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했던 여름휴가
언제 : 2013.8.9~8.10(1박2일)
어디 : 동해시, 대관령
코스 : 망상해수욕장 -> 추암촛대바위 -> 추암조각공원 -> 무릉계곡 -> 대관령 양떼목장
누구 : 부부
어떻게 : 안전하고, 즐겁고, 신나게 그리고 맛있게
[출발]
요즘 부서를 옮기고 나서 연일 계속되는 스트레스로 인한 피곤함을 벗고,
지리한 장마도 끝났겠다 아름답고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일에 대한 새로운 열정을 충전시키고자
8.9일 오전 10시 반경 동해 망상해수욕장으로 승용차로 서울을 출발했다.
목적지를 망상해수욕장으로 정한 이유는 밤마다 망상을 해서 그런 것이 아니구요,
궁금하시면 그 이유는 몇일전 저의 글 ‘8.9.여름휴가를 기대하며’를 읽어 보세유.
나의 네비게션을 달고 얼마전 전라도 광주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젊은 직원이 말하길
네비게이션이 막히는 도로를 감안하여 길을 안내한다는 등 자기 것보다 좋다는 얘기를 들었고,
최근에 업데이트를 했겠다 이번에는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가기로 맘먹고 출발했는디,
통상 동해로 가려면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탔는데, 아니 올해는 다른 곳으로 인도하는 것이
아닌가?
의정보 IC -> 양평 -> 횡성 -> 둔내IC -> 영동고속도로로 가니
처음에 휴가철이라 교통정체를 우려했다.
이 찜통더위에 차 에어콘을 켜 노는다고 해도 고속도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4시간 반정도 걸려서 오후 3시경에 약250km 거리의 동해시 망상동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교통정체 염려는 기우가 되었고, 네비게이션 덕을 본 것 같았다.
숙소는 동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변가 아름다운 모텔로
침대도 있고 시설이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도 아내가 시설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뿌듯했다(사진 참고)
[아찔했던 망상해수욕장]
여름철 피서는 뭐니뭐니해도 물놀이 아니던가?
탁트인 전경, 강열한 햇빛 아래 시원한 물속에서 파도를 맞으며 수영하고 노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워 엔돌핀이 솟지 않는가?
처음에는 이틀동안 바닷가에서 수영만하고 놀다가 오겠다는 계획으로 갔으나
막상 1시간 정도 물놀이를 하니 지루하기도 하고해서
내일은 설악산 울산바위 산행을 할까 의논하다가, 거리가 너무 먼 것같아서
동해시에서 찾는 것으로 합의하고, 추암 촛대바위, 추암 조각공원, 청옥 두타산 무릉계곡
순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오늘 여기서 마음껏 즐기고 떠나야 겠다는 생각으로
작년에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탔던 바나나보트를 타기로 했다.
우리 나이가 거의 60대인데 경험상으로 약간 무서웠지만 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았다.
돈 내고 나서 아무 설명도 없이 타라고 하길래, 타려고 하니 배를 끄는 기사가
바나나보트를 저 멀리 세우는 것이 아닌가?
주의사항, 타는 요령 등 아무 설명도 없었다.
기분이 좀 거시기 했지만 우리 부부2명과 젊은 아가씨 3명 총5명이 탔는데,
깊은데서 타려고 하니 쉽지가 않아, 어떻게 간신히 보트에 올랐다.
타자 마자 배는 바다 가운데를 향하여 냅다 달렸다. 왜~앵, 왜~앵, ~, ~
어느새 해변가에서 멀리 가운데로 달리고 있었다. 엔진소리를 요란하게 내면서.
그리고 한 바퀴 턴을 했다. 몸이 넘어질 것 같았다. 간신히 버티었다.
또다시 턴을 했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갖 노력을 했으나
내가 떨어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내 몸이 바닷물 속으로 깊이 쳐박혔다.
내가 지금 숨을 쉬면 바닷물을 마시고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참 동안 숨을 참았다. 무서워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다행히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시간이 지난 후 숨을 쉬어보니
물이 아니고 공기가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물위에 떠있는 것이었다.
‘아 이제 살았구나‘라고 생각하고 눈을 뜨니
아내가 저기 앞에 깊이 수십미터 물에 빠져서
“현보 아빠, 현보 아빠, 어디있어?” 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아내를 걱정해야 하는 판에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아내가 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닌가?
“현보 엄마, 현보 엄마 괜찮아?” 나도 동시에 맞장구를 쳤다.
찐하게 추억을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것이 아찔한 순간을 겪고 보니 화가 났다.
그래서 내가 보트기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게 무슨 짓이야? 일부러 빠뜨린 거지? 작년에는 그러지 않더니 올해는 왜 그래?
또 떨어지게 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기사 왈 같이 화를 내며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닙니다.”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기사에게 가서 타세요?”
라는 것이었다.
그런들 어찌하리, 나는 바닷물속에 빠진 피구조자 입장이고, 보트기사는 구조자 입장인데,
죽을 수 밖에.
기사가 다가와서 한 사람씩 다섯명을 모두 끌어올려서 타고 다시 출발했다.
“왜~앵, 왜~앵” 하면서 한 바퀴를 돌았다. 이제 돌아가겠지. . .
아니다. 돌아기자 않고 또 한 바퀴 도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콩알만해졌다.
그래서 안떨어지려고 보트가 우회전하면 내가 “우로, 우로”
좌회전하면 “좌로 좌로”하고 중심 이동을 하라고 소리쳤다.
이렇게 간을 졸이면서, 죽을 힘을 다해서 세바퀴를 돌고야
떨어지지 않고 해변으로 돌아왔다. 후유 이제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름휴가는 정말 잊지못할 아찔한 여름휴가였다.
돌아오면서도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공포감이 머리에서 잊어지질 않았다.
하지만 즐거움과 공포가 공존해 나와 아내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수산물 어판장]
수영을 마치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묵호항 어판장으로 갔다.
놀래미, 오징어, 성게 등 회를 먹었다.
신나게 수영하고, 아찔하게 바나나보트 탄 후 회를 먹었으니 맛있을 수밖에.
돌아오는 길에 내일 아침 식사거리 준비가 필요했다.
아주머니가 대구를 팔기에 가격을 물어보니 1만원이라고 했다.
우리는 한 마리값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떨이로 한 바구니 6마리에 1만원.
너무나 고마운 마음으로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추암 촛대바위] : 사진 참고
[추암 조각공원] : 작가들의 조각품들 감상
[무릉계곡]
6년전쯤에 오고 두 번째 왔다. 계곡이 깊고 숲이 울창해 삼림욕에는 그만이었다.
계곡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와서 계곡물에 발 담그고, 맛있는 음식,
튜브로 물썰매 즐기는 것이 재미있어 보였다.
우리는 쌍폭포, 용추폭포의 장관(사진보다 실제는 웅장함)을 보고 내려왔다.
서울로 출발.
[양떼목장]
원래 계획은 없었으나 네비가 시키는대로 오다가 보니 구 대관령휴게서에 들렀다.
이곳은 몇 년전 내가 선자령 등산시 와 본 곳으로,
높이 수십미터 초대형 풍력발전기가 있고, 휴게소 뒤로 200m 올라가니
양떼목장이 나왔다. 입장료 1인당 4천원.
나는 세 번째 오지만 아내는 처음 이라서 호기심을 가졌다.
수백마리 양떼들이 목장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은 한가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목장 산마루에는 시원한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너무나 시원했다.
아름다운 풍경, 흐리고 무덥고 끈적끈적한 날씨에 시원한 바람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입장료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감]
1박2일의 그리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기분은 즐거웠다.
아내의 소감을 물으니 알차게 보냈고, 즐거웠다고 했다.
아찔한 순간을 서로 기억하며 우리는 빙긋이 웃었다.
*깨진 사진은 한번더 클릭하면 원본 가능
망상해변
무릉계곡
용추폭포
쌍폭포
추암 촛대바위
추암 촛대바위
추암 조각공원
추암조각공원
추암조각공원
구 대관령휴게소
양떼목장
양떼목장입구
양떼목장 정상 바람
숙소
숙소에서 바다전망
첫댓글 ㅎㅎ 저도 예전에 사이판에서 바나나 보트 타다가 현지 원주민 기사가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급회전을 하는 바람에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던 생각이 납니다...물을 무서워하던 저도 정말 죽는줄 알았습니다.... 두분이 멋진 여행 하셨네요~!! 늘 지금처럼 환한모습으로 행복하세요~~^^
집사님도 아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군요. 안 당해보면 몰라요. 그렇지요?ㅎㅎㅎ
함께 여행한다는거 아무리 생각해도 신나고 즐거운 일입니다 잘 읽고 현장 사진 감상 잘했습니다
집사님도 부부가 늘 함께 등산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건강하세요.
집사님의 휴가여행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두분의 다정한 모습 보기 좋네요~~~
산에서도 자주 뵐수 있기를...
좋지요. 시간이 날 때 같이 갑시다.
양때목장에 함 가고 싶었는데... 목자들과 양들의 관계를 유심히 살펴 보고 싶었거덩요~^^
싸늘해 지는 시기에 여름휴가를 접하니...거기에 공포스런 바나나보트까지...시원하고 서늘합니돠~ㅎㅎ
양떼목장 시설이 종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가볼만 합니다.
추운가을에..시원하게..좋은시간보내셨네요..믿음위에항상건강하시길..
ㅋㅋ,,,물에 빠져 허우적 대시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아찔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후기를 읽는 저는 킬킬 웃음이 난다는...두분 참 아름다우세요...
지금은 웃음이 나오지만 그 순간은 너~~무 아~~찔 했습니다. 찐하게 즐기려다 하나님 일찍 뵐 뻔 했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