을 뿐더러 소니의 젊은 사원들은 오히려 환영했다고 한다.
일본에 머무는 일주일 동안 필자는"삼성전자의 강점을 분석해달라"는 주문에 시달려야 했다.
차기 총리 주자로 꼽히는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대리는 욘사마 열풍을 크게 의식하는 말을 했다.
" '겨울연가'는 좋아하지 않지만 아내가 그 드라마에 나 오는 다른 배우를 좋아해 엊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아내도 한국말을 배우기 시 작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한국은 과거 100년 이상 어떤 분야에서도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해왔 다.
충실하게 베끼는 추종자였을 뿐이다.
그런데 한국이 더 잘 하는 부문이 하 나 둘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의원은 "(한국에 자극받아) 우리도 영화 드라마 분야의 진흥을 위한 대책 반을 만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다테이시 회장이 던진 물음에는 그러한 초조감이 배어 있는 것이며 독도나 교과서 문제에 그토록 일본이 인색하게 구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그는 '한국은 아직 멀었어. 어림도 없지'라는 속마음과 함께 그런 류의 답변을 듣고 싶어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일본 톱 경제인들은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고이즈미 총리에게 직접 자문하기로 유명하다는 요시카와 히로시 도쿄대 교수 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일본의 국가경쟁력을 30위권까지 추락시켰 다.
그런데 도쿄대 순위는 세계 10위권이지만 과학기술 분야는 미국에 이어 세 계 2위다.
특히 물리학만큼은 MIT, 스탠퍼드, 하버드를 제치고 부동의 세계 1 위"라고 했다.
올 여름을 기점으로 일본 경기가 크게 살아날 것이라고도 했다.
마쓰시마 노리유키라는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는 "도요타는 과거 엔고 때는 이익을 내지 못했으나 이제는 달러당 80엔이라도 자신있다.
그에 비하면 현대 차는 잦은 파업이 큰 문제이고, 부품이나 엔진기술 개발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비교했다.
도요타자동차 실적을 보면 매출액 150조원, 순이익 15조원으로 삼성전자의 실 적이 왜소해 보일 정도다.
현지에서 살펴본 일본의 경제력은 확실히 한국이 단시일에 넘을 수 없는 강점 을 자랑하고 있었다.
첫째는 기술력이요, 둘째는 대기업과 짝짓기해 2인3각으 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중소기업 그리고 임금 동결에도 춘투(春鬪)에서 졸업 한 노사문화였다.
'부의 탄생'(The Birth of Plenty)의 저자 윌리엄 번스타인은 어떤 국가가 부( 富)를 쌓을 수 있는가 하는 요건으로 △법치(재산권 보호) △기술과 합리주의 △금융시장의 번성 △통신과 수송제도의 발달 4가지를 꼽았다.
이 방정식에 대입하면 역시 기술이 결정적인 양국의 차이다.
청년실업이나 고 령화는 양국이 같다.
그렇지만 한국이 이기는 분야도 나타나고 있다.
거대한 벽에 금이가기 시작한 것이다.
번스타인의 표현을 빌리면 인류가 나타난 시간을 하루 24시간으로 치면 경제발 전이란 개념을 생각한 것은 겨우 10초에 불과하다고 한다.
게임은 10초만에 결 판이 나는 것이 아니다.
국가 리더들이나 기업인은 현상에만 매몰되지 말고 가 끔씩 일본 기업인이 한국 언론인에게 던진 물음, 즉 한국이 일본을 이길 수 있 느냐는 테제에도 물음을 던져보기 바란다.
[김세형 논설위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03.30 18:00 입력
5..................[테마진단] 경기회복 규제완화에 달렸다
올해 초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표명한 이후 주가가 상승하고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서 경제 분위기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산업 생산이 크게 감소해 경기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힘든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최근 부진은 특히 기업의 국내 투자 부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 다.
기업의 투자 부진은 고용 사정을 악화시켜 가계의 근로소득을 감소시키고 이는 다시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투자 침체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
개방화, 국제화 등 구조적으로 변화된 경제환경 아래에서 설비투자를 활성화하 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차별적인 정부 규제를 시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동 시에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개혁에 나서야 한다.
규제개혁은 사실 역대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한 사항이며 정부의 각종 규제 숫자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뛰는 기업들은 규제 완화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 문제다.
한국의 창업 절차는 12단계로 캐나다 호주의 2단계, 홍콩의 5단계 등에 비해 훨씬 복잡한 것으로 평가된다.
창업에 필요한 시간도 22일로 호주 2일, 덴마크 4일, 홍콩 11일 등에 비해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창업뿐만 아니라 창업 후 기업활동에서도 각종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 업집단지정제도,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적용되 는 규제도 존재한다.
기업 집중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면서 기업 활동을 제한하 지 않도록 만드는 합리적 규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시중자금은 넘쳐나는 데도 기업 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구조적인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기간산업인 자동차 , 철강, 조선, 유화 등은 물론 반도체 산업도 성숙기에 접어들었거나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대규모 신규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차세대 성장산업도 시장 잠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높은 투자 리스크 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간에 생산성 격차가 발생하면서 우리 경제가 제조업이 주도하는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주도하는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
또 저렴한 인건비와 완화된 규제여건을 찾아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 인도 등 외국으로 속속 이전하고 있는 점도 투자 부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에 대한 내국인의 역차별적인 규제와 외국 자본의 영향력 등 제도적인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기업의 경영전략이 매출증 가율 등 성장성 지표에 초점을 맞춘 공격적인 투자에서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 영형태로 전환됐다.
그러나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짐에 따라 배당으로 연결되는 단기 경영 성과가 중요시되면서 기업들이 고위험을 회피하고 투자를 기피하는 경영행태가 지속되 고 있다.
대기업이 각종 규제로 마땅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현금흐름에 여유가 있음에도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어 투자에 소극적이 되는 것이다.
은행들도 외환위기 이후 안정성을 중시해 기업금융, 특히 중소기업 대출비율을 감소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대출위험 관리가 비교적 손쉬운 소매금융 중심으 로 경영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민영화 과정에서 시장 점유 율이 높아진 외국계 은행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투자는 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기업의 생 산활동과 직접 관련 있는 설비투자 부진은 최근 3~4년 간 더욱 두드러진다.
90 년대 평균 6%대를 기록했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0년대 들어 0% 수준으로 후 퇴했다.
다만 2004년부터 수출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 산업과 일부 대기업 의 투자 증가에 힘입어 설비투자 증가율이 다소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을 뿐 이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제 개편, 노동시장의 유연화 추진 등으로 기업의 비용부담을 경감해 실제로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내실 있는 규제개혁이 필요 하다.
변모된 산업구조를 반영해 서비스 및 첨단 산업에서 새로운 투자 수요를 발굴 하는 과제도 병행돼야 한다.
특히 문화, 교육, 의료, 법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 규제를 획기적으로 철폐해야 한다.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전선애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03.31 18:00 입력
6.....................동북아 균형자론...韓美동맹 없으면 사상누각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을 계기로 급변하는 동북아의 새 역학 구도에서 한국 외교의 좌표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미 동맹의 지속 여부나 한ㆍ미ㆍ일 3각공조 문제, 나아가 중국과 일본 간의 경쟁구도 등이 새 롭게 불거지고 있다.
매일경제는 조경엽 정치부장의 사회로 하영선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와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의 긴급 대담을 통해 격랑에 놓인 동북아에서 한국 외교의 좌 표에 대해 짚어봤다.
-100년 전 동북아 상황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하영선 서울대 교수=우리가 19세기에 망한 것은 자강균세(自强均勢)에 실패했 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강균세에 성공해 독도만 가져간 게 아니라 한반도 전체 를 가져갔다.
우리도 자강균세를 몰랐던 건 아니다.
일본의 방식과 우리의 방 식에 차이가 있었다.
자강의 '강'자에 대해 19세기 의미로 투철하지 못했다.
문정인 동북아시대 위원장=모든 것은 역사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다.
한국이 통일한국이든, 분단한국이든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다.
새로운 예지가 필요하고 근대적인 힘과 탈근대적인 힘을 창출해야 한다.
그런 사명이 있다.
1 9세기 말처럼 균세를 못해서 파탄되는 운명을 다시는 겪지 말자는 것이다.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의 진정한 의미는.
하 교수=우선 밖에서 보면 헷갈린다.
정권을 넘어서서 한반도의 21세기나 100 년 대계와 연계해서 신중히 생각하자. 한국 내지 한반도가 21세기에 어디로 가 야 될지를 정하는 대외전략 개념 설정에 19세기나 20세기의 언어가 쓰이고 있 다.
21세기에 걸맞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안에서 좀더 정리해야 한다.
균형자론은 좀더 고민해서 다른 형태로 재구성해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전략 개념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쪽 설명을 들어보니 근대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동북아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거쳐 21세기 한반도가 나아갈 고 민으로 균형자가 적절한 것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수사적인 차원에서 전략 개념으로 가려면 언어와 논리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노무현 대통령의 생각도 다를 바 없다.
균형자라는 표현은 세력 판도가 바뀐다는 의미가 아니다.
노 대통령의 균형자는 어떻게 하 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밸런스를 유지하느냐다.
19세기 유럽에서의 세력 균형과 여러 차이점이 있는데 오해하고 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은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 일본과의 관계에 우리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ㆍ중ㆍ일 3국은 공동운명체로 잘되면 같이 잘된다.
일본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그런 의미에서 균형자 역할을 말한 것이다.
-한국외교가 미국과 중국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문 위원장=일본 내에서 미국과의 밀착에 대한 비판이 있다.
러시아 한국 중국 과의 관계가 나빠져 외압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보통국가로 만들려는 작업을 하기 위해 미국에 올인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일본 국민에게 과거 역사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 없으면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하라고 메시지를 보냈 다.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미국은 자유의 확산이라는 새로운 어젠더를 제시했다.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미국에 올인을 하지 못한다.
자유의 확산이 북한의 고립과 봉쇄 등으로 이어지면 우리가 수용하기 어렵다.
그런 위협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고민이다.
-일본의 대외정책과 우리 대응은.
하 교수=2월 19일 가진 미국과 일본의 국방ㆍ외교장관 '2+2' 회담 공동선언문 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국가연합 수준이다.
지구적 전략 목적과 지역적 전략 에 합의하고 역할도 분담했다.
21세기 자매결연의 재선언이다.
독도 문제 등에 대해 저쪽을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외교적으로 압박을 해도 절대로 일본이 안 움직인다.
역사의 정의가 우리 편에 선다는 보장이 없 다.
중국은 스스로 뜨고 있지만 균형자 역할을 할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올인하는 것은 소강사회 건설이다.
우리도 목적을 설정하려면 선택적으 로 해야 한다.
수사적으로 균형자를 설정하면 안 된다.
문 위원장=독도 과거사 등은 일본이 스스로 반성하기 전에는 해결하기 어렵다 . 일본 국민 스스로 양심에 의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한일관계를 개선 하고 동북아 평화 번영을 가져와 상생과 공생의 협력 관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자기 반성을 통해야 한다.
일본의 양심세력과 연대해 대응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갈등 국면을 최소화하고 협력국면을 최대화하자는 것이다.
-한미동맹에 이견은 없나.
문 위원장=이견이 있다.
우선 위협에 대한 인식 차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 한은 직접적인 적이고, 중국은 잠재적인 적이다.
우리는 중국을 협력 대상으 로 보고 북한도 교류 평화 공존의 상대로 본다.
미국은 다르게 생각한다.
일본 도 부분적으로 다르게 생각한다.
두번째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다.
우리는 주한미군 동원에는 응할 수 있으나 한미 연합 전력의 동원은 원치 않는다.
한국군은 대북 억제에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성격상 지역동맹이나 중국 포위는 맞지 않다.
한미동맹은 목적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수단이다.
-한국 외교의 방향은.
문 위원장=한미동맹의 축이 없으면 사상누각이 된다.
한미동맹이 없는 한국에 대해 중국 일본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우리는 협력적 자주국방으로 자강을 높여야 한다.
그 다음에 균세 역할을 해야 한다.
판을 바꾸지 않겠지만 19세기 의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유럽에서의 나토 와 같은 집단 방위체제에 동북아의 다자간 안보체제를 병행해 집단 안보공동체 를 만들자는 것이다.
[윤경호 기자 / 윤상환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03.31 18:05 입력
7....................[사설] 자본 유출 확대 국익 전제돼야
정부가 내국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제를 푸는 등 지금까지의 '유입 촉진ㆍ유출 억제'라는 외환정책 방향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일단 잘한 일이다.
외환위 기 이전 경상수지 적자 누적에 따른 외화 부족으로 원화가치 절하 압력이 가중됐을 당시는 외화 유입을 촉진시키고 유출은 억제하는 외환관리 정책이 필요했다.
실제 로 이를 통해 외환시장 수급과 환율 안정도 어느 정도 도모할 수 있었다.
외환위기 후에도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으로 확보되기까지 한동안은 기존 외환정 책 기조가 유지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 누적과 외국인 증권 및 직 접투자 자금 유입 증가로 외화가 과다 공급되고, 이로 인해 원화절상 압력이 가중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을 지속한 결과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 을 크게 웃돌게 된 지금은 기존 정책을 전면 손질할 필요성이 생기게 된 것이다.
외화 유입을 억제하는 것은 세계적인 외환거래 자유화 추세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기존의 외화 유출 억제 정책을 유출 촉진 정책으로 바꾸는 것이 물론 바람직하다.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이 사실 한 나라의 외환유출입 정책은 그 나라의 외환수급 상 황을 밀접히 반영해 변해왔다.
외화가 부족할 때는 유입 촉진 쪽에, 공급 과잉일 때는 유출 촉진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정책이 변경돼온 것이다.
개방론자인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개인 30만달러 이상 해외 부동산 구입 허용과 자 산운용회사 해외 부동산 투자기준 완화, 국내 법인 외국 호텔 및 골프장 투자 허용 확대 등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외화공급 과잉 상태에 직면해 있는 우리 현실에 비춰볼 때 시의적절한 일이다.
그러나 해외 투자 확대 대상이 부동산이나 레저 관련 시설에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국내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국력을 키우는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해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국내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성숙기에 있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를 촉진시킴과 아울러 병원이나 학교 등 지식기반 서 비스 업종의 해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내국인의 해외 송금이 자유롭게 이뤄지도 록 하는 것 등이 시급한 일이다.
결국 외화 유출 확대 정책은 보다 넓고 긴 시각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국력을 극대 화하는 차원에서 정교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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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3 18:05 입력
8......................[기자24시] 카드수수료 분쟁이 남긴 것
지난해 7월 22일 비씨카드가 이마트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후 무려 8개월을 끌었 던 카드사와 할인점간 수수료 분쟁이 마침내 끝났다.
수수료율이 종전보다 0.15~0.2%포인트 올랐다는 점에서는 비씨카드의 승리로 볼 수 도 있고, 당초 비씨가 요구했던 2.3% 이상보다 낮은 인상률에 머물러 이마트가 이 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소비자들은 8개월 동안 이마트에서 비씨카드를 쓰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 만 수수료율 인상분만큼 소비자가격에 전가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마트에 '박수' 를 보낼 만하다.
이동통신업계, 홈쇼핑업계를 무릎꿇리고 할인점마저 굴복시킨 카드사들의 다음 목 표물이 항공업계와 정유업계(주유소)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앞으로 또다른 수수료 분쟁은 없을지 관심거리다.
수수료 분쟁을 계기로 할인점들이 제휴카드나 직불카드 등 다양한 결제수단을 채용 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 사태가 남긴 수확 중 하나다.
이마트의 경우 비씨카드를 받지 않은 8개월 동안 2개 은행과 제휴했고 직불카드 결 제율을 3%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수수료 원가에 대한 엄밀한 분석, 점포별ㆍ카드사별로 각기 다른 선진국형 수수료율 체계 도입, 수수료율 절감을 위한 카드사와 가맹점간 직선망 구축 등 근 본 해결책 없이 카드업계와 할인점업계의 대표선수끼리 맞붙어 힘겨루기식으로 사 태가 마무리된 것은 문제다.
'어느 정도 수수료율이 적정하냐'가 아니라 '어느 업계가 더 힘이 세냐'로 문제가 판가름났기 때문에 앞으로 똑같은 일이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는 불씨를 그대로 남 겼다.
힘 센 할인점들은 1.65~1.85% 선에서 끝났지만 식당, 가게 등 카드사와 '맞 짱' 뜰 힘이 없는 일반 자영업자들은 일순간에 수수료율을 4~5%대까지 올려줘야 했 다.
'길거리 카드 발급'이 카드 부실 사태를 초래했다며 한동안 자성하는 듯했던 카드사들이 요즘 들어 다시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한다.
'언제든 힘으로 밀어붙여 수수료를 올리면 된다'는 인식이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유통경제부 = 채경옥 기자 chae@mk.co.kr]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04.03 18:05 입력
9.......................[매경의 창] 흔들리는 아시아 공동체
말레이시아의 전 총리 마하티르 모하마드는 입담 좋기로 유명하다.
총리로 재 직할 때 그는 중국과 일본을 두 마리 코끼리에 비유해 진한 농담을 한 적이 있 었다 . "
중국과 일본이란 코끼리가 싸우면 아시아라는 들판은 박살이 날 것이다 . 그러나 두 마리가 서로 사랑을 나누면 같이 뒹굴다 더 박살이 날 것이다.
" 마하티르 말마따나 최근 중국과 일본의 패권주의 경쟁을 보면 아시아 미래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일본은 '유사법제'를 통해 재무장의 길로 접어들었고, 중 국은 '반국가분열법'에 의해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의 길을 열어 놓았다.
일본 이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면, 중국은 러시아와 화해를 통해 일본을 구축하려고 한다.
북핵 문제로 막혀 있는 한반도에 미국과 일본이라는 기존 세력과 중국과 러시 아라는 신흥 세력 사이에 대립각이 세워지고 있다.
다시금 100년 전 강국(强國 )정치의 소용돌이가 나타나고 있는 듯싶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 중 하나다.
인구 규모, 공업생산, 무역 거래 등에서 여섯 대륙 중 단연 앞을 달린다.
총인구는 세계의 거의 절반을 차 지하고, 공업생산량은 세계의 반 이상을 넘으며 무역거래량은 세계에서 제일 높다.
흥미롭게도 일본 중국 싱가포르 한국 대만이 지닌 외환보유액은 무려 2 조달러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지역인 셈이다.
그러나 이 국가들을 묶어주는 지역공동체가 없다.
아태경제협력체(APEC)라는 매우 느슨한 협의체가 있을 뿐이다.
북미의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위시해 동북 아의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동남아 국가 등 21개 나라가 회원이다.
APEC은 소(小)지역주의라 할 ASEAN과 NAFTA를 포함하면서 점진적인 통합을 추 구하는 개방적 지역주의 성격을 갖는다.
EU, NAFTA, MERCOSUR가 역외국가를 차 별하는 것과 달리 APEC은 열려 있는 지역주의를 지향한다.
만약 APEC이 단단한 조직을 갖는 공동체로 나아간다면 그 정치ㆍ경제적 잠재력 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세계 주요 나라들이 APEC과 제휴를 모색하고 있는 이유 도 아시아권과 결합해 정치ㆍ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데 있다.
미국은 APE C에 참여해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EU는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 ASEM)를 통해 미국에 대항하고 있다.
그러나 16년의 연륜을 지닌 APEC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합의한 것에 비해 성과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요즘 한ㆍ중ㆍ일 사이의 역사갈등을 보면 아 시아에서 지역공동체 미래는 더욱 요원해 보인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모두 두 나라의 팽창주의적 민족주의에 기인한다.
중국이 '중화경제권'에 대한 야심이나 일본이 '대동아공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것이 아시아의 현실이다.
민족주의가 약화되는 탈( 脫)근대 시대에 동북아시아에 유독 국수적 민족주의에서 출발한 팽창주의 바람 이 분다.
APEC의 공동체화는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한ㆍ 중ㆍ일 사이의 과도한 국가 경쟁을 조정할 수 있는 역할을 미래의 APEC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는 식민지 시대의 과거 청산이 아직 끝나지 않은 채 역사적 앙금이 그 대로 남아 있다.
특히 전후 미국 헤게모니에 의한 아시아 지배는 독자적 지역 공동체 출현을 더디게 해왔다.
국가주의적 전통이 강한 곳이 또한 아시아다.
EU와 같은 완전통합체를 기대하 기 어렵다.
그러나 EU와 같은 완전통합체는 아니더라도 협력과 공존을 위한 공 동체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팽창적 민족주의 분출에 따 른 국가 경쟁을 막아줄 수 있는 기능을 지역공동체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1월에 부산에서 개최될 APEC 정상회의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이 의장 국이다.
우리가 주도해 가시적인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부산선언'을 끌어내 야 한다.
경제 외교 안보 환경에 관한 비전과 실천 프로그램을 내보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지난날 식민주의 희생자로서 오늘의 팽창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보편적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할 소명과 역량이 있다.
[임현진 서울대 기초교육원장ㆍ사회학과 교수]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04.07 17:55 입력
10........................[시평] 초점 잃은 외국자본 논쟁
우리나라 학생들은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바로 해답을 가르치는 교육 풍토 속에서 학생들 스스로 무엇이, 왜 문제가 될까는 별로 생각해 볼 기 회가 없기 때문이다.
이 탓인지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어른들의 논쟁을 보면 유치원에서 벌어지는 '나쁜 나라 대 좋은 나라' 식의 이분법이 난무하는 예가 많다.
최근 시선을 끌고 있는 외국자본 논쟁을 보면 유치하다 못해 나라 장래가 걱정 스럽다.
경영권 목적의 주식매입에 대해 자금 조성 내역을 공시하게 하는 '5% 보고제도'의 개정을 외국 언론이 비판했다는 사실은 대단한 뉴스거리도 아니다 . 외국자본의 국내 주식 취득은 최근 본격화된 일이고 이에 따른 법 규정의 정 비가 진행되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이런 저런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자본의 국적이 있느니, 세계화는 자주적으로 해야 하느니 하는 식의 조잡한 논조가 여론을 주도한다.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턱 끝에 칼 이 들어와도 냉정해야 하는데, 지식계층이 이 모양이니 남들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겠는가.
정작 문제의 뿌리가 되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기본 적인 논의조차 드물다.
기업의 은행 소유를 규제하라는 이론은 정상적인 시장 경제에서는 타당성이 높다.
가려서 돈을 빌려줘야 은행도 살기 때문이다.
적어 도 형식적으로는 우리도 재벌의 은행 소유를 억제하고 있지만 이런 껍데기 규 정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은행은 사실상 공기업이었고 재벌은 정부와의 협력관계를 통 해 실질적으로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여기에다 보험이나 증권과 같은 비 은행 금융기관의 재벌 소유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가 엄격히 배제되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실증적인 논점과는 별도로 기업이 은행을 보유하는 것이 나쁘다고 보는 통설에 대해 나는 일방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장기적인 시설투자 수요 가 큰 산업화 과정에서는 은행이 개별 투자의 위험을 식별해 독립적으로 자기 수익을 지키는 것 보다 정부정책의 큰 틀에서 전체 투자의 위험을 줄여주는 도 구 역할을 하는 것이 우월한 체제일 수 있다.
어차피 정보의 비대칭성이 커(투 자 대상기업의 옥석 구분이 힘들어) 은행의 독자적 생존이 힘든 상황이라면 내 부 정보 소통이 빠른 기업집단을 용인하고 이 전체를 대상으로 은행권을 포함 한 정부가 정책 대응에 나서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 또한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와 비효율, 기업 재무구조의 악화 와 금융산업의 침체, 경제력의 집중과 같은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결국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제도와 정책 이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
금융규제와 경제력 집중에 따른 비용이 편익을 능 가하고 있는 데도 관료와 재벌의 자아도취적인 정책 타협 때문에 위기 국면에 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자율화와 개방을 통해 서구식 시장경제로 가자는 큰 틀 에는 동의했지만 구체적으로 기존 제도나 정책 틀을 손보는 일에는 소홀했다.
외국자본은 들어오게 해놓고 이와 관련된 냉정한 분석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 소수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와는 직결될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책이 되기 힘든 출자총액제한을 둘러싸고 정치권까지 동원돼 법석을 떠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외국자본과 언론이 우리를 우습게 본다고 발끈할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재벌 이 옆구리 한번 찌르면 교수와 국회의원이 로비스트로 나서고 정책 또한 바뀔 수 있다는 선입견부터 바꾸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책결정의 '수준(integrity)' 을 높여야 한다.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끼리끼리 모여 정책을 만들어내다 안 먹히면 아무 때나 바꾸어 버리는 풍조와 가벼운 입놀림으로 정부 신뢰에 먹칠 을 하는 높은 분들이 없어야 한다.
자본의 국제이동에 따르는 경제 불안은 정부가 걱정할 문제지만 특정 기업의 소유를 누가 하느냐는 시장에 맡길 일이다.
교과서적 사례와는 달리 인수ㆍ합 병 중심의 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제조업이 아닌 금융업에 외국인 투자가 몰리 는 현실을 직시해 창의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은행 이사의 국적 제한 문제는 필요하면 하고 아니면 말면 되는 사소한 일이다 . 큰 그림을 못 보니까 모두들 작은 일에 핏대를 올리는 것이다.
평소 공부 안 하는 학생에게 억지로 질문을 하게 하면 대게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외국자 본은 좋은 건가요?"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자명하다.
"그건, 그때 그때 달라~ 요." 선무당들보다는 조신한 굼벵이가 낫다는 얘기다.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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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1 07:30 입력
11.......................[매경의 窓] 기업과 정부 함께 변해야
한국이 동북아에서 대국 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균형자 역할을 맡겠다고 한다.
이 역할을 감당하려면 꼭 대국일 필요는 없지만 대국 풍모는 갖춰야 할 것이다 . 이 풍모는 강력한 경제력과 함께 모든 분야에서 경직성과 획일성을 극복할 때 확보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자기성찰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정 부와 사회단체의 기업활동과 관련한 접근 방식이다.
최근 기업 정부 정치권과 사회단체 간에 반부패 협약을 체결하고 그 실천 방안 을 논의하고 있다.
투명한 경영, 성실하고 정확한 회계처리 그리고 검은 돈 거 래를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독립적인 사외이사 제도와 중립적이고 활동 적인 내부 감사 체제를 갖추는 기업지배구조가 이 협약의 필수 요건인 듯하다.
반부패협약의 연장선상에서 대기업이 비정규직과 같은 취약계층을 적극 지원하 라는 물밑 압력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 아래 거세다.
다 좋은 일이 다.
그러나 좋은 일이 되려면 일의 완급, 원인과 결과, 목표와 수단, 할 일과 안 할 일을 가리고 어떤 경우에도 경직성 획일성을 지양해야 한다.
투명한 기업경영은 그 자체가 결코 목표가 될 수 없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투 자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나 사회단체는 이 수단의 내용까지 획일화할 권한이 없다.
수단의 유효성을 평가할 시장을 육 성하고 선진 기업회계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위반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응징이 따르게 하면 정부 측 역할은 끝난다.
또 민간 기업에 대해 왈가왈부하기에 앞 서 정치적 고려가 공기업의 CEO 선정과 기업지배구조를 좌우하는 폐습을 철저 히 청산하는 일이 더 급한 정부의 과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도 그렇다.
이를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기업역할의 한 계와 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아는 것이 우선 급하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까지 기업에 감당하라는 것은 기업의 역할과 기업활동으로 큰돈을 번 기업가가 해야 할 일을 혼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가 비정규직 을 낳은 원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기업은 어떻게 하든지 '경제적 이 윤'을 극대화함으로써 기업을 키우고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 들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주된 사회적 책임이다.
굳이 추가할 책임이 있다면 대기업은 관련 중소기업을 함께 살찌게 하고, 그 기업이 소재한 지방 주민들의 삶의 격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과감한 투자를 하 라는 것일 것이다.
또 대기업이 잘 한다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하는 대신 좀 못 한 중소기업이라도 이를 도와주어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모델을 만들라는 주문 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상 초유로 1개 기업이 100억달러 이익을 낸 쾌거는 분명 자랑스런 일이나 대기업만이 아닌 하도급기업들의 재무제표를 함께 보더 라도 여전히 그럴까 한번 생각해 볼 일이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들이 굳이 수 도권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정부 기능을 두 지역 으로 쪼개는 기막힌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던질 수 있기 때문이 다.
한편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과는 다르다.
선진국의 대기업가들처럼 큰돈 을 번 기업가들이 사회 전체의 후생 극대화를 위해 그들의 재산을 의미 있게 쓰는 모범을 보인다면 그 사회는 보다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러나 이것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모범을 보이는 사람들을 빛나게 하는 유인책 을 제공하는 것으로써 족하다.
지금 여러 신호가 경제 회복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좋아할 것만 아니라 경제의 핵심문제가 무엇이고 그것이 과연 치유되고 있는가를 성찰할 때다.
최근의 우리 경제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이 있으면 반짝하다가도 그 약효가 떨 어지면 침체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또 경기의 진폭도 과거보다 훨씬 크다.
잠재성장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성장이 창출하는 일자리 수도 줄고 있다.
북한정권의 향배 또한 예측할 수 없다.
현재의 경제상황으로는 북한의 유고시 국가신용은 외환위기 때의 등급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시급한 일들은 이 문제 들을 다루는 것이고 그 해답은 기업들을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마음 놓 고 뛰게 하는 데 있다.
일찍이 슘페터는 자본주의 붕괴를 예언하면서 그 원인을 자본주의의 풍요가 낳 은 지식인 계층의 활동에 돌렸다.
이들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기업활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라는 족쇄를 채움으로써 결국에는 경제발전의 원 동력인 기업가 정신과 자본주의를 죽인다는 것이다.
원인을 외면하고 수단에 대해서까지 경직성 획일성이 지배하는 작금의 분위기를 슘페터가 보면 뭐라고 할지 모두 생각할 때다.
대국의 꿈을 꾸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이석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04.12 17:55 입력
12........................[사설] 기업도시 성공모델 만들어야
전남 해남과 영암 일대 3000만평에 복합레저형 기업도시(일명 J프로젝트)를 건 설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전남도가 금호산업, 중동, 일본 등 국내외 6개 그룹 18개 투자사와 투자합의서(MOA)를 체결한 데 이어 조만간 문화관광부 에 기업도시 시범사업 지정을 신청해 허가를 받으면 세부 계획을 실천할 예정 이다.
기업도시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목적 으로 건설하는 인구 50만명 정도의 자족도시를 말한다.
민간과 지자체 자율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과거 중앙정부 주도로 조성돼 제대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지방 산업단지와는 개념이 다르다.
이달 15일 시범사업 지정 신청 마감을 앞두고 개발이익 환수나 학교 의료시설 설립 등의 문제로 과연 기업이 어느 정도 기업도시에 관심을 가질까 걱정하던 상황에서 국내외 기업과 자본이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힌 것은 여간 다행스러 운 일이 아니다.
이번 투자합의서 체결은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도시 건설에 강한 의지를 보인 데다 지자체가 기업도시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선 것 등이 어우러져 이뤄낸 결 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내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 자본이 참 여함으로써 기업도시의 국제적 홍보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주 목된다.
이제 기업도시 건설에 본격 시동이 걸린 이상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 도록 정부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성원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골프타운 과 마리나, 실버타운, 호텔 건설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이번 사업이 성공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외화유출 억제와 고용창출 등의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다른 기업과 지자체가 산업교역형, 지식기반형, 혁신클러스터형 등 다 양한 형태의 기업도시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규제완화,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을 통해 기업도시 건설과 관련된 애로 요인을 해소해 주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기업도시는 민간의 창의와 경제 논리에 바탕을 두고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 효율성이 높을 뿐 아니라 정 부의 재정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도 적극 추진돼야 할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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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2 17:55 입력
13..........................[기고] 수소에너지는 자원고갈 대안
요즈음 석유 값 오르는 것이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유가의 급 격한 상승은 이미 예고되고 있었다.
21세기로 들어오면서 세계는 이미 석유 매 장량의 절반을 써 버렸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새로운 유전의 발견보다 는 석유 소비가 많아서 남아 있는 석유는 계속 줄어든다.
에너지 경제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자원의 가격은 매장량의 절반을 쓰고 나면 급격하게 가격이 상 승한다고 한다.
중동정세의 불안, 산유국들의 설비 노후화 등은 최근 석유가격 상승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인공석유의 생산가격이 현재 시세로 약 60달러 정도라고 하니 석유가격도 이 정도까지는 조만간 오를 것이다.
이에 대 한 우리나라의 대비는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잘 살기 위해서는 경제가 계속 발전해야 한다.
경제가 발전하기 위 해서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에는 환경문제가 따라온다.
20세기 발전상의 상징이었던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는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
경제를 발전시켜도, 이에 따른 환경 파괴로 인한 삶의 질 저하는 용납되지 않는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트라이레마가 있다.
딜레마가 두 가지 사안이 얽힌 것이라면 트라이레마는 세 가지가 얽힌 것이다.
즉 경제 발전, 에너지 사용과 환경 보존의 세 가지 명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 중국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최근 매년 10% 가까운 고속성장을 해오 고 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작년에 경제성장의 연착륙 이야기가 후진타오 주 석에 의해 공식적으로 제기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에 너지와 환경문제가 심각한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석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 로 돌아섰지만 에너지 부족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급격한 에너지 사용 증가에 따른 환경문제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고려하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선진국인 미국도 트라이레마에 빠져 있기는 예외가 아니다.
2003년 초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에서 에너지 자립을 주장하면서 미래 청정에너지인 수소에너지의 개발을 천명했다.
트라이레마의 해법을 바로 수소에너지에서 찾은 것이다.
미국,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EU도 수소를 현재의 석유를 대체할 미래의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보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석유경제라는 말 대신 수소경제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소가 미래의 에너지로 간주되고 있는 이유로는 가장 청정하다는 것 이외에 지정학적인 요소에 많은 영향을 받는 자원에너지가 아닌, 기술만 있 으면 누구라도 생산해 낼 수 있는 기술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즉 다른 원소와 결합돼 있는 수소를 기술을 가지고 분리만 해내면 되기 때문이다.
수소는 매우 깨끗한 에너지원이다.
수소는 공기중의 산소와 결합하면서 에너지 를 발생하고, 전혀 다른 환경오염 없이 물로 변한다.
그리고 수소는 지구상에 서 가장 흔한 원소다.
그러나 혼자서 존재하지 못하고 항상 다른 원소와 결합 하고 있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소를 다른 원소와 분리해야 한다 . 수소를 포함하고 있는 물질에는 우리가 흔히 보는 물과 탄화수소로 불리는 석유나 천연가스 등이 있다.
자원이 전혀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엄청난 기회가 다가왔다.
우리의 자랑인 우 수한 두뇌로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우리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탄화수소는 수입해야 되지만 물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물을 직접 분해할 수 있 는 기술만 개발하면 우리도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다.
물론 기술적으로 쉬운 일 은 아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수십 년 동안 연구해오고 있다.
석유 값이 오르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도 이제는 대안이 생긴 것이다.
에너지 자립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조금도 아깝지 않다.
[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소 원자력수소사업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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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5 07:25 입력
14.........................[기고] 정부 쌀협상 할만큼 했다
작년 말 타결된 쌀협상에 대한 이면합의가 드러났다고 농민은 물론 야당과 시민단체(NGO)들이 대단한 기세로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3년 전 중국과의 마늘 에 관한 이면합의를 떠올리며 쌀협상 결과를 무효화시키거나 국회에서 비준동 의가 거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농산물에 대한 관세부과를 통한 시장개방이 일반적으로 합 의되었지만 한국의 쌀에 대하여는 10년 간 관세화 대신 최소시장접근 수준에서 개방되도록 합의되었다.
이러한 예외는 작년 말 종료되도록 예정되었다.
정부 는 작년에 9개국과 50여 차례 관세화 유예를 위한 협상을 수행하였고, 이러한 협상 내용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의 검증을 거쳐 최근에 확정되었다.
쌀협상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밀실의 비공개협상을 통하여 쌀 이외 농 산물에 대한 수입개방의 이면합의가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밀실의 비공개협상을 수행하였다고 비난받기는 어렵다.
협상, 특히 통상과 같이 이해득실이 크고 민감한 사안의 협상은 공개적으로 수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상대국과의 협상 결과가 모두 일반에 공개되어야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최근에 쌀협상 결과를 담은 원문이 소관 국회의원들과 언론에 공개되었다고 하는데 협상내용을 공개하는 한국에 대하여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자못 궁금하다.
마침 정부는 쌀협상을 수행하면서 국민대토론회, 시장ㆍ군수ㆍ의회의장 토론회, 농민단체장 간담회, 방송토론회 등 수많은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러한 토론회 개최는 쌀협상의 대내적 투명성과 민주성을 보장하는데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지만 협상의 관점 에서는 한국의 대외적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아주 위태로운 상황을 야기하였다.
토론회 등에서 제시된 정부의 협상 입장과 농민단체 등의 정부에 대한 적나라 한 요구사항은 미국과 중국 등 쌀협상 상대국들에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이 다.
또한 중국산 사과 등에 대한 검역기준 완화를 들어 쌀 이외의 이면합의가 드러 났다고 비난받기도 어렵다.
WTO의 중심되는 원칙은 WTO회원국들 사이의 양허 또는 이익의 균형이다.
한국의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에 의하여 손해를 보게 되는 미국 중국 등 WTO회원국들에 무엇인가 지불할 수밖에 없는 것이 WTO의 원 칙이기 때문이다.
'쌀시장 개방 절대불가'라는 농민단체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 하여 쌀이 아닌 다른 품목 또는 다른 내용의 양보와 같은 희생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쌀협상 결과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농민단체 등은 정부가 수행한 쌀협상의 현실적인 한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라 본다.
'쌀시 장 개방 절대불가'라는 국내 농민단체 등의 요구와 '관세화를 통한 개방'이라 는 미국과 중국 등의 요구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정부의 제한된 선택범위는 협상 개시 때부터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정부가 발표한 협상결과를 놓고 이를 무조건 비판하고 규탄만 하 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단 정부가 농민단체 등이 요구한 대로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를 10년 간 보장받은 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라는 예외를 인정받은 WTO회원국은 현재 한국과 필리핀에 불과한 점도 이 해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회는 쌀협상 결과에 대해 비준동의를 하여야 한다.
만일 국회가 쌀협 상 결과에 대한 비준동의를 하지 못한다면 농민단체 등이 그렇게 반대한 쌀의 관세화가 시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세계 10위권 통상국가로서 대외적으로 합의한 사항이 이행되지 못하는 상 황이 발생하여 국제적으로 한국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가능성도 유념하여야 한 다.
도하개발어젠더(DDA)는 물론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하여 앞으로 계속하여 농 업을 포함한 시장개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개방이 주된 내용 이 되는 통상협상 특히 농업에 관련된 협상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해외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그에 상응하게 국내시장을 개방할 수밖 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시장개방을 내용으로 하는 통상협상은 잘했다 기보다는 잘못했다고 책망을 듣게 마련이다.
분명 통상협상의 수행에 과오가 발견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공무원들이 있어서 한국의 통상이익이 그나 마 보호되고 있다.
정부의 통상협상 수행에 대한 관련 이해집단의 현실적이고 따뜻한 이해가 필요하다.
[박노형 고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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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2 07:25 입력
14......................[기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우자
최근 소프트웨어산업을 키우자는 얘기가 분분하다.
정보통신부도 2005년을 소 프트웨어산업 재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우리나라 정보기술(IT)산업 구조를 보면 하드웨어는 56%, 통신은 36%인데 비해 소프트웨어는 8%에 불과하다.
선진 국은 소프트웨어 비중이 20%를 넘어선지 오래다.
소프트웨어 중요성이 날로 증 대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정말 기형적인구조 라 아니할 수 없다.
소프 트웨어산업 육성의 필요성은 더 이상 재론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실효성 있는 전략과 정책에 있다.
첫째는 선택과 집중이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체는 5700여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글로벌 관점에서 차별된 솔루션이나 서비스 역량을 가지고 있는 업체는 얼마나 될까. 기획단계부터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만들어 써 본 경험이 있는 솔루션을 부산물 판매와 같은 형태로 팔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글로벌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솔루션 상품의 기획도 요구된다.
제조ㆍ금융 솔루션, 보안, 데이터센타, 모바일(Mobile) 등 한국이 앞서가는 유 망분야도 많고 내장형 소프트웨어(Embedded), 컴포넌트 (Component), 유비쿼터 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 등 새로운 분야는 선진국과 별 차이가 없다.
둘째는 업계 재편이다.
유사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끼리 모일 필요가 있 다.
대부분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이라 어려움은 있겠지만 같은 분야 전문기 업끼리 협업을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자. 자원을 절약하고 시장 파이를 키 우는 묘안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니즈(Needs)가 클 경우 합병도 과감히 시도 해볼 필요가 있다.
분야별 리딩컴퍼니들이 나서거나, 협회나 조합에서 솔루션 분야별 모임을 주선하는 방법 등으로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정책적 배려이다.
상기와 같은 노력을 하는 기업들을 북돋워줘야 한다.
우리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연 매출 100억원 이상 되 는 기업은 120개에 불과하고, 10억원이 안되는 소규모 사업자가 80%를 차지하 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업계가 미래지향적 솔루션에 큰 규모의 투자를 장기간 에 걸쳐 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소프트웨 어진흥원이 시행하고 있는 GS(Good Software)제도와 같이 업계가 목말라하는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선진기업의 30% 수준에 지나지 않는 우리 기업의 정보화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도 과감하게 높여야 한다.
ROI가 설비투자의 경우 5%인데 반해 정보화 부문은 58%라는 통계가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고용효과도 대단히 큰 업종이다.
우리 기업의 소프트 경쟁력도 제고하고, 청년실업문제도 해결하고, 소프트웨어산업 도 발전시키는 일석삼조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넷째는 산학협동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이다.
클러스터의 힘이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대졸 IT인력의 전공능력은 기업요구 수준의 26%에 불과한 실정이다.
학교에서는 현장이 필요로 하는 우수인력들을 교육하고, 연구기관도 동참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업계와 추진해 힘을 모으자. 최근 일부 기업과 학교 들이 협력하여 공학교육인증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바람직한 변화가 일고 있다 . 소프트웨어산업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미래성장동력의 중요한 한 축 이다.
변화를 주저해서는 미래가 없다.
중지를 모아 21세기 한강의 기적을 소 프트웨어산업에서 만들어 보자.
[김홍기 동부정보기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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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9 07:30 입력
15......................[사설] '최고의 기업인'예우 이래서야
삼성 이건희 회장이 고려대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으러 갔다가 일부 대학생들 에게 봉변을 당한 사건은 한국 일부 청년들의 정신세계에 대해 많은 걸 생각케 한다.
고려대는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아 삼성에 지원을 요청했고 그래서 418 억원을 들여 건립한 기념관이 완공돼 감사의 뜻으로 이 회장에게 명예박사 학 위를 수여키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반자본(反資本)ㆍ반전(反戰)을 표방하는 학생연합단체인 '다함께' 소속 100여 명이 몰려와 "노동운동 탄압하는 삼성회장 학위수여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시상식 자체를 1시간 이상 막았다 한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이 "본인 이 안 받겠다는 걸 억지로 모셨는데 이렇게 돼 면목이 없다"고 했듯 참으로 민 망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과연 이들 대학생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며, 반자본을 외치면서 무 엇 때문에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기업인에 대한 예우나 존경 여부는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겠으나 아무리 젊은 대학생이라도 한 사회가 공유하는 기본가치는 최대한 존중해줘야 할 의무가 있 다.
전 국민이 보다 나은 일자리를 갖고 높은 소득을 올리며 궁극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끌어내는 자유민주적 헌법정신을 말하는 것이다.
삼성은 한국 경제 발전사에서 이러한 정신을 가장 가깝게 구현한 그룹인 셈이 며 이런 관점에서 이 회장은 특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스탠퍼드, 밴더빌트, 켈로그와 같은 대학은 창립자가 기업인이고 그들의 이름을 따서 대학명을 지은 것이다.
시카고대학에 큰 기여를 한 석유왕 록펠러에 대해 대학측이 '록펠러 찬가'까지 헌사한 일도 있다.
미국 대학과 미 국 경제가 오늘날 세계 최강인 비결은 바로 대학과 기업의 결속(結束)에 있다.
이 회장은 재단 이사장실로 쫓겨가 겨우 치러진 기념식에서 "앞으로 얼마나 훌 륭한 인재를 길러 내느냐의 교육전쟁에서 이겨야 국가, 기업도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미국을 벤치마킹하자는 뜻이다.
국내에서 기업의 대학 지원은 삼성 LG 포스코 등이 그나마 나서고 있는 수준이다.
이번 사건은 비록 소수의 대학생이 저지른 망동(妄動)이긴 하나 다시는 반복돼선 안될 일이 다.
대학이 기업의 지원을 내쫓는 행동은 곧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일이기 때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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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3 17:55 입력
16.......................[사설] 세금만으로 집값 잡을 수 있나
지난 4일 정부가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해 놓고 있는 현 정부 가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부동산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며, 또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 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5ㆍ4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지난 해 0.12%에서 2008년 0.24%, 장기적으로 2017년 1%까지 인상할 경우 주택보유 자들의 세부담이 과중해지고 그 결과 가처분소득 감소와 내수침체 장기화가 초 래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가계의 자산보유 구성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따라서 보유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빠르게 인상 할 경우 가처분소득 감소의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특히 각종 연금과 건강보험 등 국민 부담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동 산세마저 급증할 경우 가계가 제대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이미 조세저 항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 보유세 감면조치를 취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장 내년에 1가구2주택자가 살지 않는 집을 팔거나 외지인이 농지와 임야, 나 대지를 파는 경우에 실거래가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것을 검토하고 장기적으 로 전면적인 실거래가 과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도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보유세 인상에 맞춰 2~3년 단위로 거래세를 낮추며 지자체가 등록세 와 취득세를 낮출 수 있도록 감면조례를 만들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으나 보유 세 인상폭에 비교할 때 거래세 인하는 미미할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주택소유자가 세금 인상분 중 일부를 주택가격 인상으로 전가시킬 경우 세금 인상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이는 서민 주택마련을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집값 안정은 세금만으로는 안되며,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때 비로소 해 결할 수 있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에 이어 이번에 부동산 개발사업자에게 기반시설부담금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오히려 주택 공급을 줄여 집 값 상승을 부추길 소지가 있음에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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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5 18:00 입력
17.....................[사설] 규제 묶어 놓고 투자하라니
정책당국은 도대체 언제까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을 셈인가. 최근 3M이 경기 도 화성에 TFT-LCD 공장을 설립하려던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을 뿐 아니라 LG전 자 LG화학 등 LG 계열 4개사도 파주 LCD단지에 부품공장 투자를 고려하고 있으 나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정책당국이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에 규정된 수도권 내 성장관리지역 투자와 관련된 공장 신ㆍ증설 허용 조치를 계속 연장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에 있다.
정부는 99년 수도권 내 공장 설립 규제를 개시하면서 성장관리지역 내에서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 25개 첨단업 종의 신ㆍ증설을 허용하고, 국내기업에 대해서는 반도체 등 7개 업종의 경우 기존 공장 건축면적의 50% 범위내에서, 자동차 등 3개 업종은 기존 공장 건축 면적의 25% 범위 내에서 대기업의 증설을 허용했다.
이러한 공장 총량규제는 2 003년 말 일단 시한이 끝났으나 1년 간 더 연장해 지난해 말까지 일부 업종의 공장 신ㆍ증설을 허용했다.
문제는 올해부터다.
정부는 지난해 경제장관회의 등을 통해 일부 업종의 공장 신ㆍ증설을 3년 간 더 연장하기로 합의하고 이와 관련된 법개정을 추진했으나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판결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쳐 법 개정이 무산되고, 현재는 국내외 기업이 수도권에서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 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것이다.
최근 손학규 경기지사와 총리실간의 설전은 바로 정부의 기존 합의 미준수 및 실제로 기업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국토균형발전을 우선시하는 입장간의 대립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현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명분보다는 실리를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부와 정치권이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고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을 잇따라 만 나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달라고 하는 마당에 한편에서는 투자하겠다는 기업 의 의욕을 꺾어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신행정도시 건설이 추진되 고 주요 공공기관의 지방분산 배치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업이 수도권 에서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청와대와 총리실, 정치권은 조속히 수도권 신ㆍ증설을 허용함으로써 한국 경제 의 최대 당면과제인 투자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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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0 17:55 입력
18...........................[사설] 엇박자 정책으로 경기 살리겠나
지난해 말부터 회복조짐을 보이는 듯하던 경제가 다시 주춤거리고 있다.
6개월 후의 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 비자기대지수가 지난달 4개월 만에 하락하고, 한때 1000선을 넘었던 종합주가 지수는 900선이 위협받을 정도까지 떨어졌다.
경기 선행성이 높은 이들 지표가 악화된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다.
증시에서의 기업 자금조달 사례도 줄고 수출증가율이 지난해 4월의 42%를 정점으로 추세적 으로 미끄러져 지난달에는 7% 선을 기록한 것도 경기 하강 위험 요인이다.
더구나 미국 등 주요국들의 경기 둔화와 원화 절상, 위안화 조기 절상 가능성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앞으로 수출 둔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 내수 가 뚜렷한 회복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한 경기가 재하강해 헤어나기 힘든 국면 에 빠질 수 있다.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북핵문제와 같은 정치ㆍ군사적 요인도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불안요인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상황이 이런 데도 정책당국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경제상황이 불안한데 정부는 오로지 부동산투기 억제 라는 목표에 집착해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의 과세 강화 방침만을 밝히고 있다 . 어제 한국은행이 밝혔듯이 건설투자는 부진한데 기반시설부당금을 대폭 강화 하는 등 건설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적절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하지 않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그렇다 할지라 도 경기가 바닥권인 상황에서 세금 더 거둬들이고 건설투자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대책들을 쏟아내는 것은 그야말로 엇박자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ㆍ정치권이 연초 경제에 '올인'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실제로 올인 하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적용 완화도 처음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다가 여론에 밀려 겨우 태도를 바꿀 정도다.
경제팀의 리 더십도 잘 발휘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정책당국은 잠재적 악재 요인을 잘 파악해 시나리오별로 면밀한 대응책을 수립 ㆍ시행해야 한다.
특히 부처별로 시행하는 정책 각론이 조화를 이뤄야 하며,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타이밍을 맞추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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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2 17:55 입력
19........................[사설] 줄도산 위기 맞은 컴퓨터 업계
한동안 잘나가던 삼보컴퓨터가 경영악화로 끝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자비 용 부담과 누적적자를 감당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몰아닥친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며 2000년만 해도 4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던 이 회사의 사세가 기울면서 16년 만에 증권시장에서 퇴출될 운명에 처하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가 정책의 실패다.
세계 시장이 급속히 확장될 때만 해도 삼보는 싼 부품과 저임금을 바탕으로 값싼 PC를 생산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 다.
그러나 점차 세계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데다 중국 대만 등의 업체가 유리한 비용 조건으로 가격이 더 낮은 제품을 세계 시장에 쏟아냄으로써 신규 시장 개척이 어려워짐은 물론 기존 시장을 크게 잠식당하게 됐다.
특히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델컴퓨터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공격적인 가격 파괴 전략에 감당할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세계적으로도 IBM이 PC 부문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할 정도로 PC산업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가 전략을 밀고 나가는 것은 더 이상 회사를 성장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결국 다른 정보통신 제품이 다 그렇지만 후발주자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취해 야 할 고급 브랜드 전략을 일찍부터 추진하지 못한 것이 PC 시장에서 퇴출 위 기를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을 위한 기술혁신과 획기적인 마케팅을 등한시한 것이 오 늘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통신 등 본업과 직접적 관계없는 분야로 무리하게 사업다각화를 추진한 점도 사업이 실패한 원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올 들어 현대멀티캡과 현주컴퓨터 부도에 이어 발생한 삼보컴퓨터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우리나라 중견 PC업계 전체가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됐다.
수많은 관련 부품업체가 동시에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PC산업은 아직도 우리의 주력 수출업종 중 하나이며 관련 종사자도 매우 많다 는 점을 헤아려 채권단은 PC업체들이 재기의 길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 로 모색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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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8 18:00 입력
20.....................[사설] 세계가 놀란 황우석팀의 개가
황우석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해 배 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또 하나의 개가를 올렸다.
병든 세포를 새 세포로 바꾸 는 길을 연 것이다.
이는 지난해 건강한 여성의 난구세포 핵을 동일 여성의 난 자에 넣어 줄기세포를 만들어 냈던 것과 비교할 때 3가지 점에서 획기적인 연 구성과다.
첫째, 실제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실험 결과 배아줄기세포는 피부세포를 제공한 환자와 유전적으로 동일해 면역거부반 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배양해 새로 만든 건강한 세포로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단계에 한걸음 더 다가선 것이다.
둘째, 남성이나 어린 여성, 폐경기 이후의 여성은 복제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인식을 깬 것도 중요한 성과다.
2세에서 56세까지의 남녀 환자 체세포를 이용 함으로써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체세포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셋째로 실험과정에서 버려지는 난자를 줄인 것도 주목할만하다.
이번 연구에서 는 18명의 여성이 기증한 난자 185개로 31개 배반포기 배아를 복제하고 여기서 11개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냄으로써 줄기세포 확립 성공률을 6%로 높였 다.
이는 지난해 2월 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을 발표할 당시 0.4%(242개 난자 중 1개 성공)였던데 비해 무려 15배나 향상된 것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한국 생명과학의 수준이 세계 정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쾌거임에 틀림없다.
'백신이나 항생제 발견보다 더 획기적인 사건' '영국의 산 업혁명에 비견될 수 있는 사건' '줄기세포 쓰나미' '슈퍼 영웅'이라는 외국인 들의 찬사가 전혀 과장되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황 교수가 밝혔듯이 실제 치료에 활용되기까지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세포분화 유도, 조직세포 생체이식 등 난제들을 극복해야 하며 이 작업에 장기 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연구팀이 각고의 노력으로 만든 세계적인 작품이 난치병 치료에 활용되 는 결실을 볼 수 있게 뒷받침하는데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소중한 연구성 과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체계적 특허지원을 위한 인력과 경비를 확충하는 것 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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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0 17:55 입력
21............................[사설] 룰라 대통령의 비즈니스 외교
"좌측 깜박이를 넣고 우측으로 간다.
"
노조를 기반으로 해 당선된 브라질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좌파 정권 이미지를 씻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장주의를 과 감하게 도입하고 있음에 대한 애당초 지지자들의 불만 목소리다.
파탄 직전에 있던 브라질 경제를 회생의 토대 위에 올려 놓아 지난해 5.2%의 경제성장률과 수출 1000억달러 달성, 경상수지 흑자 전환, 실업률 급락 등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낸 룰라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했다.
핵심 각료와 유수 기업인 200여 명 등 수행원만 400명을 넘을 정도니 룰라 대 통령이 한국 방문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세일즈 외교를 강화하는 룰라 대통령에 대해 주목한다.
취임 후 2년 동안 40여 개국을 방문하고, 특히 중국 일본과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정상 외교를 활발히 펼치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우 리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직접 방한한 것이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브라질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의미를 갖기도 하지 만 과거 정치적 성향이 비슷했던 두 정상의 만남이기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룰라 대통령이 당초 지지 기반이었던 노조 입장과 달리 '선 성장ㆍ후 분배' 쪽으로 정책을 선회해 골드만삭스가 예견하듯 2050년 중반 세 계 4위 경제대국으로의 부상 목표를 향해 강력한 성장정책의 드라이브를 걸었 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과 함께 브릭스(BRICs) 일원으로서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우리는 브라질과의 무한한 협력 기회를 충 분히 활용해야 한다.
무역ㆍ투자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ㆍ브라질 교 역량(지난해 40억달러)은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 가운데 1%도 안된다.
브라질의 광대한 시장이나 중국 일본 등 경쟁국 교역 규모에 비하면 너무 작은 것이다.
따라서 남미공동시장(Mercosur)의 주도국으로서 메르코수르와 중국, 일본, 아 세안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는 브라질과의 FTA 체결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자원 전쟁에 대비해 철광석, 망간, 주석 등의 매장량이 세계 5위인 브라질과의 협력은 물론 농산물 분야 협력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 점 일본이 자원 ㆍ에너지협력을 위해 17억달러의 융자를 하기로 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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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3 17:55 입력
21.........................[사설] 미국보다 낮아진 금리 괜찮나
한국과 미국 금리가 역전됐다.
지난 23일 미국의 3년만기 국채금리가 연 3.71% 로 우리나라 3년만기 국고채 금리(연 3.69%)를 웃돌게 된 것이다.
외환위기 이 전 고금리 시대는 물론 그후 금리가 하락 추세를 지속하는 동안에도 한국 금리 는 미국 금리보다 높았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해 온 한 국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수요 압력이 미국 시장에서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반면 한국 금리는 하락세를 보임으로써 급기야 양국 금리가 역전되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의 시장금리에 직접적 영향 을 미치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가 현 3%에서 앞으로도 한동안 더 인상될 가능 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국내 콜금리가 인상되지 않는 한 금리 역전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먼저 양국 금리가 왜 역전됐는지 그 원인부터 깊이 따져봐야 한다.
그 것은 한마디로 미국 경제가 한국 경제보다 더 활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그 동안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해 온 이유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데 있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도 수요가 왕성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과 대조적으로 우리 통화당국 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의 자금 수요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심각하게 여겨야 할 것은 초저금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금리 뿐 아니라 환율도 포함된다.
따라서 한ㆍ미 금리가 역전됐다고 해서 국내 자금 이 당장 외국으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원화의 예상 절상률이 한 ㆍ미 금리차보다 크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 설사 자금 이탈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것은 원화절상 압력을 줄여주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금리 차가 계속 벌어질 경우 언젠가는 자금 이탈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콜금리를 올리기는 힘들다.
따라 서 중요한 것은 초저금리 정책이 실물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히 풀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이다.
그래야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자금 수요가 늘고 이것이 자연스레 금리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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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5 18:05 입력
22..........................[사설] 자영업 구조조정의 전제조건
정부가 음식ㆍ숙박, 도소매, 택시ㆍ화물, 봉제 등 4개 분야의 자영업 구조조정 방안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만성적인 과당경쟁 속에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빈민으로 전락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등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이 공급과잉 상태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 자영업 자는 700만명을 웃돌아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있다 . 이는 일본(16.3%) 영국(11.7% ) 미국(7.2%)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공급과잉이 이렇게 심하다보니 자영업자들이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할 수밖에 없 다.
자영업자들의 월평균 실질소득이 지난 2000년 304만원에서 지난해에는 248 만원으로 감소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결과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 다.
공급과잉, 과당경쟁에 경기침체까지 겹친 상황에서 도산하거나 문을 닫는 업체 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명퇴 등으로 직장에서 내몰린 사람들이 생계를 해 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창업에 나서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다보니 공급과잉이 해 소될 기미를 나타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자영업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 에 없는 불가피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정보제공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 실태에 대 한 통계조차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지역별 업종별로 시장의 수요ㆍ공급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제공함 으로써 무분별한 창업을 막고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과당경쟁을 피하도록 유도 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정부가 검토중인 '소상공인 밀집도 지수'는 조속히 도입해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영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망업종을 발굴해 제 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자영업자들이 채산성이 낮은 기존 업종에서 새로 운 유망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등 지원체계도 서둘러 구축해야 할 것이다.
재래시장 근대화 등 영세 자영업의 대형화도 적극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는 대형화를 위한 자금지원뿐 아니라 기술ㆍ경영지원에도 큰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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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6 17:55 입력
23...........................[사설] 책 안읽는 국민에겐 미래 없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은 하루 책읽는 시간이 10분도 안된다는 최근 통계 청 발표는 씁쓸한 느낌을 갖게 한다.
영화관람ㆍ스포츠ㆍ인터넷게임 등 여가생 활에 하루 평균 5시간22분을 쏟는다는 것과 비교할 때 미래를 위한 자기계발에 너무 인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우리 국민의 독서열이 낮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지적은 아니다.
한국출판 연구소가 지난해 실시한 국민독서실태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18세 이상 성인 10명 중 2명이 지난 1년 동안 단 1권의 책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월평균 3권 이상 책을 읽는 독자의 비율이 14.5%로 일본의 17.5%에 비해 크게 뒤졌다.
독서의 질이 낮다는 것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심각한 문제다.
그나마 학습지 와 아동서, 소설, 실용서가 팔릴 뿐 전문서적은 영 인기가 없어 관련 전문가들 이 저술을 기피할 정도라는 것은 걱정스런 현상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서울대 중앙도서관 대출순위 상위 100권을 살펴본 결과 소설ㆍ판타지ㆍ무협지가 대부 분이었던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책은 저자의 경험과 지식, 지혜가 응축돼 녹아 있는 정신적인 노작이다.
좋은 책 한 권이 인생을 가치있게 바꾼 사례를 우리는 역사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 을 수 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도 젊은 시절 국제정세ㆍ정치ㆍ경제ㆍ역 사 관련 서적들을 두루 탐독함으로써 그가 나중에 국제 정치무대에서 활약하는 데 든든한 바탕이 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지식이 경제적인 가치를 낳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 에서 독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책읽기를 게을리하면서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지식자산축적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본의 경 쟁력이 국민의 뜨거운 독서열에서 나온다는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녀들에게 건전한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부모들이 TV시청과 인터넷 접속에 사용하는 시간을 줄여 책을 읽는 본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도 공공도서관을 확충하는 것과 함께 지역ㆍ직장단위 독서클럽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함으로써 책 읽는 분위기 확산에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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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7 18:00 입력
24...........................[시평] 기업도시 성공하려면
자동차 엔진을 만드는 커밍스사는 미국 중부 중소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커밍 스사는 이 도시에서 가장 큰 고용주이며, 지역사회를 위한 여러 기부활동에 앞 장서 왔다.
89년 영국 기업이 커밍스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시도했을 때 지역주민들은 인수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
커밍스사 대주주가 적대적 인수 시도를 성공적으 로 방어하자 지역 언론들은 탐욕에 대항하는 원칙의 승리라고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최근 커밍스사는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과 생 산 관련 부문을 외국 또는 타 지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커밍스사 고객인 자동차회사에서의 신제품 개발과 저가 부품공급 압력에 직면한 데다 월스트리 트의 단기 수익목표 달성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생산시설 축소 와 이에 따른 인원 구조조정은 해고된 직원뿐만 아니라 커밍스사 본사가 위치 하고 있는 기업도시 경기 전체에 큰 타격을 주었다.
기업은 이익창출이 목적이므로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기업은 특정 지역에 투 자한 후에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면 생산기지 이전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화는 자본, 노동, 기술 등 여러 생산 요소를 글로벌 시장에서 조 달하는 것을 용이하게 했다.
커밍스사 사례가 보여주듯이 기업은 특정 기업도시에 투자한 후에도 타 지역과 비교해 투자한 기업도시의 경쟁우위가 없다고 판단되면 생산기지 이전을 고려 하게 된다.
기업 이해와 도시 이해가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4월 기업도시 시범사업 지정을 신청한 8개 지방자치단체는 현재 건설교통 부의 적정성 검토를 받고 있으며, 6월중 4개 지역이 확정될 예정이다.
이제까 지 기업도시 건설과 관련된 논의는 주로 토지수용권, 개발이익 환수 등 기업의 초기 투자 유도와 관련된 이슈에 국한됐다.
그러나 이제는 개발 이후 기업도시가 타 지역에 비해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 속 가능한(sustainable) 기업도시의 성공 요건은 무엇일까.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집적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다.
일본 도요타시에서 는 도요타자동차와 협력업체들이 한군데 모여 유기적인 정보 공유를 통한 생산 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연구개발, 제품생산, 마 케팅까지 공동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과 인터넷 발달로 먼 곳에 있는 정보의 접근과 의사소통이 수월 해졌으나 혁신적인 지식 창출과 공유를 위해서는 근접한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직접 교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연관 기업들이 모여 있으 면 경쟁을 하기도 하지만 서로 상대방한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기업도시는 타 지역에 비해 유리할 수 있다.
기업도시는 직접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달성할 때 타 지역과 비교해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둘째,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다.
지식기반 산업에서 기업 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인력이 있어야 한다.
기업도시 가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쾌적한 거주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직원을 지방으로 발령 낼 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자 녀교육 문제임을 고려할 때 기업도시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초ㆍ중ㆍ 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낙후된 인프라스트럭처 때문에 우수한 인력을 유치할 수 없다면 기업도 기업도 시도 모두 실패할 것이다.
셋째, 성공적인 기업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규제완화가 이뤄져 야 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국내 규제환경을 꼽고 있다.
글로벌화와 자원 확보의 이동성이 가속되 는 상황에서 규제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면 기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연구 ㆍ생산기지의 국외 이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도시를 통한 투자활성화, 고용창출, 산업경쟁력 제고, 지역 균형발전 등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완화가 불가피하다.
기업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성공해야 한다.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은 기업도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기업도시를 떠나게 된다.
기업도시 정책은 기업도시의 수요자인 기업을 중심에 두고 추진되어야 한다.
[장진호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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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30 07:25 입력
24............................[사설] 땅값 폭등 정부 책임이 크다
지난해 땅값 상승률이 약 19%에 달한다는 통계가 어제 발표됐다.
실제 상승률 은 3.9%밖에 안되는데 현실화율을 크게 올리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건 설교통부는 설명했다.
아무튼 참여정부 첫해에 18.58%, 2년째에 18.9%가 올랐으므로 2년 동안 무려 4 1%나 뜀박질했다.
이 기간중 경제성장률은 각각 3.1%와 4.6% 올라 총 7.8% 증 가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땅값 상승률은 경제성장보다 무려 5배 이상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같은 투기 붐은 과거 86~88년 3저(底) 호황의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당시 흑자관리를 잘못해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뛰어 결국 나중에 환란(換亂)이 라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렀다.
그러나 3저 호황기 때의 경제성장률은 3년 간 매년 10.5~11%에 달했으므로 그저 땅값만 뛰는 참여정부 성적보다 나은 측면이 있다.
더욱이 땅은 상위 10% 보유자가 86% 이상을 가질 정도로 편중이 심하다 보니 땅값 상승으로 혜택을 보는 국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땅값 급등은 국민 계층 간 양극화를 심화시켜 결국 빈부 격차를 벌려 놓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땅값이 뛰면 공장용지는 더 많이 올라 외자유치에도 불리하 고 기업의 지방 이전을 어렵게 하는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해악이 막중하다.
그럼에도 부동산을 이렇게밖에 관리하지 못한 건교 행정은 분명 문제가 있다.
지난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서울 등 대도시가 아닌 기업도시 후보지, 택지 예정지구 후보지였다.
가령 경기도 연천이 98% 오른 것을 비롯해 양주군 68%, 화성 61% 등이 좋은 예며 미군기지가 옮겨가는 평택도 60.7%나 뛰었다.
행정수 도가 옮겨가는 충남 지역은 평균 35% 올랐고 태안, 아산 지역은 50%가 넘는 상 승률을 보였다.
땅값 급등의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입만 뻥끗하면 서민을 위하는 정책을 쓰겠다고 호언하면서도 결과는 서민을 가 장 어렵게 궁지로 몰아 넣은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지방균형발전을 포함해 무분별한 지방개발 공약을 재점검 해야 한다.
S프로젝트건 J프로젝트건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불필요한 개발계 획은 통합 폐기함으로써 부동산 투기에 기름을 끼얹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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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30 18:05 입력
25........................[사설] 정책발상 바꿔야 경제회생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올 경제성장률 목표치 5% 달성이 어려울 뿐 아니라 중장 기적으로 경제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할 경우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 질 수 있음을 토로한 것은 그야말로 의미심장하다.
경제정책의 수장들이 속성상 낙관론을 펼치기 일쑤고, 특히 일본식 장기 불황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로 일관해 왔던 점에 비춰볼 때 한 부총리의 발 언은 이례적인 것이다.
부총리가 스스로 나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들 에게 널리 알리려고 한 것 자체는 다행스러운 일로 평가된다.
특히 타성과 무 사안일에 빠지기 쉬운 관료 조직이 위기의식을 갖기 시작하고, 시대 흐름에 맞 춰 뭔가 변화하지 않으면 10~15년 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절박함을 느끼게 됐 다는 것은 '잃어버린 세월'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기도 하다.
일본이 90년대 초반 이후 10여 년을 허송세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소 비나 설비투자 부진과 같은 거시경제지표를 뛰어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었 다.
경기부양책 남발과 재정적자 확대, 구조조정 지연, 과당 경쟁에 따른 기업 채 산성 악화 및 디플레이션 심화 , 고령화 진전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경직 적인 관료주의와 사회 전반의 위기의식 부족이 잃어버린 10년의 근본 원인이었 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가. 내수부진 장기화와 경기부양책 남발, 고령화, 재정악화 등 일 본 경제와 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 부총리 지적대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 성, 국제 수준에 못 미치는 경제ㆍ사회시스템,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 술 수준, 교육ㆍ의료 등 서비스 분야의 낮은 경쟁력 등 우리 고유의 문제가 매 우 크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처럼 위기에 가까운데도 부처간 정책 갈등은 물론 당ㆍ정ㆍ청간의 불 협화음, 정책 리더십 부족, 정책에 대한 국민 공감대 부재 등의 문제를 해결하 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사령탑도 없고, 국력 을 한군데로 모을 수 있는 장기 비전도 없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수도권 공장총량 규제 하나 못 풀어주는 정책 당국의 태도 가 변하지 않는 한 한국의 미래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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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31 18:05 입력
26......................[사설] 유로화 급락폭과 득실 따져라
프랑스, 네덜란드가 잇따라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헌법 비준을 부결시킨 여파로 유로화 가치가 속락하고 있다.
2차대전 후 유럽통합 추진의 중심 역할 을 해 왔던 프랑스가 정치 통합을 거부함으로써 독일과 영국 등 유럽 맹주들간 의 역학 관계가 변화하고 그 영향으로 EU의 외교, 경제정책이 근본적으로 흔들 릴 수 있다는 예상이 외환시장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 통합이라는 최종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 신흥 경제국에 밀리고 있는 EU 경제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 도 작용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프랑스와 독일 등 EU 국가들이 앞으로 사태를 어떤 식으로 수습해 나갈 것인가 에 따라 유로화 향방이 달라지겠지만 상당기간 가치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이번 헌법 비준 부결 사태로 지난해 9월 하순 이래 8개월 만에 최저치(유로당 1.21달러 선)까지 떨어진 유로화 가치는 달러 대비 1대1로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유로화 가치 추락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EU에 대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 다.
지난해만 해도 유로화 강세 덕분에 우리나라의 대EU 수출증가율은 40.1%로 전체 수출증가율 31%를 훨씬 웃돌았고, 올 들어 4월까지도 대EU 수출증가율이 18%로 여전히 전체 수출증가율 11.1%를 웃돌고 있다.
그러나 유로화 가치 하락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 이후에는 대EU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금까지 유로화 수출 결제 비중을 높여 왔던 기업들에는 결제통화를 다 른 통화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또 세계 시장에서 E U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약화도 염려된다.
특히 자동차, 전자 등 경쟁 관계가 심한 제품일수록 타격이 심할 것이다.
물론 유로화 약세와 동시에 나타나는 달러화 강세(원화 약세)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주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대EU 수출과 관련해서는 기업이나 정부나 유로화 환율 추이를 예의 주시하면서 기민하게 대 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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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3 18:00 입력
27.....................[사설] 부동산 정책 처음부터 다시 짜라
서울 강남과 분당, 용인지역 아파트와 지방 땅값의 급등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건교당국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는지 말이 없고 마땅한 후속 대책도 안나오니 답답할 노릇이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투기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한 게 작년인데 그 동안 실탄(實彈)을 다 허비해 버리고 아직 투기가 날뛰는 데도 빈 총만 들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이 는 시장과의 게임에서 정부정책이 판정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러 말 할 것 없이 부동산정책의 틀을 바꾸는 게 정답이다.
그 동안 선보인 아파트대책을 보면 분양권 전매금지, 후분양제 실시, 양도세 중과세, 재건축규 제 강화, 취득ㆍ등록세 인상 등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공급을 막는 것들이었다.
보유세를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올렸더라면 그나마 약효를 봤을 터 인데 조세저항에 밀려 뒷걸음질하고 있으나 다른 정책은 안 하는 것만 못하게 된 결과가 된 것이다.
결국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공급을 막아놨으니 투기세력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 준 셈이다.
지금이라도 올바른 처방을 하자면 투기성 자본이 현물거래에 잠기도록 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우선 분양권 매매를 풀고 양도ㆍ취득ㆍ등록세 등 거래 관련세를 크게 낮춰 대 량으로 물량이 쏟아지게 해야 한다.
그래야 매수 여력을 고갈시켜 급한 불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 분당 등의 중대형 아파트가 연일 뛰는 것은 위화감 조성과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면에서 매우 좋지 않은 조짐이다.
중대형의 급 등세는 희소가치 때문이므로 재건축 규제 완화와 판교에 버금가는 지역에 대대 적인 공급계획을 마련하는 게 해답이 될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부작용이 있을 지 몰라도 결국 투기를 잡으려면 우량 공급을 늘려주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저금리가 문제인만큼 금리인상이 어렵다면 대출액총량제 같은 것을 시행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땅투기 문제와 관련해 무분별한 지역개발계획은 대폭 정비 해야 마땅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책담당자가 시장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알맞은 처방을 하 는 일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아마추어적 발상으로 입안하고 발표해 결국 투기 를 부채질한 정책 입안자가 있다면 차제에 대폭 물갈이하는 방안도 병행해 주 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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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7 18:10 입력
28...............................[사설] 눈덩이 국책사업비 정부가 자초
최근 전국에 걸친 땅값 상승으로 국책사업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국책사업은 무슨 돈으로 하는가.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 내는 세금으로 충당하거나 결국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사업이다.
행정중심도시, 신도시 고속도로 건설 같은 게 대표적이다.
이들 사업은 워낙 광범위한 땅을 필요로 하는 만큼 땅값이 뛰면 당초 예상 사업비보다 몇 곱절 돈이 더 들 수밖 에 없다.
예컨대 판교신도시는 당초 2조5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 8조원 으로 3배 이상 불어나고 서수원~평택 고속도로 건설은 무려 7배나 사업비가 팽 창하는 것으로 산출되고 있다.
지난해 충청도 땅값이 가장 많이 올랐으니 장차 행정중심도시 건설에는 얼마나 비용이 많이 들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러한 대규모 사업비를 모두 경기침 체기에 국민 혈세로 충당하자면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사업비 급팽창은 단순히 예측 잘못이라면 참을 수 있지만 여러 정부 부처가 경쟁적으로 개발계획을 남발함으로써 자초한 것이니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땅값 안정에 책임이 있는 건설교통부가 전국 11개 시ㆍ도에서 혁신도시와 11개 지역에서 신도시를 각각 추진하고, 산업자원부는 8개 시ㆍ도에서 기업도시 건 설을 별도로 추진중이다.
또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주도한 서남부 지역 개발을 겨냥한 J프로젝트, 이보다 범위가 큰 S프로젝트 등이 가동되고 있다.
전국적으 로 땅 투기에 기름을 부은 촉매제는 바로 이러한 무분별한 개발계획 발표 때 문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고도 건교부가 어제 내놓은 정책은 "전국 평균 땅값 상승률을 웃도는 지역 은 예외없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니 정말 한심하다.
지금이라도 국책사업비 급팽창을 막으려면 모든 개발계획을 총괄 점검하는 컨 트롤 타워가 절실하다고 본다.
여기서 불요불급한 사업은 대폭 정비하고 각 부 처들이 함부로 개발계획을 남발하지 못하게 총괄 지휘해야 한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국책사업을 벌일 경우 땅을 미리 싼값에 확보하는 정책으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한다니 참고하기 바란다.
미국이 전국 107개 도시에서 시행 중인 '개발권 양도제'나 일본의 '용적률 이전제' 같은 정책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