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단톡방에 부고 떴다
친구 어머니
86세
조제완료 된 약번호 떴다
나의 아버지
92세
오래 사신다
대신 약을 타고 한참 걸어 시장 가서 전기요 사고 간 김에 족발 사고 또 한참 걸어 아버지 동네 마트 들러 호박카라멜과 막걸리 사고 순대가 꼭 드시고 싶다 해서 길 건너가 순대 사고
58세는 기진맥진 방에 들어가니 식어가는 밥상이 그대로 있고 월동 준비 전기요 코드 꼽아보고 데워지는 동안 오래된 틀니로 갑자기 족발을 뜯는 아버지 요즘 소화가 되는 것 같아 냉면도 국수도 라면도 드시고 싶다고 또 갑자기 막걸리 한 잔 더 달라 하시고 저염식인지 무염식인지 마늘도 김치도 없는 밥상에서 58세는 거의 남은 순대에 소금만 찍어대고 거의 남은 족발에 새우젓만 찍어대고 타는 갈증 이기려고 막걸리 들이켜고
시상이 막 떠올라 신나 하면서도 긴장감 없는 힐링시 그냥저냥 또 쓴다는 데 자괴감이 들면서 자기 집으로 향하고 극심한 갈증 달랜다고 맥주 한 병 사들고 들어선 순간 한강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듣고 너무 기뻐 달게 맥주 마시고 그러다 나만의 힐링시이지만 한글로 글 쓰는 게 뿌듯하면서도 자랑스럽고
오래 사셔서 상상으로 나올 수 없는 시상을 계속 주실 것에 감사합니다.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상상으로도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해내주시니 감사합니다.
한글로 쓰는 힐링 글쓰기, 지속해 나갈 수 있는 모든 일상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