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1동 주민센타(구 보건소) 맞은편에 ‘정든 소문난 순대국’이 있습니다. 독산동 남문시장 부근에서 순댓국집을 하다 이리로 옮겨 온 식당입니다. 쥔장의 주장으로는 17년째 순댓국집을 운영 중이랍니다. 순댓국을 애정하는 갑판장은 이 집이 현재의 위치로 옮겨 온 직후부터 간간히 드나들었지 싶습니다만 처음엔 그닥 흥미롭지 않았었습니다. 강구막회를 기준으로 반경 5km 안에 갑판장이 애정하는 순댓국집이 이미 여러 곳 있기 때문입니다.
독산동 말미고개의 귀빈순대국에선 오소리감투가 넉넉히 담긴 순댓국을, 대림삼거리 먼지막순대국에선 60년 전통이 짙게 묻어나는 해비한 순댓국을, 신대방동 일대를 평정한 서일순대국에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선호할 만한 참한 스타일의 순댓국을 골라 먹을 수 있으니 어지간해선 갑판장의 흥미를 끌 수 없었을 겁니다.
순댓국정식
며칠 전 딸아이와 둘이서 저녁식사를 해결해야 됐습니다. 딱히 내켜하지 않는 딸아이를 달래 순댓국집에 데려오기는 했으나 메뉴선정이 쉽질 않습니다. 딸아이가 순댓국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울 것 같지 않으니 선뜻 순댓국 두 그릇을 시키기도 뭣하고, 술국이나 오소리감투 따위는 안줏감이니 간보기로 순댓국정식 일인분과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습니다.
순댓국정식에 딸려 나온 머릿고기
순댓국정식은 순댓국과는 별개로 약간의 머릿고기와 순대를 접시에 담아주는 메뉴입니다. 음식이 나오자 딸아이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주 먹음직스런 머릿고기와 순대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머릿고기에 새우젓을 곁들여 먹으니 마치 유통을 먹는 듯 달큰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우러났습니다. 공장제 순대보다 약간 더 짙은 빛을 띤 순대도 맛있었습니다. 쥔장의 주장으로는 이틀에 한 번꼴로 50kg분량의 순대를 직접 만든답니다. 순전히 쥔장의 주장이니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만 맛있는 머릿고기와 순대의 맛을 보고나니 왠지 믿음이 갑니다.
순댓국정식에 딸려 나온 순대
돼지 외에 쇠뼈도 함께 넣고 고았다는 뽀얀 빛깔의 육수는 심심하게 제공되니 손님이 직접 새우젓으로 간을 더하고, 고추다짐양념(다데기)과 들깻가루, 청양고추, 후춧가루 등을 각자 기호에 맞게 첨가해 먹어야 합니다. 손님 입장에선 번거로울 수도 있겠지만 식당측에선 음식의 품질에 자신이 없으면 하기 힘든 방식입니다. 갖은 양념으로 분칠을 해놓은 것에 비해 민낯승부를 하는 음식은 본바탕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순댓국정식에 나오는 순댓국에도 머릿고기와 순대, 오소리감투 등이 섭섭하지 않을 만치 담겼습니다. 갑판장은 처음 몇 숟갈은 맹국으로 먹다가 차츰 청양고추, 다데기, 후춧가루 순으로 하나씩 첨가해 가며 그에 따른 맛의 변화를 체감하며 다양한 맛으로 먹는 것을 즐깁니다. 밥은 좀 불더라도 밥알에 국물이 충분히 배도록 한 번에 말아 먹는 편입니다.
메뉴판(2017. 03.)
순댓국만 먹었을 땐 못 느꼈던 감동을 순댓국정식을 먹으며 느꼈습니다. 이 집에선 순댓국보단 순댓국정식을, 순댓국정식보단 머릿고기나 오소리감투 등의 메뉴가 더 먹고 싶습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지금 당장 갑판장에게 딱 한 집의 순댓국집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함양에 있는 병곡식당입니다. 4년 전 아내와 둘이서 방문했었는데 조샌집에서 먹은 점심(어죽)이 채 꺼지기 전이라 순댓국 대신 모둠순대 한 접시에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었습니다. 함평이 물이 좋은 동네라 양조장이 많을 뿐더러 술맛도 좋습니다. 또 지리산을 품고 있어 흑돼지가 흔한(?) 동네입니다. 병곡식당의 모둠순대를 주문하면 피순대와 오소리감투, 염통 등 다양하면서도 풍부한 맛을 보실 수 있습니다.
첫댓글 허! 죄다 술안주구먼 ^^
애덜이 먹으면 밥반찬이지 뭐
얼굴뵌지가 좀 되었네요,,, 모듬내장에 먹어줘도 좋을듯 합니다,,,
영업시간이 자정까지인데 손님이 있으면 좀 더 연장되는 분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