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TVN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의 인터뷰를 다룬 '알쓸별잡'을 보았습니다.
놀란 감독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생겼고, 무지무지 똑똑했고, 엄~청 특별한 사람이더군요.
그가 연출한 영화의 대표작을 보아도 그렇긴 하지만요.
그는 주로 시공간을 뒤틀림이라는 테마로 시각적 볼거리와 심리적 긴박감을 주는 영화를 주로 만들었지요.
(‘메멘토’(2001),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
그런데 이 영화는 달랐습니다.
물론 시공간을 오가는 설정은 있었어요. 한 인물의 삶을 지루하지 않게 보여주려는 복잡한 과거 회상 형태로...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오래전 과거(핵폭탄 개발), 최근 과거(비공개 청문회), 비교적 현재(스트로스 제독의 인사청문회)로 구성을 나누고 시간을 뒤섞어서 처음에는 무척 헷갈려 당황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일반적인 도덕관념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인간관계와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전범국인 나치 독일보다 더 빠르게 핵폭탄을 만들어 평화를 끌어내고자 노력했고
반공주의 광풍과 국가주의 앞에서 고초를 겪은 자유시민이면서
자신이 개발한 핵폭발이 세계에 미칠 여파에 고뇌했던 한 분야의 선구자이기도 했죠.
영화를 보는 내내 오펜하이머의 굴곡진 삶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
영화를 보면서 조금 의아했던 부분은....
스트로스 제독(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 얽힌 반전을 드러내는 후반부에서 그동안 별 존재감이 없던 데이비드 힐 박사(라미 말렉)가 돌연 나타나 ‘제독은 모욕감을 느껴 오펜하이머에게 앙심을 품은 것’이라고 말하면서 급작스럽게 반전상황이 일어날 때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조금 공감이 안 되었어요. 힐 박사가 그만큼 존재감이 없었던 까닭이라고나 할까.
각본을 쓴 놀란 감독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던가 봅니다.
잘 만든 영화는 분명 맞지만 3시간이나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도 드는 영화.
첫댓글 저도 우연히 알쓸별잡을 보게 되었는데요,
솔직히 거기 출연자 중 한 명이 영 마음에 안 들어서 일부러 그 프로그램 안 봤는데
그 날은 놀란 감독 때문에 보았네요.
암튼 전 영화보다 감독의 창작 방법, 생각 등이 흥미로웠어요.
딱 귀에 꽂힌 말들도 있었고요.
영화는... 러닝타임이 길어서 포기했어요.
한 자세로 오래 있는 게 저에겐 거의 고문이거든요.
영화는 잘 만들었지만 3시간까지 갈 필요는 없었는데, 하는 느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