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이 책에서 ‘목소리를 어떻게 해라’ ‘말을 어떻게 하라’ 는 등의 소통의 기술적인 방법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신다면 그 바람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시면 좋겠어요. 좀 더 가벼운 토크죠. 하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통(通)하지 않으면 통(痛)한다"예요. 이 책에서는 ‘소통이 안되면 아픔이 있다’는 차원에서 소통을 이야기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사회에서는, 물론 서울도 포함해서죠, 인간의 행복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소유와 포지션'을 이야기해요. 우리 삶을 돌아보면 그렇죠. 우리도 ‘내가 얼마나 벌고, 사회에서의 위치가 어떠한가’에 따라 미소 짓기도 하고 근심하기도 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진짜 행복지수가 높은 반와트(신생독립국)나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관계'를 놓고 자신들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해요. 전 이들이 이야기하는 관계란 곧 소통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참 많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고 있죠.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 ‘나와 친구’와의 관계, ‘나와 내 직업’과의 관계, ‘나와 절대자’와의 관계 등. 우리는 매 순간 이러한 관계 속에서 살고 있어요. 이러한 관계를 잘 유지하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인 거죠. 관계를 잘 하려면 잘 통해야 해요. 소통이 잘 되어야 한다는 뜻이죠. 우리 주변에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생각해 볼까요? 그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관계 속에서 원활한 소통을 잘 하는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고, 부러워하며 바라보죠.
'소통형 인간' 김창옥저자
전 책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에 대해서 되짚어보고 싶었어요. 대개 사람들은 예쁘고 잘 생겨야, 일류 대학교를 나와야, 소위 부촌이라 하는 동네에 살아야만, 번드르르한 자동차를 타야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하죠. 저는 이것이 그릇된 평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행복지수가 이것들에 의해서만 측정된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거예요. 참 아이러니 한 것은 분당 같은 곳은 자살률이 높고, 부자동네에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점이에요. 겉으로 보여지는 소유와 포지션은 충분히 갖췄지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와의 소통이 되지를 않는 거죠. 아니면 소통해야 할 한 가지에만 집중하느라고 다른 것들은 잊어버린 거예요. 전 이런 여러 가지 소통의 경우를 음악을 통해 배웠습니다.(주.저자의 전공은 성악) 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무시당하지 않고 멋있게 노래를 부를 것만 생각했지, 노래와 노래 부르는 저와의 관계, 소통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책에도 나와 있지만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면서 전투에 나갈 것 같은 사람의 모습으로 노래를 불렀거든요.
우리는 종합예술을 합니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요. 우리가 무인도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면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삶의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종합적인 공연을 하게 됩니다. 오페라를 연상하시면 더 이해가 잘 되실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각자 다른 성격의 무대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 원리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것입니다. 그 두 번째는 나와 소통하는 다른 사람의 표현을 알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에는 전달받는 사람의 눈높이, 즉 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어법이나 단어를 선택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카타르시스’라는 말은 정신적인 소통, 즉 정화법을 뜻한다고 해요. 정신적으로 상대방과 통했다는 생각이 들 때 사람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해요. 그 때 인생의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제가 8년 동안 강의하면서 만난 사람이 약 40여 만 명이 돼요.(주. 저자는 기업체 강의를 주로 하고 방송 출연으로 많은 시청자들과 대면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통OK쇼를 통해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과 면밀한 만남을 갖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의미나 재미를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저를 궁금하게 했어요. 이유를 생각해 보면서 그들에게 ‘소통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책이 그런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자기 소리를 듣게 되고 그걸 찾게 된다고 보는데 그렇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 건지?
▷ 자신의 소리는 조그만 씨앗과도 같아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그 씨앗이 몸 안에 있어요. 뿌려진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을 때 그 씨앗은 진동하게 됩니다. 즉 이미 자기가 가지고 있는 소리가 있는데, 그것을 계속해서 성장시켜야지 주변의 환경 때문에 묻히게 하고 드러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단지 목소리를 크게 낸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죠. 자기에게 어떤 보석이 있는지 발견했을 때, 당당할 수 있고 거만함이 아닌 자신감을 가지며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발견하려면 많은 만남을 가져야 합니다. 무엇을 만날 수 있을까요? 사람은 처한 환경에 따라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내게 이런 모습이 있나?’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새롭게 바라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것을 책이나 음악을 통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산책을 통해, 직장에서의 업무를 통해, 가사일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합니다. 강박증처럼요. 처음에는 무언가를 악착같이 배우는 사람이 빨리 성장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배우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보다는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 더 멀리 나아갑니다. 그 자체와 만나기 때문이지요. 이런 만남의 패러다임을 책에서 소개하고 싶었어요.
산 속에 들어가서 수행하면서도 자신의 소리를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권하고 싶은 것은 혼자만의 시간보다는 무언가와 만나는 시간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얻는다는 것은 ‘반응’하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물이 흘러 강으로 가고, 바다로 가는 것처럼 자신 안에 있는 소리의 작은 씨앗이 커져서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찾고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이 세상에 우뚝 서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 만남에도 연령이 있을 거고, 소통을 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죠. 이런 사람들이 원활하게 소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 혹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신 적 있으세요? ‘너 누구냐?’ 그럼 이렇게 답하셨나요? ‘난 홍순성이다.’ 그러면서 ‘난 ~~ 것을 좋아하고, ~~에 관심이 있어.’라고 부연설명을 붙이셨을 거예요. 그리고 본인이 삶에서 의미있어 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 보셨을 거예요. 이처럼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은 ‘나’와 ‘나 자신’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우리나라가 많이 경제적으로 풍족해졌지만 요즘의 경제불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생존하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서 밟아가는 과정이 자신이 가치있다고 느끼는 것이라면 너무나 다행이겠지만 그것과 아무 상관없이 ‘성공’만 보고 달려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사람이 40대가 지나서 자신의 삶을 중간 점검해 봤을 때, 60대가 지나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 봤을 때 진정한 자신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소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하나는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 다른 하나는 내부에서 들리는 소리예요. 사람들은 주로 외부, 즉 환경에서 들려주는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지요. 가정형편, 학력, 주변 사람들의 평가 등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의해서 자신을 바라보지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예요. 그 소리는 참 작아요. 그 소리가 너무 작고, 또 우리의 귀가 외부의 소리에 주로 열려있다 보니 잘 듣지 못해요. 그 소리에 반응해야 점점 크게 들리는 데 아예 듣지 않거나 듣다가도 말아버리는 우를 종종 범하지요.
우리는 우리가 정말로 희망하는 삶을 살고 후회 없이 죽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무엇이든 죽을 만큼 몰두해야 할 텐데요. 제가 생각하는 ‘죽을 만큼’은 피와, 눈물, 땀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땀은 집중해서 반복하는 것, 눈물은 자존심, 피는 생명이라고 생각해요. 이 세가지 모두 우리 몸에서 나오는 것들인데 과연 우리가 이 세가지를 다 흘리면서 각자의 삶에서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저도.. 이것을 강의하면서 이것들을 강조하지만 저 스스로에게도 늘 묻습니다. ‘창옥아, 너 지금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고 있니?’
- 직장에서 상하관계, 동료관계가 원활하게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 CNN회장인 터드 테너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Lead me , or Follow me ,or Get out of my way.” 이끌던지 따르던지 그도 저도 아니면 꺼지라고요. 누구나 이렇게는 말하기 쉽다고 합니다. 알긴 알지만 현실에서는 이것이 어렵다고 하면서요. 하지만 가장 원초적으로 자신이 왜 그 회사에 속해있는지 판단해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돈’을 위해서라면 그 회사에서 “Follow me!”라고 외칠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상사를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판단입니다. 군대를 다녀와보셔서 잘 아시겠지만, 군대라는 곳이 불합리함이 많이 존재하잖아요.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때리고 기합을 주다 보니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군인들도 있지요. 군대에서 1년에 100명 정도 죽는다고 들었습니다. 적지 않은 숫자인데요, 희안하게도 사망한 군인의 많은 수가 징집된 사람들이라고 하더군요. 군대를 자원한 사람의 사망률이 훨씬 낮다고 해요. 어쩌면 군대를 자원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소리가(군대에 자원해서 들어왔다는) 있기 때문에 불합리한 것에 대해서도 조금 더 수용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개그맨은 유머도 가지고 있고, 남과 잘 어울릴 수 있어 보이는데 ‘소통형 인간’으로 적합한 유형인지?
▷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 ‘다른 사람’만을 위해서 개그를 해서 웃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개그를 하는 자신도 즐겁게 해서 다른 사람도 함께 즐겁게 하는 개그를 해서 웃기는 사람이 있죠. 이 둘의 차이는 엄청나게 큽니다. 전자의 경우의 사람은 남은 즐겁게 해 줘도 자신은 외로워해요. ‘해학’이 아닌 말장난을 하는 개그맨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말만 잘해서 남과 잘 어울린다고 해서 소통이 잘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최고의 ‘소통형 인간’으로 꼽는 분이 있으시다면?
▷ 고 김수환 추기경님 이라고 봅니다. 선종하고 나서도 국민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고 봐요.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셨잖아요. 최고로 좋은 소통은 ‘만남’ 이후에 ‘열리는 것’입니다. 옛날 인디언들은 사람이 죽는 시점은 생물학적인 생명이 끝이 날 때가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때라고 했어요. 이 말을 들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는데, 이런 점에서 추기경님은 아직도 살아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지요.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이 있고, 죽어도 죽지 않은 사람이 있죠. 살아있어도 기억이 전혀 나지 않고, 그런 사람들도 많이 있잖아요. 근데 추기경님은 죽고 나서도 사람들 기억 속에 계속 살아있잖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만난 분 중에는 책에도 소개된 지방의 전직 경찰서장님이십니다. 그 분을 만난 후에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마음을 여는 것. 이것이 최고의 소통의 기술이겠지요? 전 그 분을 생각할 때마다 여전히 웃음이 나고 그분의 소통의 능력이 부럽습니다.
- ‘소통형 인간’이 되기에 장애물이 되는 것은?
▷ 상처. 우리는 삶 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상처를 받고 지냅니다. 상처를 받고 치유하고 그 상처가 아물면 더 단단한 사람이 되지요. 그런데 그 상처를 치유하고 아무는 과정이 없이 그냥 넘어가면 상처가 깊고 커져 딱딱한 고름이 됩니다. 40세가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지요. 전 상처 때문에 딱딱해진 고름덩어리가 표정에서 뭍어나오지 않도록 하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물지 않은 상처는 그 상처를 받은 수준 이상을 넘어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덩치는 성인이 되었어도 상처를 받았던 어린 시절의 그 순간이 계속 남아있다면 적어도 그 문제에서만큼은 아이로 남아있는 거죠.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마음이 어른이 된다는 것이지, 지식이 있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 있잖아요. 마음의 공간을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는 것, 누군가의 눈과 귀가 되어 주는 것들이요.
상처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은 홀로 서는 것에도 자유로워요. ‘왕따’가 되어서 산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삶을 누리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잘 지냅니다. 여담이지만, 왕따를 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과거에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입니다. 자신이 예전에 겪었던 상처들이 치유받지 않은 채로 그 분노와 슬픔을 다른 아이를 왕따시킴으로써 해소하려고 해요.
- 보이스 컨설턴트, 퍼포먼스 디렉터는 어떤 직업인가요?
▷ 보이스 컨설턴트는 성악가가 되기 위해 노래 레슨을 받는 것처럼 ‘말하기’를 레슨해주는 것입니다. 목소리 발성법, 눈빛, 말할 때의 태도와 재스쳐 등을 가르치지만 그 이전에 학생의 내면의 소리를 발견하는 작업을 해요. 얼굴이란 말은 ‘얼’이 담긴 ‘꼴’이란 뜻입니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서 ‘꼴’을 보지만, 동영상을 통해서는 ‘얼’이 담겨져 움직이는 ‘꼴’을 봅니다. 얼굴처럼 사람의 목소리에도 얼굴이 있습니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지요. 목소리를 자신의 목소리답게 내려면 일단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을 꾸미는 듯한 왜곡된 목소리와 행동이 나오지 않거든요. ‘왜곡’이란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짜 소리를 찾는 것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보이스 컨설팅에서는 이것을 훈련하게 합니다. 퍼포먼스 디렉팅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자신의 소리를 자신의 진실된 방법대로 내고 행동하고 공연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