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가 온다고 여기저기에서 나발을 많이 불어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실상 내린 비는 그저 끄적거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봄철이 되면 찾아드는 희뿌연 대기를 몽땅 쓸어가 관악산의 맑은 하늘을 기대했었는데 기대한 만큼 그렇게 맑은 하늘은 아니었다. 다행히 따뜻한 날씨였기에 오르막을 오를 때는 약간은 덥기도 해서 반팔 셔츠를 입었는데도 전혀 추위를 느낄 수가 없었다. 금방 초여름으로 성큼 건너뛴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산행은 오륙십대 중년들이 주축이 되는 산방에서 평소에 자주 동반하는 산우님께서 처음으로 공지하는 산행이었다. 또 예전에 자주 함께했던 산우님들께서 거의 이 년여 만에 참석하는 산행이었기에 더욱더 의미 있는 산행이기도 했단다.
군살없는 봄볕햇살 따스하게 내려오니
청사역앞 돌바닥은 따스하게 덥혀졌고
길손들은 걸터앉아 따스함을 즐기노니
꿈틀대는 봄의소리 품안으로 들어온다
오랜만에 함께하는 그리웠던 산우님들
흘러가는 구름따라 일어나는 바람따라
나름대로 즐기면서 다시찾아 반겨주니
이런저런 간격없이 그시절로 돌아갔네
미세먼지 뿌연안개 희미하게 드리워져
맑고맑은 산뜻한맛 느낄수는 없었지만
춥지않고 덥지않고 산행하기 딱좋은날
맴버좋고 그림좋고 금상첨화 일품이네
세갈래길 삼거리에 지난날의 노란냄비
콩나물에 오뎅국물 시원한맛 돌아보고
연두색깔 해오름빛 생명의봄 알려주니
나뭇가지 움부르는 새소리가 들려오네
연주암의 마루에서 졸고있는 길손에게
사랑자비 함께석인 목탁소리 들려주니
잠든방초 깨어나고 중생들도 깨어나며
관악사지 사당능선 눌루날라 거닐었네
연주암에서 일부는 연주대로 진행했고, 일부는 관악사지 방향으로 진행해서 삼거리 갈림길에서 다시 만났다. 사당능선을 따라서 진행하다 관음사 뒤쪽으로 하산했다. 후미에서 천천히 거닐었는데도 따뜻한 날씨 때문이었는지 약간 목이 마르기도 했다. 오랜만에 함께하는 그리움이 가득했던 푸른산의 옛 산우님들, 함께해서 더욱더 즐거운 시간이 되었고 반가웠단다. 리딩하신 대장님과 함께하신 산우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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