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영상물을 보거나, 첩을 거느리거나, 도박을 하면 당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당원들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올해 초 ‘공산당 기율 처분 조례’를 만들면서 이같은 내용을 삽입했다.
‘첩 금지’ 규정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2명의 공산당원과 1명의 비당원은 3인3색의 답을 내놓았다.
은퇴한 백발의 공산당원 리(李·64)는 특별할 것이 없다며 “공산당은 원래 일부일처, 남녀 평등주의를 강조해 왔다. 따라서 그 규정은 당의 사상과 이념에 비춰보면 당연한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농촌 출신 대학원생 공산당원인 정(鄭·26)은 “적지 않은 공산당원들의 부정부패가 문제다. 부당하게 재산을 긁어모은 당원들은 상당수가 첩을 두고 있다. 검은 돈을 아내가 아닌 첩에게 숨겨둬야 ‘보관이 잘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당원이 첩을 두면 출당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비당원인 개인사업자 진(金·42)의 비판은 구체적이다. “뒤를 봐줄 당원을 알고 있으면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데도 큰 보탬이 된다. 부정부패로 돈을 번 당원들이 ‘작은 마님(二내)’을 거느리는 것은 이미 하나의 문화가 돼버렸다. 20대 ‘작은 마님들이 사는 동네’(二내村)에 가봐라. 그녀들이 모는 외제 승용차(二내車)들이 줄을 잇는다.”
‘공산당 없인 신중국도 없다’(沒有共産黨, 就沒有新中國)는 민요를 모르면 중국인이 아니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공산당 찬가다. 개혁·개방의 열기 속에 공산당 찬가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리는 “중국 공산당은 위대하다. 56개 민족을 사회주의 사상으로 묶어 통일했다”며 전폭 지지를 표했다.
정의 생각은 부정적이다. “세뇌교육용 노래다. 한번 세뇌된 사람은 지식인이라도 비판적 사고기능이 마비되는 특성이 있다. 그 결과 중국 공산당은 ‘비판이 있을 수 없는 풍토’에 안주해 왔다.”
진은 사업가답게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한다. 그는 “그런 노래를 부르라고 시키고, 또 불러대야 살 수 있어 나도 목청껏 불러왔다”며 즉석에서 한 곡조 뽑았다.
중국인은 이력서의 첫번째 난에 정치사상을 쓴다. 이른바 출세코스로 통하는 소년선봉대(초등생 때 가입), 공청단(共靑團·13세 이후 가입), 공산당(18세 이후 가입) 등에서 활동한 내용을 적는 난이다.
중국 공산당원 비율은 20명당 1명꼴이다. 신규 당원은 한때 감소세를 보였지만 요즘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전과 다른 점은 공산당원 선발 때 학벌과 성적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출신성분뿐 아니라 ‘머리’ 좋은 우수 인재를 당원으로 키운다는 얘기다.
당원은 어디에나 있다. 국영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민영기업들과 심지어 외국계 기업까지도 회사 안에 공산당위원회를 둔다. 당원은 관시사회의 든든한 연줄이기도 하다.
물론 중국 당국의 말대로라면 ‘1당 독재’는 아니다. 공산당 외에도 8개 정당이 있고, 공산당이 지도하고 다른 정당이 협력하는 체제라는 것이다.
‘빨갱이’(紅色分子)란 표현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까?
리는 “사람들이 빨갱이라고 날 불러주면 자부심이 더해지는 시절도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사상이 좋은 공산당원’이라는 뜻으로 빨갱이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정은 “그런 표현은 지금 거의 쓰지 않는다. 듣기 어색하다”며 당장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어쨌든 21세기다. 사회주의 사상에 죽고 사는 것은 우습다.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爲人民服務)는 구호가 더 이상 헛구호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당의 내일을 위해 당원들의 부정부패 척결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은 “공산당원증은 출세와 부자의 세계로 들어가는 출입증이었다. 그러나 이젠 많은 당원들이 배지도 달지 않고 다닌다. 당원만의 세상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저마다 서있는 입장에서 다르게 바라보고 있지만, 공산당의 6천6백만 당원과 핵심 지도부가 13억명의 운명을 쥐고 있는 현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아파트단지 등 곳곳에 걸려 있는 붉은 플래카드에는 ‘공산당 지부마다 등불이 되고, 당원마다 깃발이 되자’(一個支部一盞燈, 一個黨員一面旗)는 구호가 선명하다. 공산당의 내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경향신문