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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718 카이맨의 부분 변경 모델을 시승했다. 2016년 718박스터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지만 국내 사정상 이제야 시승할 수 있게 됐다. 엔진을 수평대향 6기통에서 수평대향 4기통 터보로 바꾼 것이 포인트다. 2016년 4월 베이징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미드십 쿠페다. 718이라는 이름을 추가하면서 코드네임도 981에서 982로 바꿀 정도로 대대적인 변화를 추구했다는 것이 포르쉐 측의 주장이다. 포르쉐 718 카이맨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포르쉐가 추구하는 변화는 사용자들로부터 극단적인 반응을 얻은 예가 적지 않다. 911시리즈에 자동변속기를 조합했을 때가 그 시작이었고 카이엔이라는 SUV를 내놓았을 때와 4도어 세단 파나메라를 발표했을 때도 그랬다.
이번에는 자연흡기 엔진에 관한 것이다. 수평대향 6기통 자연흡기 대신 수평대향 4기통 터보차저 엔진을 카이맨에 탑재한 것을 두고 포르쉐 마니아들은 자연흡기 엔진의 종말이라며 반발했다. 996형 911에서 공냉식에서 수냉식으로 바꾸었을 때도 마니아들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포르쉐 측은 버전에 따라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다며 정리했다.
자연흡기와 터보차저의 논란은 아날로그 전화기와 스마트폰의 그것과 유사할 수 있다. 처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한 디지털 원주민들은 아날로그 전화기를 모른다. 지금 스마트폰은 아날로그 전화기가 아니다. 휴대용 단말기다. 직분사 터보차저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자연흡기 엔진의 폭발력과 그 사운드를 모른다. 때문에 그런 논란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사실 그보다 더 주목을 끄는 행보는 미션E를 통해 보여 준 전동화에 관한 것이다. 포르쉐는 2014년에 918스파이더라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내놓았다. 저 유명한 독일 뉘르부르크링 북쪽 코스를 6분 57초에 주파해 마의 7분 벽을 넘어선 하이퍼카로 분류할 수 있는 모델이다. 0-100km/h 가속성능 2.6초라는 가공할만한 성능을 보였다.
거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어서 등장한 것이 미션 E프로젝트다. 포르쉐는 2015년에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인 '미션 E'의 판매 목표를 연간 2만대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포르쉐 911의 전 세계 판매량이 3만 1,350대였다는 사실에 비춰 본다면 상당히 공격적이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위해 1,400명 이상의 인원을 충원한다는 계획도 동반됐다.
아직까지 포르쉐 전동화차 판매 실적은 미미하다. 2015년에 1,738대의 PHEV를 판매했으며 2014년에도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2023년까지 전동화차의 비율을 50%로 높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포르쉐의 변화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 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2016년의 사상 최대의 실적이 포르쉐의 행보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2016년 포르쉐는 2015년 대비 6% 증가한 23만 7,778대를 팔았다. 매출액은 223억 유로였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39억 유로에 달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5.8%에서 17.4%로 높아지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나타냈다. 2016년 말까지 포르쉐 임직원 수도 2만 7,612명으로 13% 나 많아졌다.
블루메 회장은 포르쉐는 ‘전략 2025'에 맞춰 회사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며, 포르쉐가 추구하는 미래형 모빌리티는 혁신적인 기술과 전기화를 통한 가장 순수하고 감성적인 스포츠카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포르쉐의 또 다른 변화가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 일으킬 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의 전동화가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그 때의 포르쉐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 바꾼다. 선구자들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 나머지는 그를 따른다. 물론 그마저 거부하며 도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 세상은 그야말로 급변하고 있다. 그것을 직시하고 공부하며 대비하는 측과 이대로가 좋다고 강변하는 측과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루 이틀 사이에 그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부지불식간에 세상은 한 참 다른 차원으로 이동해 있다는 깨닫게 된다.
Exterior
2세대 718카이맨은 선대 모델보다 휠 베이스는 60mm 길어졌고 전장은 30mm 늘려 프로포션을 좀 더 스포티하게 했다. 오버행이 짧아지고 전고가 10mm 낮아진 것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한다. 길고 낮아진 차체는 물론이고 차체 네 귀퉁이로 더 밀어 낸 타이어의 위치도 프로포션을 달리하는데 일조한다. 여기에 프론트 트레드를 40mm 늘려 와이드& 로(Wide & Low)라는 공식을 따랐다.
911이 그렇듯이 기본 컨셉을 유지하면서 디테일의 변화로 진화를 표현하는 것은 카이맨도 마찬가지이다. 부분 변경 모델의 앞 얼굴에서는 범퍼와 헤드램프 그래픽에 변화를 준 것이 보인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그렇듯이 그 변화를 감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측면 실루엣의 패스트 백 형상은 차의 성격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리어 펜더 주변의 볼륨감이 강조된 것도 마찬가지. 이런 장르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대 구경의 휠과 타이어를 장착한 것도 자세를 달리 보이게 하는 수법이다. 리어 휠 앞쪽 공기 흡입구의 수지 부분에도 손을 댄 것 같다. 흡입구가 더 커 보인다.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한 때문이다.
뒤쪽에서는 속도가 120km/h를 넘으면 자동으로 솟아 오르는 리어 스포일러가 탑재되어 있다. 데뷔 당시 좌우로 더 길게 설계됐었는데 이번에는 폭이 넓어졌다. 리어 스포일러 바로 아래 설계된 PORSCHE 로고의 처리 방식이 박스터처럼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바뀌었다.
Interior
인테리어는 박스터를 그대로 옮겨 놨다. 라이징 콘솔(Rising Console)이라고 하는 센터 페시아가 중심이다. 사각형 에어벤트가 원형으로 바뀐 것이 보인다. 런치컨트롤 와치의 위치가 윈드실드 쪽으로 올라간 것도 다른 점이다. 직경 360φ의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 옵션으로 설정됐다. 드라이브 모드가 기존 센터페시아에서 스티어링 스포크 오른쪽 아래에 로터리 스위치로 바뀌었다. 눈을 돌리지 않고도 작동이 가능하게 됐다.
틸팅&텔레스코픽 기능의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918스파이더의 것을 모티브로 했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가운데 큼지막한 엔진회전계가 있는 전형적인 레이아웃이다. 스포크상의 다이얼로 다양한 디지털화된 정보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CM"이 채택된다는 점도 세일즈 포인트다.
시트는 2인승이다. 딱 거기까지이다. 성인 두 명이 앉으면 충분한 공간이지만 시트 뒤쪽에 작은 가방을 놓을 공간도 없다. 헤드레스트 일체형의 하이백 타입이 기본이고 스포츠 시트도 옵션 설정되어 있다.
실내 공간은 좁지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짐을 실을 공간은 적지 않다. 보닛과 엔진 뒤쪽에 공히 짐을 실을 공간이 있다. 앞쪽이 150리터 뒤 280리터로 어지간한 짐은 실을 수 있다. 수치상으로는 경쟁 모델들 중에서는 가장 넓다. 특히 앞 후드를 열면 생각보다는 깊은 공간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장거리 여행을 위한 짐 가방을 싣기에는 무리다.
Powertrain & Impression
박스터를 통해 2016년 국내에 소개된 엔진은 1,998cc 수평 대향 4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최고출력 300ps/6500rpm, 최대토크 38.8kgm/1950~4500rpm을 발휘한다. 자연흡기 2.7리터 6기통이 275ps/29.6kgm, 3.4리터 6기통이 325ps/37.8kgm이었다. 카이맨 S의 2.5리터는 350ps/42.9kgm다.
오늘날 엔진의 절대 성능은 여전히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엔진을 하체가 이기지 못하기도 한다. 수치상으로는 분명 다운사이징이지만 포르쉐 측은 아우디처럼 라이트사이징(Right siz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다운사이징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적절한 크기의 엔진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변속기는 그대로다. 6단 MT와 7단 AT인 PDK가 설정되어 있다. 당연히(?) 국내에 수입되는 것은 7단 PDK 뿐. 911을 통해 소개된 습도관리 시스템과 오토 스타트/스톱 기구, 에너지 회생 시스템, 코스팅 기능 등을 표준으로 채용해 연료소비 효율 향상을 꾀하고 있다. 코스팅 기능이란 주행 중에 엑셀러레이터가 오프상태로 되어 클러치가 끊어져 타성 주행을 하는 것을 말한다. 가속 중 일정 속도에 도달했다고 생각해 엑셀러레이터에서 힘을 빼면 엔진회전이 공회전 수준으로 내려간다. 이 역시 다운스피딩의 일환으로 연료소비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700rpm. 레드존은 7,400rpm부터. 6기통 엔진과 같다. 우선 놀라운 것은 시동을 걸면 뒤쪽에 밀고 들어오는 두터운 배기음이다. ‘그릉그릉’ 하는 소리가 4기통 엔진이 아닐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6기통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자극적이다. 역시 스포츠카에서 사운드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드라이브 모드를 노멀에서 스포츠로 바꾸면 6기통에 비해 톤은 낮지만 좀 더 날카로워지며 자극한다. 이 소리 때문에 절대속도를 높이지 않고도 다른 차들과 같은 속도로 흐름을 타면서 스포츠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고회전역에서의 사운드는 아무래도 자연흡기가 그리워지게 하는 면은 없지 않다. 물론 그 사운드를 아는 사람들에 한한 이야기일 테지만.
정지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7,2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50km/h에서 2단, 110km/h에서 3단, 16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일반도로에서는 이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 80km/h에서 7단으로 시프트 업 된다. 이 때의 엔진회전은 1,400rpm 전후. 연비 성능을 감안한 세팅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직선적으로 상승하는 엔진회전 필은 포르쉐다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4기통으로 바뀌었다고 그 성격까지 바뀌지는 않는다.
0-100m/h 가속성능이 MT 사양 5.1 초, 7단 PDK 4.9초, 런치 컨트롤 기능이 채용된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버전은 4.7 초라는 수치가 반증한다.
진화한 PDK는 엔진의 잠재력을 더욱 살려준다.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 중 포르쉐의 PDK가 매끄러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발진시 멈칫거림도 없다. 엔진이 바뀌었다고 그것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킥 다운을 시도하면 6기통은 7단에서 2단으로 그냥 내려 갔는데 4기통 사양은 3단으로 시프트 다운된다. 6기통에 비해 낮지만 이 시대 수준의 강력한 사운드가 살아난다.
엔진회전계의 바늘이 상승하며 내는 반응은 자연흡기의 치밀함과는 다르다. 아주 직설적으로 운전자와 호흡하며 거동을 하는 6기통에 비해서는 반 템포 늦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스티어링 휠을 오래 잡고 있으면 다시 한 덩어리가 되어 즐길 수 있다. 미드십 레이아웃의 특성을 숙지한 운전자는 물론이고 앞바퀴나 뒷바퀴에서 갈아탄 사용자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거동이다. 포르쉐 라인업에서 911과 카이맨의 차별화이기도 하다.
6기통 사양에 비해 좀 더 우클릭을 한 카이맨도 911과 마찬가지로 고속주행의 맛을 알게 되면 통상 주행이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일상적인 사용에서는 정숙성을 살린 럭셔리 세단이 된다는 얘기이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맥퍼슨 스트럿. 댐핑 스트로크는 당연히 짧지만 감각적으로는 기존 모델보다는 길다. 느낌이 좀 더 부드럽다. 앞서 언급한 엔진의 반응과 섀시의 거동은 당연히 카이맨 내에서도 S와의 성격 차이가 있다. 2세대 모델이 처음 들어왔을 때 S를 탔었는데 S의 감각과 비교해 오늘 시승하는 카이맨이 약간 부드럽다는 얘기이다.
1세대 모델보다는 스프링 용량이 커졌다. 그러면서도 노면의 요철은 대부분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소화하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다리 이음매 등에서의 반응이 훨씬 세련됐다. 이 대목에서는 911과의 구별이 쉽지 않다.
록 투 록 2.5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 기존 모델은 2.7회전이었다. 노멀 버전인데도 그 응답성과 라인 추종성은 압권이다. ‘플랫 라이드(Flat Ride)’라는 표현은 이럴 때 사용한다. 이래서 포르쉐를 탄다는 말을 하는 이도 있다. 당연히 운전자의 어깨에 부담이 없이 하체가 단단하게 잡아준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노면을 잡고 전진한다. 이는 분명 상 하체가 일체감을 갖는 성격과는 다르다. 쾌적성을 높였다는 포르쉐측의 주장이 이 대목에서 강하게 부각된다.
스포츠카를 운전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2세대 카이맨에서 진화하는 21세기의 포르쉐를 보여 주는 부분이다. 섀시 성능의 향상, 롱 휠 베이스화와 차체 강성 향상으로 고속주행시의 안정성이 높아진 것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카로의 자세를 보여 준다.
다양한 전자장비의 채용 덕이다. 현행 911을 통해 선 보인 후륜 브레이크를 제어함으로써 요 모멘트를 컨트롤하는 포르쉐 토크벡터링 PTV(Porsche Torque Vectoring) 도 제어 프로그램이 개선되어 극히 날카로운 코너링을 즐길 수 있게 했다.
포르쉐는 여전히 포르쉐다. 엔진이 어떻게 바뀌든지 그 자세와 거동은 ‘남달라’다. 엔진과 하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자연흡기 엔진에 연연하지 않는다. 아니 그보다는 시대가 그렇게 요구하고 있다. 효율은 높이면서 성능 또한 증강 되어야 하는 시대적인 과제에 걸 맞는 엔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스포츠카의 그것도 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 변화가 브랜드의 성격을 바꾸느냐는 차를 만드는 이들의 철학과 관련된다.
포르쉐는 여전히 브랜드가 소비자를 선택하는 희소성이 무기이다. 연간 24만대 가량의 판매대수가 의미하는 것은 1,000만대 시대의 양산 브랜드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포르쉐만의 독창성을 시대에 걸맞게 살려 내는 것은 파워트레인이 어떻게 바뀌든지 변함이 없다. 배기량이 축소되고 4기통으로 줄었다고 포르쉐다움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주요제원 2017 포르쉐 718 카이맨
크기
전장×전폭×전고 : 4,378×1,802×1,281mm
휠베이스 : 2,475mm
트레드 앞/뒤 : 1,515/1,532mm
공차 중량 : 1,440kg
엔진
형식 : 수평 대향 4기통
배기량 : 1998cc
최고출력 : 300ps/6500rpm
최대토크 : 38.8kgm/1950~4500rpm
압축비 : 9.5:1
구동방식 : MR
변속기
형식 : 7단 PDK
0->100km/h 가속시간 : 4.9초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4.7 초)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스트럿 / 맥퍼슨스트럿
브레이크 앞/뒤 : 디스크 /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성능
복합연비 : 9.4km/L
이산화탄소 배출량 : 179g/km
시판가격
8,2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