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운산(786m)과 다랭이 마을
남해 가천마을
삼천포~창선 연륙교가 새로 개통되어 경남 남해 가는 길이 훨씬 쉽고 재미있어졌다.
서울에서 남해까지는 다소 먼 여정. 그러나 오가는 길 고생쯤은 두 배로 보상하는 곳이 남해다.
쪽빛 바다와 기암절벽의 해안, 부드러운 모래밭, 방풍림으로 둘러싸인 갯마을,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산비탈에 일궈진 다랑논, 주위 풍경에 넋을 잃게 하는 환상적인 해안도로, 명산 명찰, 게다가 아름다운
사람들. 가정의 달 5월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족동반으로 아이들과 함께 다녀오면 좋은 곳이다.
서쪽 날개 최남단에 위치한 남면 홍현리 가천 다랭이 마을. 1024번 지방도에서 만날 수 있는 그림
같은 곳이다. 마을은 남해섬 설흘산(481㎙)과 응봉산(412㎙) 사이, 바다로 내달리는 급경사지에
제비집처럼 위태롭게 걸려 있다. 마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면 낚시 바늘이 앞바다에 풍덩 빠질 것
같다. 그러나 주민들은 앞에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포기하고 뒤쪽 산비탈에 기대어 산다. 바다에 면해
있으면서 배 한 척 가진 사람이 없는 동네가 바로 가천. 앞바다는 물살이 무척 세고 연중 강한 바람이
분다. 배를 댈 수 있는 선착장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가천마을 산비탈은 마늘 수확이 끝나면 바로 논으로 변한다. 적게는 3평 남짓 삿갓배미부터 기껏해야
커봐야 100평을 넘지 못하는 마늘밭들이 바닷가 절벽부터 설흘산 8부 능선까지 층계를 이루고 있다.
대충 헤어보면 100층은 됨직하다.
가천을 처음 찾는 여행객들은 이런 데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나 하고 놀란다. 급경사도 그렇지만
계단 한층 높이가 섣불리 뛰어내릴 수 없을 만큼 아찔하다. 논밭 갈던 소도 한 눈 팔면 절벽으로 떨어
진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진다. 따라서 기계 농업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곳이다.
이방인들에겐 그저 한 폭의 풍경화 같기만 한 가천 다랑이 논. 바다를 보고 살면서도 결국 바다를 버려야
했던 가천 주민들의 조상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예술작품이다.
망운산
보리암이 있는 금산이 유명하지만 남해사람들은 망운산(786㎙)을 더 아낀다. 망운산은 섬 최고봉으로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넉넉한 마음을 지녔다.
가천마을에서 1024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계속올라가면 스포츠파크가 나오고, 여기서 10분쯤 더 가다
중리 마을에서 산길로 접어들면 망운산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무리 지어 장관을 이룬
철쭉들이 환영하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철쭉에 파묻혀 사방을 보면 황홀해진다. 바다 위에 점점이 떠있는 올망졸망한 섬,
남해읍 전경, 멀리 여수와 삼천포항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산 중턱에 화방사가 있으며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걸으면 1시간 정도면 정상에 닿는다. 길이
험난하지 않으며 특히 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어 산길 걷는 것이 버거울 경우 승용차로 가면 된다.
남해군 남해읍과 서면 경계에 있는 망운산(望雲山)은 남구만의 시에서도 비쳤듯이 '구름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해발 높이가 786m로 남해에서 가장 높다. 남해의 산들이 모두 그렇듯 이 산도 바다와 주위의 섬들과
어울려 경관이 좋고 바다의 조망이 좋다.
이 산의 이름이 뜻하는 바와 같이 이 산에서 바다의 구름과 구름과 어우러진 북쪽의 많은 산들을 조망하는
맛이 좋다. 특히 구름과 어우러진 지리산의 조망은 참으로 훌륭하다.
망운산 자체도 아름답고 멋있는 산이다. 온 산에 나무가 많아 숲이 무성하여 아무리 더운 한낮에도 시원하고
컴컴하다. 또 정상 일대와 관대봉 수리봉은 우뚝 솟은 암봉으로 되어 있고, 기암괴봉이 곳곳에 널려 있어
그 위에 서면 바다와 지리산의 조망이 좋을 뿐만 아니라 가슴 속까지 시원해서 호연지기가 무엇인가 알 수
있을 것 같다.요즈음에는 군에서 망운산 정상 일대를 철쭉밭으로 가꾸어 놓아 봄에는 산의 머리가 온통 붉은
철쭉꽃으로 덮여 장관을 이룬다 한다. 철쭉제도 있는 5월에 망운산에 오르면 천상의 화원을 거닐 수 있어
더욱 좋을 것이다.
또 이 산에는 남해 삼사(三寺)의 하나인 화방사가 있고, 정상의 바위벽 아래 동쪽을 향한 좋은 자리에
망운암이 있다. 화방사는 망운산의 북편 아늑한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는 절로 꽤 크다. 원래 원효대사가
망운산 서남쪽에 창건했을때는 연죽사라 했다 한다. 고려 신종 5년(1202년) 진각국사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
짓고 영장사라 이름을 바꿨으나 임진왜란 때 모두 타버렸다 한다.
조선조 잊조 15년(1637년) 서산대사의 제자 계원과 영철 두 선사가 다시 중수하고 절 이름을 화방사라 다시
고쳤다. 이 절터가 연꽃 형국이어서 화방사라 했다는 것이다. 이 절에 있는 채진루는 문화재자료 제152호다.
또 망운산 주봉 정상의 동쪽 바위 낭떠러지 아래에 망운암이라는 조촐한 암자도 있다. 해 뜨는 동쪽을 바라보고
짙은 숲속에 있는 망운암도 자리가 좋아서 조용히 머물고 싶은 암자다.
남해읍 바로 서쪽에 마치 호롱꼭지처럼 우뚝 솟아있는 관대봉은 그 일대가 기암괴봉의 숲이어서 경관이 뛰어나다.
옛날의 관대(벼슬아치들의 공복)처럼 생겨서 관대봉이라는 이름이지만, 또 가마처럼 생기기도 하여 '가마봉'
이라기도 하고, 이 봉우리 위가 시루 하나를 앉힐 만한 자리의 넓이라고 해서 '시루봉' 이라고도 한다.
바다에 떠 있는 섬에 우뚝 솟은 망운산, 그 망운산에 오르면 구름에 싸인 선경이 그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남해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개성과 한성(서울)으로부터 멀고 구석진 곳이어서 옛 고려조와 조선조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고려조의 상당군, 조선조의 왕손, 영의정, 이조판서, 직제학, 대사헌 등
귀인과 높은 벼슬아치들이 이 섬에서 외로운 귀양살이를 했고 목숨을 다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 자암 김구는 안평대군 한호(한석봉) 양사언과 더불어 조선 전기 4대 서예가의 한 사람으로, 기묘사화
때 남해 노량에서 귀양살이를 하며 남해의 별명인 화전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한 6장의 화전별곡을 지어 남겼다.
또 효자로 어머니를 위하여 한글로 쓴 고전소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남긴 서포 김만중은 숙종의 기사환국 때
남해의 상주면 노도로 쫓겨와 귀양살이를 했다. 30 여 명에 이른다는 유배 인사 가운데 영의정을 지내기도 한 약천
남구만은 귀양살이를 하며 망운산과 금산에 오르고 시를 남기기도 했다.
▶ 산행코스
화방사 - 정상 - 관대봉 코스가 일반적이다. 정상 능선 철쭉 군락은 봄에 찾아야 제격
화방사가 가장 좋은 산행 들머리다. 물론 다른 곳에서 오르는 길도 있지만, 화방사가 들러볼 만한 절이고 교통도
편리하며 산길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철쭉밭을 거쳐 오르고 망운암에 들려서 화방사로 하산하거나 먼저 망운암에
들리고 철쭉밭을 지나 역시 화방사로 하산하면 된다.
남해읍에서 관대봉을 거쳐 오를 수도 있지만, 읍에서 관대봉까지와 관대봉에서 망운산 주봉까지의 산길이 너무
길고 지루해 오르는 길로는 재미가 없다. 하산길에 관대봉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산행시간은 화방사에서 주봉에
올라 돌아 내려오는데 2시간30분에서 3시간이면 넉넉하다. 관대봉을 거쳐 내려오려면 4시간 이상이 걸린다.
▶ 이충무공 전몰유허 이락사, 전몰유허비, 유언비, 첨망대
남해대교에서 남해읍쪽으로 약 4km 정도 들어서면 고현면 차면 마을 길가에 있는 '이충무공전몰유허'에 들러볼
것을 권하고 싶다. 전에는이순신 장군의 큰 별이 떨어진 곳이라 해서 이락사(李落祀)라 하기도 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신 관음포에서 영구를 처음 옮겨 모신 곳으로, 전몰유허비 외에도 이충무공유언비
(전쟁이 한참 급하니 죽음을 알리지 말라), 첨망대, 한글비가 있다.
첨망대는 유허비각이 있는 곳에서 등성이를 따라 500m 정도 올라가면 임진왜란 당시 싸움이 치열했던 노량해협과
관음포, 그리고 광양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2층 누각이다.
▶
다랭이 마을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 다랭이 마을)
설흘산이 바다로 내리지르는 45° 경사의 비탈에 석축을 쌓아 100층이 넘는 계단식 논을 일구어 놓은 조상들의
억척스러움과 고단한 삶을 느낄 수 있는 곳! 아직도 개울에는 참게가 살고, 얼레지나 용담, 가마우지 등이
서식하는 천혜의 환경자원으로 환경부에서 지정하는 자연생태 우수마을로도 선정된 곳.
옛날에 한 농부가 일을 하다가 논을 세어보니 한배미가 모자라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포기하고 집에 가려고 삿갓을
들었더니, 그 밑에 논 한배미가 있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손바닥만한 작은 논부터 300평이 족히 넘는 큰 논 등
수백여개의 논들이 등고선처럼 산 구비를 돌면서 만들어내는 풍광이 바다와 어우러져 모든 이들을 반하게 하는
남해 다랭이 마을.
▲ 다랭이 마을의 일출
○ 다랭이마을은 물메기탕과 찜으로 유명한데 겨울철 인근해역에서 잡히는 물메기의 시원한 국물 맛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맛이며 찜 또한 이 지역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별미입니다. 또, 마을 뒷산에 방목하여 자란 흑염소를
이용한 불고기를 시원한 바다와 깨끗한 자연 속에서 먹는 맛도 일품.
○ 볼거리
마을: 다랭이논, 암수바위, 일출, 낙조, 설흘산, 몽돌해변, 봉수대, 밥무덤
주변 : 남해대교, 한려수도, 해수욕장
(상주, 송정, 사촌, 월포, 두곡), 홍현숲, 구미숲, 금산과 보리암, 용문사
○ 교통
서울(경부고속도로) →대전→비룡분기점(대전-통영고속도로)→서진주 IC(남해고속도로)→진교 IC→
남해대교 (1002번 지방도로)→앵강고개(19번)→월포두곡해수욕장→석교마을→청소년 수련원→가천다랭이 마을
대중교통
고속·시외버스 터미널(남해행 버스) →남해도착→남면 가천행 군내버스→가천다랭이마을
관련기사 [유연태 여행작가]
5월 초순에 경남 남해군을 여행한다면 망운산의 철쭉과 호구산 용문사, 그리고 가천면의 다랑이논에 모 심는 광경을
반드시 감상해야 한다. 일출 감상명소인 금산과 더불어 망운산(786m)은 남해군의 진산이다. 산자락이 넓고
산세가 완만해서 어머니 품처럼 푸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상 주변의 능선과 비탈에는 철쭉 군락이 있어 해마다
5월 초순이면 온통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장관이 연출된다.
망운산 철쭉밭은 다른 철쭉 명산보다 규모는 작지만,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여수만과 여수반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섬진강 하구와 광양 백운산이 한눈에 들어오며 멀리 지리산 주능선도 시야에 들어온다. 일망무제의
조망과 붉은 철쭉꽃이 한데 어우러져서 매우 독특한 느낌을 준다. 더욱이 철쭉보다 더 붉은 노을이 호수처럼 잔잔한
광양만의 하늘과 바다에 드리워지는 석양 풍경은 숨막힐 듯 화사하고 아름답다.
망운산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망운산과 금산 사이에 뾰족 솟은 암봉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남해
제일의 고찰 용문사가 자리 잡은 호구산(626m) 정상이다. 용문사는 신라 애장왕 때 창건된 이래 열두 명의 고승이
배출됐고, 임진왜란 당시에는 승병의 근거지였을 정도로 유서 깊다. 입구에서부터 고찰다운 고풍스러움이 느껴진다.
맑은 계류가 소와 폭포를 이루는 골짜기를 따라서 운치 있는 숲길이 이어진다.
용문사에서 만나는 큰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앵강만과 여수만을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를 지나게 된다.
남해군 남면과 서면의 갯마을들을 두루 거쳐가는 이 도로는 남해안 최고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꼽힐 만큼 다채롭고도
빼어난 풍광을 보여준다. 특히 인공의 계단식 논밭과 수십 채의 민가가 가파른 비탈에 절묘하게 들어앉은 남면
가천마을은 이 해안도로를 지나는 여행객마다 꼭 한 번쯤 들러갈 정도로 색다른 풍광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맘때 가천마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랑이논에 써레질하고 모 심는 광경이다. 기계로 손쉽게 농사
짓는 땅도 묵히는 데가 많건만 비좁고 가파른 다랑이논을 오직 소와 사람의 힘으로 부쳐먹는다는 것이 성스러워 보인다.
교통
대전`~통영고속도로 진주분기점→남해고속도로 진교나들목(1002번 지방도)→남해대교(17번 국도)→고현(1024번지방도)
→남상마을(망운산 입구)→망운산→ 남상마을→서상(스포츠파크)→가천마을→용소마을(용문사 입구)→용문사
숙식
남해편백자연휴양림(055-867-7881), 남해스포츠파크호텔(862-8811), 남해가족휴양촌(863-0548) 등.
서면 서상리의 바닷가 언덕에 자리잡은 남해별곡(산낙지가마솥볶음, 862-5001)과
창선도의 원정횟집(활어회, 867-6665)을 권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