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고에서 학생들의 심리치료를 담당하고 계시는 경북대병원 신경정신과 정운선교수님이 오늘 아침 카톡방(여성가족부 대표멘토 그룹방)에 올려 주신 글입니다우리 어른들이 이 의젓한 학생들한테 우리 어른들이 오히려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네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좀전에 들어와서,? 좀 늦긴 했지만, 오늘의 디테일한 현장 소식을 알리고자 몇 자 덧붙입니다.
저에게도 촛불집회는 정말 도리어 감동받고 치유받는 자리였습니다. 처음에는 촛불집회라길래 "아이들이 혹시나 감정이 격양 되어서 사고나면 어쩌나..." 걱정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제는 조금도 그렇지 않았고 도리어 집회를 지켜보며 엉엉 우는 몇몇 어른들보다 학생들이 훨씬 침착해 보였어요.
자신들 스스로 식순을 정하고, 희망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만들고, 정숙한 분위기에서 학생회장의 안내를 따라 친구들을 그리는 모임이었습니다.
학생 회장이 촛불을 점화하는 것으로 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나란히 줄을 맞추어서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는데 맨 앞 학생부터 촛불을 켜고, 뒤로 차례로 불꽃을 전달하며, 마지막 학생까지..... 그렇게 모든 아이들의 촛불이 환하게 밝혀졌습니다.
중간에 선서를 하였는데 "1) 감정적으로 격해지지 않는다. 2) 우리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3) 우리는 다시 밝고 명랑한 단원인으로 돌아간다."
대략 이런 내용들이었는데 아이들이 어쩜 저렇게 훌륭할까 싶었습니다.
저는 마지막에 촛불 끄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친구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묵념을 한 후, 학생 회장이 "이제 우리 모임을 마무리하고 촛불을 끕시다." 하는데 "하나, 둘, 셋" 이러고 끄게 하지 않더라구요.
조용히 기다리니, 아이들이 각자 자기 마음이 정리되는 대로 하나 둘씩 촛불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몇 백명이 수 분에 걸쳐서 촛불을 하나 둘씩 끄기 시작하는데, 어느 누구도 재촉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끝까지 버티는 일 없이 조용히 묵묵히 그리고 눈물을 꿀꺽꿀꺽 삼키며 마지막 한 명의 학생이 촛불을 끌 때까지 다들 서로서로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아, 어찌나 symbolic 한지요.... 그것은 아이들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을 의미하기도 했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의미하기도 했고, 깊은 슬픔을 인정하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게 바로 resilience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른들보다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고, 그래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생각보다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겠구나 그런 생각들이 들어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러 소아청소년정신과 선생님들의 모습을 뵙는 것 자체가 제겐 감동적이고 치유적이었습니다.
공지 하루 만에 바쁘신 생업과 가정일을 뒤로 하시고 평촌과 안산에 집결(?)하신 수 많은 선배 선생님들을 뵈면서 풋내기인 저로서는 말로 다하기 어려운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