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려는 욕망과 멈추려는 욕망
우리는 끝까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아져야 하고, 조금 더 건강해야 하고, 조금 더 많이 가져야 하며, 지금의 삶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계속되는 것이고, 발전한다는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생의 욕망이다.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나는 행복해야 한다.
나는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한다.
내 삶은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야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한 피로가 찾아온다.
모든 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특별한 불행도 없다.
일상은 무난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견딜 만하며, 먹고사는 데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문득 그 모든 '무난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진다.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아도 좋다.
더 이상 행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좋고, 무엇인가를 성취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멈추고 싶다.
이것은 죽고 싶은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삶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삶을 붙잡는 손의 힘을 놓아버리고 싶은 것이다.
자유롭고 싶다.
고립되고 싶다.
독립하고 싶다.
아무것도 되지 않고 싶다.
아무것도 더 얻으려고 하지 않고 싶다.
해탈에 대한 욕망은 어쩌면 여기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생의 욕망은 나를 앞으로 밀어간다.
더 살라고 한다.
더 경험하라고 한다.
더 사랑하고, 더 성취하고, 더 행복해지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조용히 속삭이는 힘이 있다.
그만.
이제 충분하다.
더 이상 가지 않아도 된다.
이 힘은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이 자기 자신을 반복하는 데 지쳐버린 자리에서 생겨난다.
계속 살아남으려는 욕망과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는 욕망.
계속 발전하려는 욕망과 더 이상 무엇이 될 필요가 없다는 욕망.
관계 속에서 살아가려는 마음과 홀로 있고 싶은 마음.
행복을 얻으려는 마음과 행복조차 붙잡지 않으려는 마음.
인간의 마음에는 이 두 힘이 함께 있다.
하나는 계속됨을 원하고,
다른 하나는 그침을 원한다.
문제는 어느 하나를 제거하는 데 있지 않을 것이다.
생의 욕망만 따르면 삶은 끝없는 프로젝트가 된다.
더 건강하게, 더 부유하게, 더 지혜롭게, 더 행복하게, 더 깨달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더'의 끝에는 다시 하나의 결핍이 기다린다.
반대로 모든 욕망을 죽음충동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하면, 그침은 자유가 아니라 무기력이 될 수 있다. 고립은 독립이 아니라 단절이 되고, 무욕은 해탈이 아니라 삶에 대한 포기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살 것인가, 멈출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살면서도 멈출 수 있는가.
움직이면서도 붙잡지 않을 수 있는가.
관계를 맺으면서도 관계에 자신을 저당 잡히지 않을 수 있는가.
행복을 누리면서도 행복을 의무로 만들지 않을 수 있는가.
발전하면서도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어쩌면 수행이란 생의 욕망을 죽이는 일이 아니라, 생의 욕망이 더 이상 나를 끌고 다니지 못하게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 '그침'은 삶의 반대가 아니다.
그침은 삶 속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자유다.
더 이상 어디로 갈 필요가 없을 때에도 걸어갈 수 있고,
더 이상 무엇이 될 필요가 없을 때에도 살아갈 수 있으며,
행복해야 할 이유가 없을 때에도 기쁠 수 있다.
살아남으려는 힘과 멈추려는 힘이 서로 싸우지 않고 한 자리에서 쉬는 것.
계속됨과 그침 사이,
욕망과 무욕 사이,
삶과 죽음 사이의 그 미세한 균형.
아마 자유란 그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를 붙잡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아라.
그러나 살아남으려고 애쓰지는 말라.
나아가라.
그러나 도달하려고 집착하지 말라.
사랑하라.
그러나 붙잡지 말라.
그리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과
삶을 더 이상 계속시키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동시에 알아차리면서.
첫댓글 應無所住 而生其心
꽃이 피는 데 이유가 없대요.
우리가 사는 것도그냥 그런 거래요
종일 부는 바람처럼
살랑살랑 걸어가요.
꼭 어디에 닿지 않아도
발걸음 닿는 곳이 모두 길이에요.
지나가는 바람을 손으로
꼭 잡으려 하지 마요
바람은 붙잡히면
금세 숨이 막히니까요.
예쁜 새를 만나면 품에
꼭 안지 마세요.눈동자에 예쁘게 담았다가
하늘로 훨훨 날려 주세요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 있어 보아요
내가 가는지, 바람이 나를 데려가는지
모른 채로 그저 흘러가 보아요.
마하반야바라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