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교육감·지방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어떤 경우에 당선 무효형인 '벌금 100만원'을 선고할지에 관한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거로 당선된 사람들에게 벌금 100만원과 90만원은 하늘과 땅의 차이다. 100만원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되는 것은 물론이고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돼 선거에 나갈 수도 없다. 벌금 100만원은 정치적 사형(死刑)선고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벌금 액수를 산정(算定)하는 세밀한 기준이 없어 법관마다 들쭉날쭉 판결을 해왔다. 당선자에게 적용된 혐의가 똑같이 '허위사실 공표죄'라도 150만원 또는 300만을 선고한 법관도 있고 80만원 또는 90만원을 선고한 법관도 있다.
벌금 액수를 정하는 기준이 없다 보니 1심에선 당선 무효형인 100만원 이상을 선고했다가 2심에서 80만원이나 90만원으로 깎아주는 일도 되풀이돼 왔다. 지난 18대 총선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만 이렇게 형량을 에누리해 준 사례가 없었다. 대법원이 비판 여론을 의식해 '봐주기' 재판을 하지 말라고 독려했기 때문이다.
살인이나 강도죄처럼 선거범죄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의 유형과 수법에 따라 구체적인 양형(量刑) 기준을 만든다면 이런 들쭉날쭉 판결이나 봐주기 판결이 줄어들 것이다. 당선 무효 여부를 가르는 선을 '벌금 100만원'이라고 금액으로 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 탓에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물건값을 놓고 에누리를 해달라느니 안 된다느니 하는 장터를 닮아 간다. 일본이나 영국은 유권자나 후보자를 돈으로 매수하는 행위를 비롯해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선거법 위반 유형을 법으로 정해놓고, 여기에 걸려 유죄 판결을 받으면 형량에 관계없이 당선이 무효가 되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벌금 액수를 기준으로 당선 무효 여부를 결정하지 말고 당선 무효가 당연하다고 여겨질 만한 위반 행위의 종류를 미리 법률로 정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